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시의 캠페인‘회식비는 각자 내기!’
군산시의 캠페인‘회식비는 각자 내기!’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3.06.15 2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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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N분의 1씩 내기로 하지” 언제부턴가 우리네 회식 문화 속으로 파고든 이른바 ‘더치페이(Dutch pay, Dutch treat)’ 즉 ‘각자 내기’ 문화의 한 흔적이다. 이때 ‘Du tch’는 ‘네덜란드식’이란 뜻이다.

호사가들에 따르면 ‘더치페이’의 본디 뜻은 “내가 한턱 쏠게”라는 좋은 의미였다. 그러나 17세기에 해상 무역 주도권과 식민 지배 확장을 두고 네덜란드와 경쟁하던 ‘신사의 나라’ 영국 사람들이 이를 ‘비신사적’이라는 비하(卑下)의 표현으로 쓰기 시작했다. 말하자면 ‘쩨쩨하다’라는 식의 정반대 뜻으로 비틀어버리고 만 것이다.

어쨌거나, 21세기에 들면서 이 더치페이 문화가 한국 사회에서 그 영역을 많이 넓혀온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이런 문화도 상황에 따라서는 변질이 되고 만다. “어디 감히 후배가 선배 앞에서…”라는 식의 ‘선배 한턱’ 문화가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 반대 상황도 있을 수 있다. 특히 공직사회는 그 정도가 더 두드러진다. 불합리한 관행과 조직문화 개선 방안의 하나로 ‘각자 내기(더치페이) 운동’을 펼치기 시작한 전북 군산시의 한 공무원 얘기를 들어보자. “더치페이가 일반화된 시대지만 (공직사회) 내부에서는 아직도 계비 거두기, 상사 식사·술자리 모시기 관행이 존재합니다.”

군산시에 따르면 시는 지난 3월 전 직원을 대상으로 ‘반부패·청렴 시책’을 공모했다. 여기서 선정된 제안이 ‘군산시청 공무원은 1/N로 계산한다’였고, 그 후속 조치가 ‘각자 내기 운동’이다. 각종 식사나 회식, 모임에 드는 비용을 간편한 정산 앱을 활용해 ‘참여자가 각자 부담하자’는 캠페인인 셈이다.

“한국식 공직문화의 어두운 단면인 상사 모시기 관행, 상급자에게 식사·음주·선물을 제공하는 행위는 청탁금지법 위반이 될 수 있습니다.” 군산시 관계자의 설명이다. “우리나라 특유의 미덕으로 여겨지는 식사나 음주 후 한 사람이 다 계산하는 방식, 이른바 ‘코리안 페이’는 선배나 상사, 연장자들도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여서 ‘각자 내기 캠페인’을 환영하는 분위기입니다.” 또 다른 군산시 공무원의 말이다.

울산에서는 먼 나라 얘기로 들릴지 몰라도 따지고 보면 남의 일도 아니다. ‘각자 내기 캠페인’의 불씨를 울산지역 공직사회에서도 살려 나가면 어떻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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