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오, 그 본질과 현상
단오, 그 본질과 현상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3.07.03 2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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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오는 본질과 현상으로 풀이할 수 있다. 단오(端午)의 첫째 한자 ‘端(단)’은 올바르다(正), 머리(首), 싹(?), 비롯할(始), 실마리(緖), 오로지(專), 살필(審), 근본(本源), 끝(末)처럼 다양한 의미로 쓰인다. 둘째 한자 ‘오(午)’는 양(陽·더위), 음력 5월, 낮 열두 시를 뜻하는 정오(正午·日中), 남쪽을 가리키는 정남(正南)을 의미하고, 띠로는 말(馬=龍)의 의미로 쓰인다.

세시풍속에서는 ‘비롯할 단(端)’ ‘더위 오(午)’로 해석해야 본질과 현상을 이해할 수 있다. 오월의 첫 5일 단옷날은 더위와 농사일의 시작을 의미한다. 이러한 현상은 세시풍속에 속속들이 녹아있다. 먼저, 더위가 시작되는 달에 행하던 궁중 행사의 사례를 보자.

“임금이 건원릉에 나아가 담복(?服) 차림으로 단옷날 능을 참배하는 예를 행하다.”(세종실록 32권, 세종 8년 5월 1일 갑오 1번째 기사 1426년 명 선덕(宣德) 1년) “공조가 첩선(貼扇)을 진상하기 위해 장인(匠人)을 호남에 내려보내 만들어 가지고 오게 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폐단을 언급하니, 상이 이르기를, ‘본도(本道)에서 단오선(端午扇)을 봉진(封進)할 때 같이 봉진토록 하라’ 하였다.”(현종실록 5권, 현종 3년 1월 23일 정유 1번째 기사 1662년 청 강희(康熙) 1년) 더위가 시작되어 임금이 능을 참배하고, 신하에게 단오선(端午扇)을 선물했다는 기록에서 궁중의 단오 풍습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다.

다음은 벼농사 관련 제의인 단오제(端午祭)의 본질이다. 목적은 백중(百中)까지 풍부한 물이 꾸준히 공급되기를 바라는 용신제(龍神祭)의 성격을 지닌다. 개인적으로는 논의 물꼬 양쪽에 떡을 꽂아 용신제를 지내지만, 마을 단위로는 단오제를 지낸다. 강릉의 장자마리(長者마리), 예천의 청단(靑丹), 경산의 한장군(漢將君), 언양의 마두(馬頭)가 대표적이다. 이때 장자마리, 청단, 한장군, 마두는 모두 용(龍)의 다른 이름이다. 모내기를 끝낸 농부는 단옷날에 풍부한 물이 끊임없이 공급되기를 바라며 용신제(龍神祭)를 지낸다. 또 이 제의에는 노동의 시작을 알리고 휴식을 독려하는 이중적 의미도 있다.

마지막은 단오의 현상이다. 시대를 거치면서 단오는 창포물에 머리 감기, 씨름, 그네뛰기와 같은 다양한 수용성으로 나타난다. 단오의 현상에는 단오의 본질인 용신(龍神) 의례가 감추어져 있다. 창포물에 머리 감기에는 긴 머리의 젊은 여성이 선택된다. 삼단같이 검고 긴 머리카락은 용을, 젊은 여성은 생산성을 상징하는 바 이 모두 ‘풍년 소망’의 흔적들이다. 창포물에 머리 감기는 용을 목욕시키는 의례로, 일종의 ‘관용의식(灌龍儀式)’인 셈이다.

씨름에 쓰이는 청색과 붉은색 샅바가 청단(靑丹)을 의미하고, 씨름판이 강변 모래사장에서 펼쳐지는 사실에서 단옷날이 용(龍)과 무관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용들의 힘겨루기에서 동쪽 청룡이 이기기를 바라는 것은 풍년을 기원하기 때문이다. 구식 결혼식단에 청실홍실이 오르고 버드나무를 대신한 대나무를 물병에 꽂는 것은 모두 벼농사의 용신(龍神) 신앙과 연관된다.

젊은 여성이 무릎을 굴려 힘차게 허공으로 치솟는 그네뛰기는 용의 기운을 나타낸다. 단옷날 머리 감기와 그네뛰기의 모습은 혜원 신윤복(申潤福·1758~?)의 풍속화 ‘단오풍정(端午風情)’에도 등장한다. 현대의 단오제는 지역에 따라 용신 의례, 의식과 놀이 문화로 전승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저수지(貯水池), 보(洑) 등 관개수로(灌漑水路)의 확대와 발전의 영향으로 볼 수 있다. 예천의 ‘청단 놀음’, 울산의 ‘마두희(馬頭戱)’는 놀이로 변한 대표적 사례이고, 양산의 ‘가야 용신제’는 제의와 놀이가 혼합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김성수 울산학춤보존회 고문 조류생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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