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영(監營) 찾은 울산학춤
감영(監營) 찾은 울산학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3.06.06 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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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월 이튿날, 파랑새는 해가 돋기를 기다렸다는 듯 하늘 높이 날며 짝을 불렀다. 긴꼬리딱새와 팔색조는 행여 눈에 띌까 봐 ‘내맏이골(川上谷)’에 몸을 숨겨 울었다. 옛말에 수행을 ‘육로난행(陸路難行), 수로이행(水路易行)’이라 했다. 하지만 울산 두루미는 육로와 수 대신 항로비행(航路飛行)의 힘찬 날갯짓으로 달성(達城·대구의 별호)으로 날았다.

달성의 ‘달(達)’은 신천과 금호강이 낙동강과 합수하며 만든 거대한 습지를 뜻한다. 인구 241만2천642명(2021년 12월 말)의 달성과 학성(鶴城·울산의 별호) 모두 물과 유관한 지명이다. 학성의 삼산 습지는 동천과 서천이 태화강과 합류하면서 만들어졌다. 두 지역은 습지의 대표 새 두루미의 보금자리다. 달성에 ‘무을(舞乙)’이, 학성에 ‘무동(舞洞)’이 있는 까닭이다.

울산 두루미는 “병마절도사 이하는 모두 말에서 내리라(節度使以下皆下馬)”는 하마비(下馬碑)가 세워진 경상 감영(慶尙 監營) 뜰 잔디밭에 사뿐히 내려앉았다. 이윽고 울산학춤이 경상 감영 뜨락에서 날갯짓을 펼쳤다. 감영은 조선시대 관찰사가 통치하던, 현재의 도청과 같은 곳이다.

지난달 16일은 ‘2023년 문화가 있는 날’이었다. 이날 대구스테이션센터에서는 경상권 실버 예술가들이 참여하는 ‘실버 마이크’ 발대식이 (사)대구스트릿컬쳐팩토리 주관으로 열렸다. 실버 마이크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실버+마이크’ 즉, 노년층에게 공연 기회를 제공하는 사업으로, 문화체육관광부와 지역문화진흥원이 지원하고 있다.

이 사업은 60세 이상 어르신 1∼5명이 팀을 이루면 누구나 신청할 수 있다. 노래나 악기, 양악, 국악, 무용을 안 가리고 어디서든 버스킹이 가능하고, 기회는 모두 5번 주어지며, 공연은 매달 마지막 수요일 ‘문화가 있는 날’이나 그 주간에 할 수 있다.

이 행사는 한마디로 울산·대구·부산·경북·경남 등 경상권 지역을 찾아가 그 지역 실버와 다른 지역 실버들이 예술로 풀어낸 삶의 열정을 같이 느끼면서 서로 소통하는 자리다. 필자는 울산학춤보존회 포항지역 활동 계승자인 최경미-최현화 자매 제자와 함께 대표로 참가했다. 발대식에는 1, 2차 시험을 거쳐 선정된 20개 팀이 한자리에 모였다.

발대식은 경상권 운영 및 진행내용 공유, 예술인고용보험·산재보험·저작권료 등 필요한 행정 사항 안내, 성희롱·성폭력 예방 교육, 계약 안내 및 공연팀 계약 체결 순서로 진행됐고, 팀별 소개도 이어졌다. 울산학춤보존회팀은 1차 심사(서류/영상심의)와 2차 심사(실연 심의)를 모두 통과했고,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선정되는 기쁨을 누렸다.

지난 2일, 대구 경상 감영에 마련된 특설무대에서 네 팀이 한 조를 이루어 첫 회 공연을 치렀다. 팀별로 25분의 공연 시간이 배정됐다. 우리 팀은 대구 대취타 팀에 이어 무대에 올라 교방타령과 울산학춤 두 종목을 공연했다.

다음 공연 장소는 경주와 부산이다. 학발(鶴髮)의 나이에 납의(衲衣)를 걸친 필자에게 ‘찾아가는 울산학춤 공연’은 매번 새로운 세계를 만나는 선재동자의 기쁨이다. 선지식을 찾아 배워 실천하지 못하면, 선재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듯, 어찌 우물 속 개구리와 동해의 낙(坎井蛙不可東海樂)을 이야기할 수 있을까? 울산학춤을 동헌(東軒)과 감영(監營)에서 추어 아낌없는 박수를 받았다. 이제는 궁중에서 출 일만 남았다.

유월(六月)의 시작이 즐겁다. 모두 하루살이 유월(?月), 무정세월 유월(流月)이 아닌 함께하는 넉넉한 유월(裕月)을 만들자. ‘2023 실버 마이크’ 공연 이야기는 계속된다.

김성수 울산학춤보존회 고문, 조류생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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