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새콤달콤’ 새콤달콤, 귀염뽀짝
영화 ‘새콤달콤’ 새콤달콤, 귀염뽀짝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3.07.06 2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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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콤달콤>은 이제 막 취업에 성공한 취준생 장혁(이우제)이 급성 간염에 걸려 병원에 입원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런 장혁에겐 정 간호사(채수빈)가 수시로 찾아와 상태를 살핀다. 근데 세상 귀엽고 예쁜 이 여자, 뭔가 좀 수상하다. 같은 병실 다른 환자들보다 장혁을 좀 더 알뜰히 챙기더니 급기야 “혁이 오빠”라고까지 부른다. 심지어 야간 근무 중 피곤할 땐 장혁이 누워있는 병실 침대로 몰래 와서 책상에 엎드려 자듯 그의 곁에서 잠시 잠을 청한다.

좋아 죽는 장혁. 그 역시 정 간호사를 알뜰히 챙기면서 병원에서 둘은 알콩달콩 썸을 타게 된다. 하지만 그의 병은 만성 간염이 아닌 망할 급성 간염이었고 급하게 걸렸던 만큼 급하게 나아버리면서 금세 퇴원 날짜가 다가오고 만다.

퇴원을 해서도 정 간호사를 못 잊는 장혁. 해서 그는 몰래 병원을 찾아 정 간호사의 전화번호를 알아낸 뒤 그녀에게 전화를 건다. “그냥 잘해준 건 아니죠?”라고 묻는 장혁에게 집에서 전화를 받은 정 간호사는 이런 파격적인 멘트를 날린다. “오실래요?”

빛의 속도로 정 간호사 집에 도착한 장혁.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뚱땡이인데다 별 볼일 없는 자신을 천사 같은 정 간호사가 좋아할 리 없다는 생각에 같이 침대에 잠시 앉았다가 이내 집을 나서려 하고, 그런 그를 향해 정 간호사는 남자들이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멘트를 던진다. “자고 갈래요?” 아니, 라면 먹고 가라는 것도 아니고! 이 여자, 대체 왜 이러는 걸까요?

뭐가 됐든 러닝타임의 3분의 1 지점인 여기까지는 제목의 반쪽처럼 이 영화, 말도 안되게 ‘달콤’하다. 그렇게 땡잡은 장혁은 정 간호사, 아니 이젠 여자친구가 된 다은(채수빈)에게 좀 더 멋진 남자친구가 되기 위해 과감히 살을 빼기로 결심하면서 1부는 막을 내린다. 그리고 2부가 시작되면서 장혁(장기용)과 다은의 사랑은 맛이 완전히 달라진다. 그러니까 제목의 다른 반쪽처럼 ‘새콤’해진다. 대기업 파견직으로 뽑혀 서울로 떠난 장혁이 보영(정수정)이라는 같은 파견직과 가까워지면서 인천에 남아 지옥 같은 3교대 근무에 시달리던 다은과는 점점 멀어지게 된 것. 결국 <새콤달콤>은 2부까지의 이야기를 통해 사랑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사랑이 달콤하다고? 웃기고 있네.”

그렇다. 사랑은 달콤하지 않고 ‘새콤달콤’하다. 왜 크라운 제과에서 출시한 캐러멜 중에 ‘새콤달콤’이라고 있죠? 딱 그 맛이다. 올라간 만큼 내려가야 하듯 좋았던 만큼 아파야 하고, 달콤했던 만큼 새콤해져야 한다. 이 과정을 통째로 봤을 때 결국 사랑의 맛은 ‘새콤달콤’이 아닐까. 만원짜리 지폐를 천원짜리 지폐로 바꿀 때 사거나 누가 주면 한 번씩 먹게 되는 캐러멜 새콤달콤에는 이렇듯 ‘사랑의 맛’이 담겨 있다. 심지어 이 영화의 제목도 그렇지만 캐러멜 새콤달콤도 ‘새콤’과 ‘달콤’ 사이를 띄우지 않고 그냥 갖다 붙여서 쓰고 있다. 바로 사랑의 두 종류 맛인 ‘새콤’과 ‘달콤’은 하나라는 의미가 아닐까. 쫌 심하죠? 히히. 뭐 어쨌든 가벼운 멜로물로 치부하기엔 이 영화, 무게감이 장난아니다. 덕분에 이제부턴 캐러멜 새콤달콤의 맛도 좀 더 의미심장해 지지 않을까? 훗.

헌데 이 영화, 2부가 끝이 아니다. 마지막 3부에서 꽤 커다란 반전이 기다리고 있는 것. 하지만 그건 극적 재미를 위한 요소일 뿐, 오히려 주목해야 할 건 3부가 끝날 때까지 한결같이 유지되는 ‘귀여움’에 있다. 둘 사이가 새콤해진 2부에서 오랜만에 만나 삐친 다은의 볼을 쓰다듬으며 장혁이 “우리 보영이”라고 말하는 장면에서도 마냥 귀엽고 배꼽잡는다. 그렇다. 이 영화는 ‘새콤달콤’하면서 ‘귀염뽀짝’하다. 원래 그렇다. 새콤함이 귀여움까지 사라지게 할 순 없다.

해서 진짜 조심해야 할 건 새콤달콤이 아니라 ‘달콤살벌’한 사랑. 달콤살벌이 귀염뽀짝할 순 없으니까. 물을 아무리 뜨겁게 끓여도 식듯이 어차피 언제가는 식어버릴 거, 그 사랑이 새콤달콤한 맛이라면 지극히 당연하고 평범한 거다. 왜냐? 그래봤자 뜨겁게 사귀었다 헤어질 때 조금 아팠던 것 뿐, 짜더러 죽을 병에 걸린 것도 아니고, 사기를 당하거나 주식해서 돈을 왕창 잃은 것도 아니잖나. 그렇다고 데이트 폭력을 당한 것도 아니고.

무엇보다 시간이 흘러 그 모든 일들이 추억이 됐을 때 새콤달콤했던 그때 그 사랑은 마냥 달콤해지더라. 먹어본 사람은 다들 알겠지만 캐러멜 새콤달콤도 씹어서 삼키고 나면 귀염뽀짝한 달콤한 맛으로 기억에 남는다. 아하. 그래서 그렇게 아파 놓고도 다시 연애가, 혹은 캐러멜 새콤달콤이 다시 땡기는 거구나. 참고로 새콤달콤은 아직도 500원이다. 2021년 6월 4일 개봉. 러닝타임 102분.

이상길 취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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