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관통하고 싶은
시간을, 관통하고 싶은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3.06.22 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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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빛의 속도 만큼 빠르게 지나간다. 멈출 수 없는 것이 시간이고 시간은 그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다. 출근 시간 10분은 하루를 기분 좋게 시작할 수 있는 여유를 만들어준다. 조금 일찍 출근길을 나서 보지만 오늘도 염포산터널은 거북이걸음이다.

울산대교와 염포산터널은 2015년 6월에 개통되었다. 동구에서 남구를 이어, 부산 대구 서울을 연결하는 지름길이 되어 도착할 시간을 단축시켜 주었다.

시민들은 염포산터널을 지날 때마다 전에 없던 500원을 내어야 해서 불편하기도 했다. 하지만 남목이나 방어진으로 돌아가는 기름값을 생각하면 500원이 아깝지 않았고, 40분 정도 걸리는 시간을 10분이면 해결할 수 있기에 통행료쯤은 당연히 감당할 수 있었다.

2023년 1월 1일 염포산터널 통행료가 무료화되면서 터널을 부담 없이 이용할 수 있게 되어 시민들은 기뻐했다. 터널을 지날 때마다 통행료를 준비해서 지급해야 하는 불편함도 사라진 것이다. 하루 왕복 천원이면 한 달에 삼만 원을 절약할 수 있었다.

염포산터널 통행료가 사라지자 터널을 이용하려는 차들이 조금씩 늘어났다. 통행료 때문에 이용을 꺼리던 사람들도 시간을 줄이려고 모여든 셈이다. 출퇴근 시간은 울산대교와 염포산터널을 빠져나가려는 차들의 줄이 전하동 아이파크 도로 앞까지도 밀릴 때가 있다. 도로는 지하차도와 상부 교차로에서 빠져나오는 차들로 뒤엉키며 병목현상이 더욱 심각해진다.

요금소로 진입한 차들은 빠져나가지도 못하고 가고 서기를 반복하며 바쁜 시간을 도로에 빼앗긴다. 자꾸만 시계를 들여다보아도 시간은 멈추어주지 않는다. 늦추어지는 시간에 발을 굴러보아도 방어진이나 남목으로 빠져나갈 수도 없다. 할 수 있는 일은 차가 빠져나가기를 기다리는 일뿐이라 답답한 하루를 시작하고 만다.

차는 염포산터널을 빠져나가고도 현대차 선적부두 앞 신호등에 걸려 가다 서다를 되풀이하며 기다려야 한다. 오늘도 변명 아닌 변명으로 또 하루를 시작해야 하는 아침이다.

터널의 정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없을까를 생각해 본다. 현대차 선적부두 앞 신호등 체계를 바꾸거나 출퇴근 시간만이라도 가변차선을 설치·운행하면 어떨까! 밀리는 터널 차 속에서 탈출할 방법을 고민해 본다.

통행료 무료화로 경제적 부담은 줄어들어 환영하지만, 상습정체 구간은 시간을 잡아먹기 시작한다. 소중한 시간들을 길바닥에서 허비하지 않을 방법은 없을까. 조금 일찍 집을 나서 보지만 염포산터널은 늘 정체로 거북이 운전이다. 시간을 줄이려고 만든 터널이 오히려 시간을 지연시키는 수단으로 바뀌어버렸다. 편해 보자고 만든 것이 오히려 불편을 끼치게 되어 버린 현실이 답답하기만 하다.

어쩌다 약속이라도 잡는 날은 출퇴근 시간을 피해서 잡아야 한다. 요즈음 출퇴근 시간이 아니어도 차가 밀려 한 시간 정도 일찍 나서야 약속시간에 맞출 수 있다. 약속은 심리적으로 마음을 불안하게 하며 시간을 많이 빼앗는다. 늘어나는 차량과 정체로 약속 잡기가 꺼려지기도 한다. 가끔 시간에 맞춰 가야 하는 고속버스나 기차를 탈 때는 시간을 놓치지 않을까 더욱 조바심을 내게 만든다.

많은 시민이 터널 정체 현상으로 불편을 겪고 있다. 시간을 줄이기 위해 만들어진 것인데 오히려 시간을 더 잡아먹는다면 의미가 없지 않을까. 통행료가 무료화되었다는 소식에 박수를 보냈었는데 정체 이후 박수를 다시 거두고 싶은 심정이다.

시민들을 위해 염포산터널을 세우고 통행료를 무료화했다면 시민들이 편리하게 다닐 수 있도록 정체 대비책도 같이 마련해 주는 것이 도리가 아닐까. 지나다 보면 맑은 공기와 해송의 바람, 시원한 바다, 우뚝한 바위들을 바로 만날 수 있도록 하는, 그런 터널이 되었으면 한다. 무료화의 길이 짜증의 길에서 하루빨리 벗어 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김뱅상 시인·현대중공업 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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