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숭깊은 몸짓언어
웅숭깊은 몸짓언어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3.06.04 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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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나 지인들과 서로 잘 어울리고 사회생활을 원만하게 하기 위해서는 의사소통을 잘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것 같다. 심리학 교수 앨버트 메라비언은 상대방에 대한 인상이나 호감을 결정지을 때 말의 내용은 7%, 목소리는 38%, 몸짓언어는 55%가 작용한다고 했다.

찰리 채플린은 한마디 말도 없이 오직 몸짓만으로 관객들과 교감했고 큰 성공을 거두었다. 팬터마임의 대부 마르셀 마르소는 그의 영화를 보고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동을 받았고, 이를 계기로 친구들에게 말없이 몸으로 이야기하는 특기를 보여주었다고 한다.

우리는 일상에서 거짓말을 얼마나 하면서 살아갈까. 2017년 EBS에서 기획한 ‘거짓말’에서는 선의의 거짓말을 포함해 하루 평균 3번 거짓말을 한다는 연구 결과를 소개했다. 심리학자이자 비언어 의사소통 전문가인 폴 에크먼은 ‘사람들은 거짓말을 파악하는 방법을 잘 몰라서 거짓말에 속아 넘어갈 때가 있다.’고 말했다. 그럼 남에게 피해를 주는 거짓말을 할 때 우리 몸은 어떤 신호를 보낼까.

사람마다 차이는 있어도, 상대방이 하는 말이 거짓말로 느껴질 때는 상대방의 목 부위를 관찰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한다. 인간에겐 최소한의 죄의식이 있어서 ‘내 거짓말이 들키면 어떡하지’하는 불안한 감정이 생기고, 자신의 불편한 감정을 가라앉히려고 목을 만진다는 것이다. 즉 천골(쇄골 중앙의 오목한 부분)을 만지거나 가리게 되는데, 여성은 주로 목을 만지거나 목걸이를 만지작거리고, 남성은 주로 넥타이 매듭을 바로잡는 행위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FBI(미국 연방수사국)는 사람의 진심을 알고자 할 때 표정보다 다리의 움직임에 주목한다고 한다. 발은 뇌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어서 무엇을 하고, 어느 곳을 향하고 있는지 의식하지 못할 때가 많다. 그런 탓에 발과 다리는 신체에서 가장 정직한 부분이라고 한다. 또 우리가 의사소통할 때 손이 보이면 상대에 대한 믿음이 올라가지만 손을 감추면 상대방이 의심을 품게 된다. 그러므로 손의 표현 능력이 부족하면 전달되는 정보의 질이 낮아지고 정직성을 의심받을 수 있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어떤 사람이 하는 말과 신체언어가 일치하지 않을 때는 신체언어를 믿으라고 말한다. 인간은 무의식적으로 말로 하는 의사소통보다 신체언어를 더 믿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말로는 거짓말을 할 수 있어도 몸짓언어는 본능적인 것을 그대로 드러내기 때문이다.

몸의 언어인 행동은 말보다 더 크게 전달되고 마음 상태를 꾸밈없이 그대로 보여준다. 그래서 마음속 감정이 자신도 모르게 겉으로 드러난다. 우리 대부분은 몸으로 하는 언어를 얼마나 사용하는지 깨닫지 못한 채 무의식적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이 어떤 일로 상처를 받아서 마음이 힘들 때 두 팔을 벌려 꼭 안아 주는 건 어떨까. 소리 언어는 때로 미움과 원망을 가져올 수 있지만 웅숭깊은 몸짓언어는 사랑을 가져올 확률이 높다고 한다. 그 어떤 위로의 말보다 따스한 포옹이 더 큰 위안이 될 때가 있지 않은가.

요즘은 상대방의 말을 경청하기보다 자기의 생각을 말하기 좋아하고, 타인의 시선을 더 받고 싶어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나 또한 그중의 한 사람일지도 모른다.

우리 인간의 눈은 입안의 혀만큼이나 수많은 말을 한다. 그리고 눈으로 하는 말은 사전이 없어도 전 세계인 누구나 이해할 수 있다. 상대방과 대화할 때 그의 눈을 바라보며 진정으로 배려하고 존중하는 몸짓을 했는지, 나 자신을 천천히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본다.

천애란 사단법인 색동회 울산지부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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