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6- 우리에겐 ‘진지한 집중’ 이 필요해!
-276- 우리에겐 ‘진지한 집중’ 이 필요해!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3.07.19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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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어서일까. 요즘은 앉은 자리에서 책 한 권을 집중해 보는 게 쉽지 않다. 과연 나만의 문제일까. 여유로운 오후, 소설을 읽다가 낯선 지명을 보고는 스마트폰을 집어 든다. 검색할 요량으로 포털사이트를 열었으나, 눈길을 잡는 기사가 보여 클릭하고는 엉뚱한 사이트로 이동한다. 그사이 중간에 끼어든 브랜드 광고에 이끌려 무의식적으로 몇몇 제품의 디자인과 가격을 비교하다 보니 한참 시간이 지난다. 모처럼 책에 몰입하려던 계획이 물거품이 된 것을 후회하지만, 이미 시간은 지나갔다. 나와 엇비슷한 경험이 있는 독자라면, “나는 왜 이렇게 집중을 못 하지?”라며 자신을 책망할지도 모른다.

집중력의 위기는 전 세계적 현상이다. 비만은 개인의 탐욕이나 방종 탓이 아니라, 식량 공급망과 생활방식의 변화로 유발된 것이다. 집중력 저하 역시 개인의 실패 때문이 아닌, 이를 유발하는 문화에 기인하는 측면이 크다. 현대인의 집중력 위기가 얼마나 심각한지, 미국 과학자들이 컴퓨터에 추적 소프트웨어를 설치하고 관찰했다. 미국의 10대들은 한 가지 일에 65초 이상 집중하지 못하고, 직장인들의 평균 집중 시간은 단 3분에 불과했다. 그 이유는 스마트폰을 자꾸 들여다보게 되는 잘못된 습관 때문이다. 이 집중력 위기는 현대사회 시스템이 만들어낸 유행병인 셈이다.

콘텐츠의 길이가 짧아지고 있다. 음악은 한 곡이 3분을 넘지 못하고, 숏폼 영상이 유행한다. 웹툰과 웹소설 역시 짧아지는 추세고, 긴 것을 참지 못하는 사람들은 콘텐츠 요약본을 보거나 빠른 재생속도로 즐기곤 한다. 이런 현상은 사람들의 집중력이 갈수록 저하되는 데 기인한다. 대다수가 집중력 결여의 증가를 스마트폰의 확산 등에 따른 현상이라고 이해하지만, 다 그렇지는 않다.

현대인은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하는 데 익숙하지만, 이는 곧 집중력 저하를 가져온다. 다른 일을 하는 순간 뇌는 순식간에 재설정되고 게다가 부하가 쌓이고 만다. 줄어드는 수면도 큰 문제다. 편안한 숙면은 집중하는 데 반드시 필요하며, 이 정화 과정을 거치지 못하면 독소가 쌓여서 집중이 힘들어진다. 스트레스 역시 중요한 요소다. 스트레스 상태에 직면할 때 우리 뇌는 위험을 인지하고 잠재적 위험을 탐지하는 데에만 오로지 집중력이 소모된다.

현대사회의 식생활 변화도 문제다. 우리는 주로 집중력을 올리기 위해 당을 섭취하나, 이는 혈당 수치를 일시적으로 올리는 임시방편에 불과하다. 또한, 빅테크들은 여러 가지 알고리즘을 통해 사람들의 집중력을 빼앗아 간다. 업무를 편하게 만들 듯한 알람이 수시로 울려서 오히려 집중력을 빼앗아 간다.

현대인의 집중력 상실은 기술발전에 따라 우연히 생긴 결과가 아니다. 오히려 거대 IT 기업의 이윤 확대를 위해 정교하게 설계된 게 아닌가 하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 빅테크 기업은 이용자가 스크린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늘리기 위해 자극적인 콘텐츠를 추천하는 알고리즘을 만들고, 이용자의 취향을 파악해 끊임없이 광고를 내보내고 있지 않은가.

집중력 저하는 각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문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머리를 맞대고 사회적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 집중력이 더 떨어지면 우리는 깊이 사고할 능력을 잃어버리기 때문이다. 집중력 회복을 위해서는 진지하게 집중하는 것이 필요하다. ‘진지한 집중’을 위해선 시간이 필요하나, 더 이상 늦출 수가 없다. 현재 인류가 직면한 기후위기처럼, 집중력 상실을 그대로 방치하면 또 다른 재앙을 맞을 수 있다.

이동구 본보 독자위원장, RUPI사업단장, 4차산업혁명 U포럼 위원장, 한국화학연구원 전문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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