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도 ‘학포 개척 문화제’
울릉도 ‘학포 개척 문화제’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3.06.19 2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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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릉군은 ‘문화가 있는 날 지역 특화 프로그램 운영 사업’ 분야에서 ‘한 점 섬 울릉도에 살거나’라는 명제의 공모에 참여한 전국 55개 프로그램 중 최종 15개를 선정해 이름을 올렸다.”(2023.03.08. 경북 온 뉴스)

“울릉도 개척 시초 마을인 작은 미항(美港) 서면 학포리에서 ‘제1회 학포 개척 문화제’가 마을 주민들이 참여한 가운데 15일 성황리에 개최됐다. 서면 학포리 야영장에서 열린 이번 행사는 울릉군, 울릉군문화예술단체연합회, 울릉문화원이 주최하고 울릉 팟캐스트, 학포마을회가 주관하고, 문화체육관광부가 후원했다.”(2023.06.16. 경북매일)

2023년 6월 15일, 필자는 처음으로 울릉도를 찾았다. 몇 번의 계기가 있었으나 그때마다 기회를 놓쳤다. 그러나 이번 울릉도 ‘학포 개척 문화제’ 초청의 행운만은 놓칠 수 없었다.

행사 날짜를 6월 15일로 정한 이유가 있었다. 141년 전(1882년) 검찰사(檢察使) 이규원(李奎遠)이 울릉도에 입도(入島)한 날이기 때문이다. 그해 4월 10일, 고종의 특명을 받고 서울에서 출발한 이규원은 육로와 해로로 11박 12일간 강행군한 끝에 4월 30일 울릉도 학포에 도착했고, 이를 고종에게 보고한 것은 6월 6일이었다. 이때 이규원이 여정을 상세히 기록한 문서가 바로 <검찰일기(檢察日記)>였다. 고종은 대한민국 칙령 제41호를 반포하여 울릉도를 독립된 군으로 승격시키고 지방행정관인 군수에게 울릉도와 독도를 담당하게 했다고 전한다.

울릉도와 울산은 역사적으로도 인연이 있다. 1693년(숙종 19년)과 1696년 2회에 걸쳐 울산사람 박어둔이 안용복과 함께 목도포를 출발해 울릉도와 독도로 가서 해산물을 약탈하던 왜인들과 싸워 이들을 쫓아내고 두 섬을 우리 땅으로 확보했다.

지역축제는 지역 고유의 역사와 전통, 문화, 생태, 날짜 등이 녹여있어 의미 있는 콘텐츠다. 그 덕분에 참가자와 방문객의 욕구 충족에 그치지 않고 지역경제의 활성화에도 도움을 준다. 이를 ‘로컬관광(local tourism)’이라 부른다. ‘학포 개척 문화제’의 명칭 속에는 로컬관광의 핵심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학포(鶴浦)’라는 지명은 마을 뒤편 학을 닮은 바위 때문에 유래했고, 개척의 기록은 역사로 남았다.

행사를 주관한 울릉 팟캐스트(회장 임선자)와 학포마을회(이장 백운배)는 지역 특화 공연을 기획하면서 ‘학포(鶴浦)’에 어우러지는 ‘학성(鶴城=울산)’의 울산학춤에 관심을 가졌다. 이미 4월 초에 울산학춤보존회를 방문하여 논문까지 챙기는 세밀함을 보였다. 이번 문화제는 로컬관광의 핵심을 정확히 짚었다고 할 수 있다.

공연 다음 날 학포의 아침은 갈매기가 아닌 꿩의 울음이 열었다. 학포를 떠날 채비를 막 마쳤을 무렵 전깃줄에는 둥지를 떠난 새끼 때까치 세 마리가 작은 날개를 파르르 떨며 먼저 먹여달라고 어미에게 보채는 모습이 시야에 잡혔다.

1박 2일 울릉도의 추억은 도동발 포항행 여객선 품속으로 안기면서 시작됐다. 일행을 태운 여객선은 물거품을 일으키며 포항으로 향했다. 여객선 고물은 거북바위, 사자바위, 곰바위를 차례로 지나 학바위가 있는 학포를 끝으로 울릉도를 안갯속에다 숨겼다.

환송의 손짓이 점차 희미해졌다. 울릉도는 “내일 가면 안 되나요”라고 허밍(humming) 하는듯했다. 조금 지나자 허전함과 배고픔이 같이 찾아왔다. 명이 김밥 한 줄 여덟 조각을 하나씩 눈감고 씹어 삼켰다. 3시간 40여 분간 파도를 가르며 포항에 도착할 때까지 꿈속에서 헤맸다. 뭍에 발을 딛자 문득 어제 학포리에서 보았던 해넘이 노을의 아름다운 광경이 생각났다. 방향을 어림잡아 청맹(靑盲)으로 돌아봤다.

김성수 울산학춤보존회 고문, 조류생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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