[디카+詩]조심하세요 / 권현숙
[디카+詩]조심하세요 / 권현숙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3.07.27 2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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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심하다 빠뜨린 한 코 때문에

올올이 엮어둔 사랑

한순간에 줄줄이 풀려버릴 수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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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의 상징인 비둘기가 하트 모양으로 날아가는 이미지를 포착한 권현숙 시인의 "조심하세요"를 감상합니다. 먼저 이 사진을 찍기 위해 몇 번의 셔터를 눌렀을까? 정말 순간포착의 절정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앞과 뒤로 코가 빠지기 시작하는 모습에서 성급하게 풀리는 사랑을 잠시 멈춰 서게 하고 뒤에서 따라오지 못하는 사랑은 빨리 따라와 완성된 하트로 계속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이런 이미지를 포착하기도 힘든데 멋들어진 언술로 올올이 엮어둔 사랑 방심하지 말라고 합니다. 뜨개질로 옷을 하나 짜기 위해서는 한 코 한 코 얼마나 많은 정성과 시간이 들어갈까요? 그런데 풀리는 것은 방심하다 한 코라도 빠뜨리게 되면 애써 짜놓은 것이 순식간에 풀려버리고 말지요.

사랑이 서로 다른 인연으로 만나 하나의 줄로 연결되어 완성되는 결정체라면 코 하나가 빠지면 순식간에 저 비둘기들처럼 사방으로 흐트러져버릴 것 같습니다. 물이 꽉 찬 둑일수록 작은 균열과 구멍에도 더 쉽게 무너지듯 사랑에도 사람과의 관계에도 방심하면 안 된다는 걸 이 디카시를 읽으며 한 번 더 상기하게 됩니다.

장마와 집중호우로 인명 피해도 많이 발행했고 훼손된 지역 복구 작업과 원인 규명으로 연일 시끄러운 여름, 방심하지 말고 조금 더 철저하게 준비하고 방비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를 생각하게 하는 권혁숙 시인의 디카시 “조심하세요”를 읽으니 뜨거운 여름이 청량음료를 마신 것처럼 마음까지 시원해집니다.

글=이시향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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