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울산의 꿈·희망·미래를 연주하고 싶다
우리는 울산의 꿈·희망·미래를 연주하고 싶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3.05.31 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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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아절현(伯牙絶絃)’이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중국 춘추시대 백아(伯牙)와 종자기(鐘子期) 사이에 얽힌 이야기에서 유래됐다. 백아의 거문고 타는 소리를 제대로 들어준 이는 종자기였다. 그런데 어느 날, 종자기가 병으로 세상을 떴다.

백아는 종자기의 무덤으로 가서 마지막 거문고 연주를 한 뒤 줄을 끊어버렸다. 더 이상 자신의 거문고 소리를 알아주는 이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마음이 서로 통하는 친구라는 뜻에서 지음(知音)이라는 말도 백아절현에서 비롯됐다.

지금 울산이 지음을 잃을 위기를 맞았다. 스스로 끊은 백아절현이 아니라 타의에 의한 강제적 끊김이다. 울산 역사의 한 부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울산대학교의 어처구니없는 처사가 지역사회에 큰 파문을 불러왔다. 울산대는 내년 예술대학 음악학부의 관현악 전공 신입생 모집을 중지하는 조치를 취했다. 신입생 모집 중지는 대(代)를 끊겠다는 뜻이나 다름없다.

지금 재학 중인 학생들이 졸업하면 울산대 관현악의 역사는 뒤안길로 사라진다. 문제는 울산대에 국한된 사안이 아니라는 것이다. 울산대 관현악 전공이 사라지면 그 영향이 다른 곳으로도 파급된다. 우선, 울산대를 목표로 했던 초중고생들의 혼란이 불가피할 것이며, 무엇보다 관현악은 물론 울산의 문화예술 전반에 악영향을 초래할 것이다. 울산의 문화예술계가 앞다퉈 울산대의 신입생 모집 중지 결정을 규탄하고 나선 것도 그 때문이다.

15년 전, 울산 유일의 종합대학인 울산대에 음악대학을 만들기 위해 앞장섰던 문화예술계는 배신감을 토로할 정도로 격앙된 상태다. 코로나 사태 등으로 신입생 충원이 원활하지 않았을 뿐인데 그것을 빌미로 신입생 모집을 중지한다는 것은 음악학부 전체 폐지를 염두에 둔 발상이 아니겠느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경제 논리만 앞세운다는 비난이 거세다는 것을 울산대는 알아야 할 것이다.

물론, 울산대 입장에서도 불가피한 측면이 있을 수 있다. 갈수록 신입생 모집에 어려움이 있고, 지방대학이 생존하기 힘든 환경이 바윗덩어리처럼 무겁게 다가올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울산대가 울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너무 가볍게 여기는 게 아닌지 모르겠다. 적어도 울산대가 경제 논리를 앞세우기 이전에 신입생 모집 중지와 폐과 등이 울산에 불러일으킬 파장을 세심하게 고려했다면 지역사회가 거세게 반발할 결정을 섣부르게 하지 않았을 것이다.

관현악을 비롯한 음악은 물론 문화예술 전반은 뱃속 허기를 달래는 밥줄 이전에 마음을 밝고 맑고 평안하게 만드는 영혼의 울림이다. 웅장한 관악과 애절한 현악의 소리가 울산대 관현악 폐지로 더 이상 울산에서 들리지 않을 수 있다는 끔찍한 상상이 현실이 되지 않길 모두가 염원하고 바라고 있다는 것을 울산대는 알아야 할 것이다.

학과 유지에 어려움이 있다면, 무엇이 필요한지 지역사회에 공론화시키고, 공감을 얻는 지성의 전당다운 처신을 해야 한다. 지역사회에 갈등과 대립을 불러일으키면서 울산대가 얻을 이득은 그리 크지 않아 보인다. 음악 다음에 미술, 디자인 등으로 연쇄적인 후폭풍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누가 보장할 것인가.

대학의 경제도 중요하지만, 대학의 결정이 몰고 올 지역사회의 파장도 충분히 생각했으면 좋겠다. 가뜩이나 힘겨운 생존의 길에 내몰리면서 지역의 문화예술 진흥과 발전을 위해 애쓰는 많은 사람에게 비수를 꽂지 않길 바란다. 우리 울산광역시의회에서도 이 문제를 관심과 애정을 갖고 지켜볼 것이다. ‘관현악 신입생 모집 중지는 법정 문화도시에 퇴행하는 처사’라고 일갈한 박정은 학생회장의 말을 곱씹어봐야 할 것이다.

바둑 격언에 ‘부득탐승(不得貪勝)’이라는 말이 있다. 승리를 탐하면 이길 수 없다는 뜻이다. 울산대가 관현악 폐지로 무엇을 얻을지 알 수 없지만, 소탐대실(小貪大失)하지 않길 바랄 뿐이다. 울산대는 울산대만의 것이 아니다. 우리는 울산의 꿈·희망·미래를 우리의 손으로 연주하기를 간절히 원한다.

김기환 울산광역시의회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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