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보호구역을‘삼호대숲’으로 바꾸면
야생보호구역을‘삼호대숲’으로 바꾸면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3.06.11 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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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남구가 관내 야생생물 보호구역을 ‘선암호수공원’에서 ‘삼호대숲’으로 바꾸는 계획을 추진 중이라고 한다. 결론부터 말해, 나쁠 것은 없지만 유념할 것도 적지 않다.

현재 남구에서 ‘야생생물 보호구역’으로 지정된 곳은 삼호교∼명촌교 사이 태화강 일원 154만6천759㎡와 선암호수공원 일원 22만8천147㎡다. 두 곳 모두 2008년 12월 지정됐다가 2009년 2월 면적이 일부 수정되면서 재지정됐다. 남구에 따르면, 이 무렵 태화강 일원은 왜가리와 백로, 붉은부리갈매기, 흰죽지 등 다양한 조류가 서식하고 있었고, 선암호수공원에는 논병아리, 청둥오리, 물닭 등이 서식하고 있었다.

그러나 15∼16년이 지난 지금, 이 두 곳의 서식 환경은 꽤 많이 달라졌다는 것이 남구의 분석이다. 선암호수공원은 보호구역 지정 후 십수 년이 지나는 사이 찾아오는 조류의 종(種)과 개체 수가 대폭 줄어든 것으로 보았다. 또 멸종위기 야생 동·식물이 새로 나타나지 않은 대신 붉은귀거북이나 배스와 같은 생태계 교란종이 늘어난 것으로 보았다. 보호구역으로 유지할 가치가 더는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남구가 선암호수공원을 보호구역에서 해제하고 그 면적만큼 삼호대숲을 새 보호구역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표면적 이유에 일단 수긍은 간다. 삼호대숲을 보호구역으로 새로 지정한다면 태화강 일원의 보호구역은 그만큼 더 넓어지게 되고, 이는 곧 태화강국가정원의 콘텐츠 확장을 의미한다.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새로운 검토안은 나쁠 이유가 없다.

문제는 과학적 접근이 빠져있다는 점이다. “지난달 선암호수공원 인공초 주변을 수중탐사했더니 붉은귀거북 60∼70마리가 집단 서식하고 있더라”는 식의 접근만으로는 안 된다는 얘기다. 선암호수공원에서 7년째 조류를 조사해온 조류생태학자 A씨는 전에는 안 보이던 ‘넓적부리오리’가 최근에는 300마리 가까이 발견된다고 귀띔한다.

남구는 또 삼호대숲을 보호구역에 추가하려는 이유를 “태화강 일원은 울산지역 최대 철새도래지로서 종의 다양성뿐만 아니라 천연기념물이나 멸종위기 야생 동·식물도 출현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그 숫자가 어느 정도인지 과학적 데이터는 제시하지 않는다. 태화강 일원에서 십수 년째 조류를 탐사해온 A씨는 ‘기후변화’를 가장 큰 원인으로 들면서 “백로류든 떼까마귀든 매년 눈에 띄게 줄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고 말한다.

혹자는 선암호수공원 보호구역 배제의 원인을 ‘지역상권 활성화’에서 찾기도 한다. 선암호수공원은 자연환경 못지않게 접근성이 좋아 즐겨 찾는 곳이 되다 보니 커피숍 등 영업점이 갈수록 늘어나 보호구역이 오히려 거북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는 논리다. 그래서 이렇게 제안한다. 첫째, 야생생물 보호구역 변경의 잣대로 과학적 데이터를 활용하자. 둘째, 태화강국가정원 이미지 높이기에 조류(鳥類)도 활용하자. 셋째, 선암호수공원을 보호구역에서 빼더라도 이곳의 자연생태환경만은 꾸준히 보호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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