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봇→대화로봇’‘케미→찰떡호흡’어때요?
‘챗봇→대화로봇’‘케미→찰떡호흡’어때요?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3.06.14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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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한테 배울 게 참 많다. 톡톡 튀는 재치가 어른 뺨치고도 남는다. 우리말 씀씀이에서는 더 그렇게 보인다.

울산시교육청이 2021년에 처음 시작한 ‘우리말 다시 쓰기’는 그 반응이 갈수록 상승 곡선을 긋는다. 삼 년째인 올해 5월 8일부터 24일까지 진행된 공모에는 울산 지역 중·고등학생 1천138명이 참여했고, 이들 가운데 좋은 의견을 낸 55명이 상을 받게 됐다.

뜻이 참 아름답다. ‘일상에서 무분별하게 쓰이는 외국어, 외래어나 정체불명의 유행어를 쉽고 아름다운 우리말로 바꾸어 쓰겠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상을 받는 학생들은 어떤 말을 어떻게 다듬어 쓰자고 했을까? 눈여겨보면 무릎 칠만한 말들로 그득하다.

교육청이 ‘네모뉴스’에 올린 열네 가지 모범답안부터 살펴보자. △옐로 카펫(yellow carpet)→노란생명지킴이/어린이지킴이구역 △셰어 하우스(share house)→나눔가옥/더불어주택 △텐션(tension)→뜬마음/기분지수 △헬스케어(healthcare)→건강돌보미/건강지킴이 △케미(chemistry)→찰떡호흡 △썸타다(something+타다)→설렘기류/살짝연애 △챗봇(chatbot)→대화인공지능/대화로봇 △가스라이팅(gaslighting)→지속세뇌/마음조작질….

이 정도면 우리말에 애착을 가진 어른들도 마음이 움직이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밖에도 들여다보면 작품 수준의 말들이 적지 않다. 그렇다고 쉰다섯 학생이 밤잠을 설치며 다듬어 놓은 말들을 일일이 소개할 수도 없는 노릇이어서 아쉬울 뿐이다. 몇 가지만 더 살펴보자. △에어프라이어(air fryer)→공기화덕/공기굽개 △캘리그라피(calligraphy)→꾸밈손글씨/손그림글씨 △오마카세(お任せ)→맡김요리/주방장마음요리 △굿즈(goods)→문화기획상품 △갓생(god life)→멋생 △티키타카(tiqui-taca)→맞장구…. 이 얼마나 재치 넘치는 말들인가.

물론 이렇게 다듬어진 말들이 나오기까지는 가족들의 도움도 적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말 다시 쓰기’의 매력은 바로 이런 점에 있다고 본다. 온 가족이 교육청이 던져준 과제로 머리를 맞댔을 것이고, 이는 우리말 사랑의 심화로 이어졌을 것이다. 교육청이 솔선수범하는 뜻에서 공문서나 정책 이름에 외래어나 외국어보다 쉽고 아름다운 우리말을 쓰도록 권장하기로 한 것도 좋은 일이다.

“이번에 고른 우리말을 널리 알려 학생들이 일상에서 아름다운 우리말을 쓰도록 하는 운동을 펼칠 생각이다.” “그동안 무심코 써왔던 표현을 되돌아봄으로써 우리말의 소중함을 느끼고 올바른 국어를 사용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앞으로도 학생들이 바른 말글 생활을 실천해 우리말 사랑의 정신을 일깨울 수 있도록 돕겠다.” 울산시교육청 관계자의 이 같은 말들을 다른 공공기관, 다른 지방 교육청에서도 귀담아듣게 되는 날이 꼭 올 것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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