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인 흉상건립, 다시 생각해볼 일
기업인 흉상건립, 다시 생각해볼 일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3.06.18 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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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울산 시내를 다니다 보면 ‘기업인 흉상건립 반대’ 현수막을 자주 볼 수 있다. 처음에는 내 편이 아니면 무조건 반대하는 현수막인가 했는데 방송과 신문 기사를 보고서야 생각해보아야 할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울산시는 250억원을 들여 울산 발전에 기여한 기업인의 흉상을 건립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충분한 토론이나 공청회 없이 추진하다 보니 야권과 시민단체들이 반대하고 나선 것이다. 그런데도 지난 13일 울산시의회 산업건설위원회는 기업인들의 흉상, 동상, 조형물, 조각상, 기념관, 기념비 등을 설치하고 기념할 수 있도록 하는 조례안을 통과시켰다. 야당 인사들과 시민단체 회원들이 상임위 회의장을 점거한 채 조형물 건립 중단을 요구하는 가운데 의장의 경호권 발동으로 경찰 1개 중대가 투입되는 소동 끝에 조례안이 통과된 것이다.

울산시는 울산 발전에 기여한 기업인의 흉상을 건립하여 그분들의 공로를 기리면 해당 기업에서도 꾸준히 울산에 투자하여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하는지 모른다. 하지만, 흉상을 세운다고 울산에 투자하고 흉상을 세우지 않는다고 투자하지 않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시의회는 흉상건립 대상을 기업인뿐만 아니라 문화예술·체육 분야 인사까지 확대하겠다고 조례안을 수정했다고 한다. 또 시가 울산과학기술원 근처에 세우려는 흉상조형물은 높이가 30~40m나 되고, 이를 고정하는 기단까지 하면 60m가 넘어 어디서나 눈에 띄는 울산 관문의 대표적 랜드마크가 될 것이라고 한다. 높이가 30~40m라면 아파트 15층 높이와 맞먹는다. 앞으로 문화예술·체육 분야 인물까지 포함한다고 하니, 언젠가 울산은 ‘흉상의 도시’가 될지도 모를 일이다.

거대한 흉상들이 세워졌을 때 바라보는 시민들이 자부심을 가질지, 위화감을 느낄지, 외지인들이 그 흉상을 보고 어떻게 생각할지, 한 번 더 생각해 볼 일이다. 또 이들 조형물이 세월이 흘러 별 의미가 없어져서 철거하려고 하면 세울 때보다 더 힘들고 어려워진다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

울산 신복로터리를 평면교차로로 전환하기 위해 제2 공업탑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를 두고 논란이 있더니 결국은 철거 쪽으로 가닥이 잡힌 것 같다. 공업탑은 단순한 조형물이어서 철거해도 크게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지만, 실존 인물의 흉상은 한번 설치하고 나면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서 철거하기가 더 어렵다는 점을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된다.

울산의 랜드마크가 될지 세월이 흘러 보기에 흉한 흉물이 될지 모를 흉상을 설치하기 위해 시민 혈세 250억원을 투입하는 것이 이 시대에 맞는지 따져 볼 필요가 있다. 북한 전역에 김일성 부자의 동상을 세워 놓고 우상화한답시고 자연경관을 해치고 굶주리는 백성을 돌보기는커녕 동상을 세우고 관리하는 데 많은 돈을 쓴다면서 북한 정권을 비판하면서도 기업인, 문화예술인의 흉상을 세우는 것은 이치에 맞은 일인가?

지난 15일 시의회 산업건설위원회에서 사업예산 250억원 중에 200억원을 삭감함으로써 흉상 건립사업에 제동이 걸렸다고 한다. 이런 사업이 울산에 꼭 필요하고 중요한지, 여야를 떠나 원점에서 다시 생각했으면 한다.

“너희는 자기를 위하여 우상을 만들지 말지니 조각한 것이나 주상을 세우지 말며 너희 땅에 조각한 석상을 세우고 그에게 경배하지 말라 나는 너희의 하나님 여호와임이니라.”라는 성경 말씀이 있다(레위기 26:1). 흉상이 우상은 아니지만 조각한 어떤 석상도 세우고 경배하지 말라고 한 성경 말씀을 기억했으면 한다.

유병곤 새울산교회 목사, 수필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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