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레 쏟아지는 얼음덩어리, 우박에 대비하려면
갑작스레 쏟아지는 얼음덩어리, 우박에 대비하려면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3.06.15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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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16일, 부산과 울산에 갑작스러운 ‘얼음덩어리’가 쏟아졌다. 불안정한 대기의 영향으로 일부 지역에 우박이 떨어진 것이다. 봄날에, 눈도 잘 오지 않는 지역에서 땅을 하얗게 물들인 우박 세례에 일부 시민들은 당혹감을 표하기도 했다. 우박은 왜 나타난 걸까?

얼음덩어리 형태로 떨어지는 강수를 ‘우박’이라 하며, 크기에 따라 지름 5㎜ 미만은 싸락우박(small hail), 그 이상은 우박(hail)으로 분류한다. 우박은 한여름이나 겨울에는 잘 발생하지 않는데, 기온이 너무 높으면 얼음이 생기지 않거나 녹아서 비가 되고, 추운 겨울철에는 대기 중 수증기가 충분하지 않아 우박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우박이 주로 늦봄과 초여름 사이, 혹은 늦여름에서 초가을 사이의 따뜻한 날씨일 때 발생하는 이유다.

우박은 대체로 대기 상태가 불안정하고 대류 활동이 활발할 때 발생한다. 대기가 불안정하다는 것은 대기 중상층에는 찬 공기가 있고 하층에는 따뜻한 공기가 있다는 뜻이다. 또한, 대류 활동은 상층과 하층에서 부는 바람의 세기와 방향이 크게 다를수록 활발해진다. 이러한 요소들이 갖춰지면 상승기류가 일어나고 뭉게구름인 적란운이 생성되어 우박이 내린다. 적란운에서는 소나기도 내리므로, 우박은 소나기와 함께 오기 쉽다.

우박이 생성되는 구름 속에서는 얼음 형태의 작은 구름 조각인 빙정(氷晶)들이 서로 충돌하면서 크기를 키운다. 이 과정에서 빙정이 무거워지면 중력에 이끌려 추락해 구름 하층까지 내려온다. 이때 구름 하층에서 강한 상승기류가 일어나면, 떨어지던 빙정이 다시 구름의 상층으로 올라간다.

이렇게 빙정은 떨어지다가 상승하는 과정을 반복하며 크기와 질량을 점점 더 키워나간다. 그러다 더 이상 상승할 수 없을 정도로 무거워지면 우리가 아는 우박의 형태로 지상으로 떨어지게 된다. 우박을 쪼개 단면을 살펴보면 하얀 층과 투명한 층이 마치 나무의 나이테처럼 교대로 짜여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구조가 나타나는 이유는 위와 같이 우박이 생성되기 때문이다.

고체 상태의 얼음이 높은 하늘에서 떨어진다는 특성 때문에 우박은 크기에 비해 큰 파괴력을 가지고 있으며, 좁은 지역에서 돌발적으로 발생하므로 방심하는 찰나에 큰 피해가 생길 수 있다. 우박은 비닐하우스나 차량 등 구조물을 파손시키고, 농작물에 떨어져 이파리를 상하게 하거나 열매에 상처를 내 병충해에 취약하게 만든다.

크기가 큰 우박은 때로는 가축이나 사람을 다치게 하고, 심지어 사망에 이르게 하는 일도 있다. 이러한 우박 피해를 막는 방법으로는 농작물의 경우 우박이 떨어지기 전에 미리 수확하거나 사후 약재 도포와 비료 사용으로 병충해를 예방할 수 있다. 차량 등 구조물에는 완충재를 깔아 파손을 예방할 수 있다.

우박은 그 특성상 정확한 시간과 장소를 예보하는 것이 어렵다. 따라서 우박 피해 예방의 첫걸음은 기상정보에 더욱 깊은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다. 특히 늦봄에서 초여름, 늦여름에서 초가을로 접어드는 시기에 대기가 매우 불안정하고 강한 소나기구름이 발달할 것이 예상되는 때는 실시간으로 기상정보를 확인하여 우박 발생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

기상청에서는 ‘날씨알리미 앱’을 통해 사용자 위치를 기반으로 우박 징조 탐지 시 ‘푸시 알림(push notification)’을 제공하고 있으므로, 이를 활용한다면 피해에 대비할 수 있다. 갑작스럽게 떨어지는 얼음덩어리를 막을 수는 없지만, 미리 철저히 대비하고 시시각각 변하는 날씨 상황에 관심을 두고 주의한다면 우박으로부터 안전을 지킬 수 있을 것이다.

유희동 기상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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