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韓日) 역사인식의 간극
한일(韓日) 역사인식의 간극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3.07.18 22:2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올해 출간된 <한국과 일본, 역사인식의 간극>이라는 제목의 책이 눈에 띄었다. 평소 일본인들과 교류하며 절실하게 느낀 것이 ‘역사인식의 간극’이었기 때문이다. ‘동학농민전쟁, 3·1운동, 관동대지진을 둘러싼 시선’이라는 부제가 달려 있다.

이 책은 아사히신문 기자 출신으로 지금은 논픽션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와타나베 노부유키(渡?延志·68)가 2021년 일본에서 출간한 책의 번역본이다. 와타나베는 이 책으로 일본의 퓰리처상으로 알려진 ‘평화·협동 저널리스트 기금상’ 대상을 수상했다.

일제강제동원 피해자들이 일본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한국 대법원은 2018년 10월 원고인 피해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일본 정부와 국민은 격노했다. 2019년 일본 정부는 대한국 경제전쟁을 선포했다. 반도체 제조 관련 일부 품목의 대한국 수출규제를 강화했다. 한일관계는 한일 국교 정상화(1965년) 이후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았다.

와타나베는 이때 이 책을 세상에 내놓았다. 그는 베테랑 저널리스트답게 문제의 핵심을 빈틈없이 찾아내 살폈다. 무엇보다 저널리즘의 생명인 사실(史實)과 객관성에서 조금도 벗어나지 않았다.

이 책의 내용은 내가 일본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었다. 나는 한일간의 이 간극을 극복해내지 않으면 안 되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이웃 나라끼리 서로 다른 역사인식을 지니고 있다면 종국에는 파국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저자는 우선 일본인들과는 다른 한국인들의 역사인식을 이해하려고 했다. 그리고 충분히 이해했다. 그는 징용공 문제와 관동대진재(1923년) 때의 조선인학살사건이 무관하지 않다고 봤다. 또 일본에는 의도적으로 망각한 역사가 있다고 진단했다. 이에 대해 한국인들은 “날조하지 마라.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며 맞서고 있는 형국이라고 설명했다.

관동대진재 조선인학살의 주범인 자경단(自警團)은 재향군인회가 뒷배였고, 재향군인회는 조선에서 동학농민항쟁과 의병항쟁을 초토화 전술로 진압했던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었다는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하지만 일본열도 안에서 발생했던 관동대진재 조선인학살사건은 물론 해외에서 일어났던 동학농민항쟁과 의병항쟁 그리고 청일전쟁에 관한 역사는 일본에서 철저히 개찬(改竄)됐다는 것이다.

竄(찬)은 ‘숨다’, ‘숨기다’, ‘달아나다’라는 뜻으로 개찬은 ‘고의적으로 뜻을 달리하기 위해 뜯어고쳤다’는 말이다. 왜곡(歪曲)은 ‘사실과 다르게 해석하거나 그릇되게 한다’는 말이지만 개찬은 ‘사실의 원천을 뜯어고쳤다’는 것이다. 그러니 현재의 일본인들이 우리와는 전혀 다른 역사인식을 하게 된 것이다. 한국에서는 동학농민혁명이라 불리고 있지만 일본에서는 아직도 ‘동학당의 난(東學黨의 亂)’이라고 인식하고 있는 것이 단적인 예이다.

저자는 지금도 한국인들은 죽창을 들고 일어났던 동학농민군과 의병의 정신을 거론하며 사회운동을 시작하는 경향이 있다고 봤다. 반면 아직도 일본인들은 “일본의 강함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일본이 얼마나 강한지 그들에게 깨우쳐 주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한탄한다. 이런 차이가 이 책의 결론이다.

와타나베는 이 책을 일본인들에게 내놨다. 일본인들의 대오각성을 촉구한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은 한국인인 우리에게도 새로운 시각을 열어주기에 충분하다.

강귀일 사회부장

 


인기기사
정치
사회
경제
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