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의 알렉산드리아를 기대하며
동양의 알렉산드리아를 기대하며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3.07.24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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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말이면 본격적인 휴가철이 시작된다. 일산해수욕장을 가득 채울 인파를 생각해 본다. 얼마 전에 있었던 울산공업축제 불꽃놀이 때가 생각난다.

실로 엄청난 인파가 동구로 모여들었다. 차들도 만차(滿車) 상태여서 사람들은 걸어가기가 조금 멀다 싶은 울산전망대까지도 차를 두고 발길을 일산해수욕장으로 향했다. 좁은 골목골목마다 사람들로 넘쳐났고 발걸음은 바닷가 한 곳으로 모여들었다. 해변의 모래알만큼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인파가 바닷가를 빼곡히 메웠다. 불꽃놀이와 함께 터져 나온 감탄의 함성은 실시간으로 동구를 넘어 대구, 서울로 전해졌다.

휴가철에 산과 계곡, 바다를 찾는 이들의 발길이 아름다운 동구로 향하는 상상을 해본다. 쾌적한 공기와 자연이 주는 환경에 풍덩 빠질 수 있는 동구가 건설 사업에 도전한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려온다. 동구 일산해수욕장 일대가 해양수산부 주관 해양레저관광 거점사업에 도전한다는 소식이다. 레저관광 거점 도시로 선정되면 해수욕장 일대가 ‘동남권 해양레저관광 거점사업’ 대상지로 우뚝 서고, 후보지로 선정되면 500억 원의 예산이 투입된다고 한다. 새로운 창조와 영감으로 미래를 내다보는 큰 밑그림으로 동구가 거듭났으면 한다.

동구는 자연에서 얻을 자원들이 풍부한 고장이다. 하얀 백사장의 일산 바닷가, 대왕암 솔숲 공원, 출렁다리, 대왕암 공원의 암석들, 파도 소리, 슬도로 이어지는 바닷가 황톳길, 역사박물관, 화암추 등대로 이어지는 데크길과 바람, 슬도에서 바라보는 저녁노을과 울산전망대까지, 어느 하나 아름답지 않은 곳이 없다. 이 천혜 자원들의 가치를 모두 즐길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필자는 휴가철이면 동구를 떠나기보다 동구에서 즐기는 편이다. 무더운 여름, 대왕암 공원 해송 사이로 불어오는 바람에 몸을 맡기곤 한다. 더위를 식히면서 음악을 듣거나 시간이 모자라 미루어 두고 읽지 못했던 책을 다시 펼쳐 들기도 한다. 더위도 잊은 채 어느새 다른 세계에 가 있는 나를 발견하곤 한다.

가끔 먼 곳에 있는 지인들이 찾아올 때면 대왕암 공원에 돗자리를 펴고 웃음꽃을 피운다. 웃음 사이로 바람 소리, 파도 소리라도 겹치는 순간 너무 좋아하는 지인들을 볼 때면 그렇게 기분이 좋을 수 없었다.

공업축제 불꽃놀이를 보면서 사람들은 하늘의 쇼에도 감격했지만 오랜만에 느낀 땅의 술렁임에도 놀라워했다. 발걸음으로 술렁이는 모습에 “이거 얼마 만에 보는 인파야” 하며 너도나도 한마디씩 했다. 오후 5시쯤인데도 식당은 재료가 떨어져 손님을 받지 못해 ‘죄송합니다, 영업 마감입니다’란 문구를 출입구에 걸어두기도 했다. 카페와 편의점에서는 줄을 서서 물건을 사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대형카페의 점원들은 긴 줄이 짧아지길 바라며 열심히 계산을 해보지만, 점점 길어지는 줄 앞에서는 지친 표정이 역력히 드러나기도 했다.

울산도 이집트 북부 해안 도시 알렉산드리아나 지중해 연안 못지않은 멋진 동구를 일구어 보자. 한 번 발걸음이 두 번 세 번 꾸준히 이어지도록 미래를 내다보는 동구 건설을 꿈꾸어 보자. 그날들의 함성이 염포산을 넘고 울산을 넘어 세계로 이어질 것이다.

우선 편리 위주가 아닌 먼 미래를 내다보는 안목으로 편의 시설, 관광 시설들을 설계해서 꾸미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천혜의 자연관광자원에 수려한 해양레저관광까지 더해진다면, 풍광이 여느 도시 못지않게 빼어나 사람들의 발길을 절로 향하게 만들 것이다.

일보일신(一步一新). ‘한 걸음을 뗄 때마다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 하지 않는가. 푸른 바다가 웅장한 바위 위로 펼쳐지는 풍경을 본다. 이 시원한 바람을 많은 이들과 함께 나눈다면 얼마나 좋을까. 아직 느껴보지 못한 사람들이 더 많고, 시원한 바람은 카메라에 잡히지 않아 보여줄 수도 없다. 그 시원한 바람을 많은 이들이 더불어 느낄 수 있도록 ‘동남권 해양레저사업’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지면 좋겠다. 그날의 발걸음과 웅성거림이 되살아날 수 있도록….

김뱅상 시인·현대중공업 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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