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이누야마성
일본의 이누야마성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3.06.12 2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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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누야마성’은 국보로 지정된 작은 성이자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성으로 ‘하쿠테이성’이라고도 한다. 나고야역에서 메이테츠 특급을 타고 30분쯤 가서 이누야마성역에 내렸다. 15분 정도 걸으니 성하마을이 나왔다. 금요일이고 이슬비가 내려서인지 문 닫은 가게가 많았다. 모든 게 더 한적하고 여유로워 보였다. 유명 관광지보다 소도시를 여행할 때는 이런 점이 좋다.

빨간 도리이가 보이고 사업 성공, 결연, 부부 화합의 신이라는 ‘이나리’를 모시는 산코이나리 신사가 있었다. 입구를 지키고 있는 동상이 개인지 여우인지 궁금했다. 사실 아무리 봐도 개도 여우도 아닌, 둘을 섞어 놓은 듯한 형상이었다. 서로 옥신각신할 때 일본에 사는 큰애가 ‘여우’로 적혀 있다고 말했다. 여우를 모시는 신사가 아니라 ‘이나리’라는 신의 전령이 여우라서 여우 동상이 곳곳에 있다고 했다.

신사는 아기자기하게 꾸며져 볼거리가 많았다. 특히 이곳은 연애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연인들에게 유명한 신사로 소문이 나 있다. 사랑하는 사람의 이름을 쓴 ‘에마’를 사랑이 오래가도록 빌며 나무에 매달아 놓았다. 하트 모양의 핑크 에마가 무척 인상적이고 예쁜 데다 엄청나게 많다. 아들을 차례대로 힐끔 보면서 두 아들의 연애를 빌어 봤다.

더 올라가니 이누야마성으로 들어가는 입구와 매표소가 보였다. 돌담 위에 천수각이 나오는데 신발을 벗고 좁은 나무계단으로 올라갔다. 성의 내부는 갑갑한 편이고 전시관 같은 느낌이었다. 다른 성과 달리 성에서 밖의 시가지를 감상할 수 있어서 좋았다. 속이 확 트이게 기소강이 시원하게 시야에 들어왔다. 봄에는 강변을 따라 벚꽃이 피어 아름답다고 한다. 그렇게 시절을 맞춰 오긴 쉽지 않다.

다시 나고야역으로 와서 오스 시장에 갔다. 아케이드 형태의 큰 시장으로 신정시장보다 엄청나게 컸다. 깨끗하게 잘 정비되어 있고, 만 2천여 개의 다양한 가게들이 있었다. 뭐든 다 있어서 군것질할 것도 많고 쇼핑할 것도 많았다. 제일 좋은 것은 100엔 하는 다이소였다. 허리띠, 캠핑용품, 모자 등 가방이 무겁도록 샀다. 그렇게 20가지나 샀는데도 우리 돈으로 겨우 2만원이었다.

그 길 끝까지 가면 오스카논 신사도 구경할 수 있다. 비둘기를 보며 의자에 잠시 쉬었다 가면 좋을 것 같았다. 사이사이 골목마다 술집과 음식점이 많이 보였다. 반대쪽 끝에는 귀여운 일본 고양이 마네키네코 상이 있었다. 너무나 커서 멀리서도 잘 보여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포토존으로 사진 찍는 사람들이 많았다.

나고야의 랜드마크는 ‘오아시스 21’과 TV 탑이다. 일본은 도시마다 TV 탑이 있다. 밤에 오아시스 21에 가면 둘 다 동시에 볼 수 있는데 불빛이 환상적이다. 특히 오아시스 21은 정말 특별하다. 지하 광장에는 카페와 음식점, 캐릭터 샵이 있고 지상에는 잔디밭과 환승센터가 있다. 지상 14미터 높이의 꼭대기 공중에는 우주선 같은 철제 프레임이 있고 위에 유리로 상판을 덮고 물을 가득 채운 인공 호수(?)가 있다. 물에 비치는 불빛, 밤의 일루미네이션이 최고다.

또 나고야역 주변에는 미들랜드 스퀘어 빌딩 전망대가 있다. 그때는 운영 시간이 저녁 8시까지여서 그전에도 못 갔다. 이번에는 기를 쓰고 갔는데 입장료가 800엔이었고, 당시는 엔화가 상당히 센 편이라 망설여지기도 했다. 저녁 대신 미들랜드 야경을 택해서 저녁은 도시락으로 해결하기로 했다. 46층으로 아래는 쇼핑센터와 영화관도 있는데 전용 엘리베이터를 타지 않으면 영화관으로 간다.

46층 전망대에서 360도에 가까운 거대 파노라마로 나고야 시내 전체의 야경을 조망할 수 있다. 나고야역 주변 경관이 제일 화려하고 아름답다. 그다음은 반대편에 나고야성이 조그맣게 보이는 곳이 참 예쁘다. 나선형 통유리를 따라 한 바퀴 돌면서 44층 실내로 진입하면 끝이라 허무한 느낌이 들지만 홍보가 잘 되었는지 외국인들도 많다. 울산제일일보 창간기념일 날 사옥에서 내려다본 태화로타리와 태화루, 태화강 주변 야경이 참 아름다웠다. 그 건물 한 층에 통유리 전망대라도 설치한다면 멋진 야경의 맛집으로도 손색이 없을 것 같다.

작가·여행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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