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새 20%나 줄어든 소아청소년과
10년 새 20%나 줄어든 소아청소년과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3.06.04 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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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수의료가 무너진다”는 소리가 곳곳에서 들린다. 울산에서는 소아청소년과가 10년 새 20%나 줄어든 사실이 통계로 드러났다.

4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공개한 ‘표시과목별 의원 수 현황’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기준 전국 동네 의원 수는 3만5천225개다. 2013년 말(2만8천328개)에 비하면 10년 새 6천897개(24.3%)가 늘었다. 이 기간 의원이 가장 많이 늘어난 과목은 2013년 781개에서 올해 1분기에 1천540개로 조사된 정신건강의학과로 10년 새 2배 가까이 불었다. 마취통증의학과(808→1천350개)와 정형외과(1천815→2천522개), 성형외과(832→1천137개)도 증가율이 각각 67.1%, 39.0%, 36.7%로 높았다.

10년 새 줄어든 과목도 있었다. 산부인과와 소아청소년과로, 이 두 과목의 동네 의원은 개원보다 폐원이 더 많았다. 저출생(低出生) 현상이 심화하는 가운데 산부인과는 1천397개에서 1천319개로 78개(5.6%)가, 소아청소년과는 2천200개에서 2천147개로 53개(2.4%)가 줄었다.

특히 울산시민으로서 눈여겨볼 과목은 소아청소년과다. 지역별 대비에서 소아청소년과는 광주(-27.6%) 울산(-20.0%), 전남(-16.1%) 순으로 감소세가 두드러졌다. 다행히 산부인과 감소에서는 울산이 앞자리는 차지하지 않았다.

10년 새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가 모두 늘어난 곳은 세종과 경기뿐이었다. 경기는 산부인과가 286개에서 292개로, 소아과가 632개에서 674개로 늘었다. 세종은 산부인과가 2개에서 9개, 소아과가 4개에서 25개로 늘었다. 이는 인구 증가세 덕분일 것이다.

심평원의 ‘의원 표시과목별 진료 인원 통계’에 따르면, 지난 5년 새(2017∼2021년) 소아청소년과 진료 인원은 24.6%, 산부인과는 3.3% 줄었다. 수요와 수익 감소는 이들 과목의 전공 기피로도 이어져 상급병원의 진료 공백도 현실화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3년 97.4%였던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충원율은 올해 상반기 16.3%로 떨어졌고, 산부인과 전공의 충원율도 상반기 71.9%에 그쳤다.

1946년에 문을 연 한국 최초 어린이 전문병원인 서울 ‘소화아동병원’이 휴일 진료 중단 소식을 알린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의대생들이 소아청소년과를 꺼리는 것은 ‘돈 안 되고 힘만 드는’ 전공 특성 탓이 크다고 한다. 높은 수입과 워라밸이 보장된 이른바 ‘피안성’(피부과·안과·성형외과)는 사뭇 대조적이다.

응급 환자가 병상이 없어 구급차에서 떠돌다가 목숨을 잃는 ‘뺑뺑이 사망’ 사건이 소아청소년과·산부인과에서 생기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다. 정부 차원의 대책이 그래서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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