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온이의 깜찍한 발상
나온이의 깜찍한 발상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3.05.22 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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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울산 생물다양성탐사’가 5월 20~21일 이틀간 울주군 선바위 일원에서 진행됐다. 계절이 여름의 문턱인지라 파랑새, 꾀꼬리, 뻐꾸기 소리가 간간이 들렸고, 제비도 높이 날고 있었다.

생물 다양성 탐사는 24시간 동안 전문가의 지도와 안내로 참가자와 함께 분류군별로 종을 확인하고 마릿수(조류의 경우)를 기록하는 일이다. 그 뒤에는 다 같이 모여 경험을 나누고 관심을 가지는 생태과학 참여활동 프로그램이 바로 생물 다양성 탐사다.

필자는 조류전문가로서 동참했다. 선바위 일원의 탐사는 2018년과 2019년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였다. 참석자는 대부분 부모와 그 자녀인 초등학생들이었다. 봄의 끝자락에서 맞이한 신나고 알찬 행사였다.

첫날, 새를 비유해서 지은 ‘뱁새가 황새를 따라가다가 가랑이 찢어진다’는 속담을 빌어 이야기했다. 작은 새와 큰 새의 비유, 능력의 비유, 각자 존재가치의 비유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다. 모두가 귀를 기울여 가만히 듣고 있었다. 그중 한 어린이가 부모와 조금 떨어져 관심이 하나도 없는 듯 꼬챙이로 개미구멍만 콕콕 찌르고 있었다.

어머니가 가까이 다가가 말을 건넸다. “나온아, 선생님이 뱁새가 황새걸음을 따라가다 보면 가랑이가 찢어진다고 말씀하시잖아, 이리 가까이 와서 잘 들어야지.” 나온이는 고개를 숙인 채 멈추지 않고 하던 일에만 매달리고 있었다. 그러던 나온이가 갑자기 엄마와 눈을 마주치며 들릴 듯 말 듯 한마디 했다. “뱁새가 가랑이 찢어지지 않게 날아가면 되잖아요? 왜 걸어가려고만 해요?”

박 나온이는 초등학교 1학년 어린이다. 나온이의 발상에 필자도 깜짝 놀랐다. 고정관념에 빠져있던 필자는 손뼉을 치며 칭찬을 해주었다. 나온이 부모의 얼굴에도 미소가 꽃잎처럼 번졌다. 하지만 새를 좋아하는 나온이는 장래의 꿈이 새 박사가 아니라 기관사라고 했다.

<화엄경>에는 ‘모두가 그릇으로 음식을 먹지만, 그릇 속에 담긴 음식은 각각 다르다(共同一器食 所食各不同)’라는 말이 있다. 지금까지는 이 속담을 고정관념 속에서 해설을 해왔다. 필자를 고정관념에서 벗어나게 해준 것은 나온이의 말 한마디였다. 나온이의 발상은 나중에 소개할 생각이다.

‘팔십 노인도 세 살 먹은 아이한테 배울 것이 있다’라는 속담이 새삼스러웠다. 첫날도 좋은 답변에 감탄했는데, 둘째 날도 좋은 질문에 또 한 번 감탄했다. “선생님, 새들이 숲속으로 빠르게 날아가서 잘 볼 수가 없어요. 왜 빨리 날아가죠?” 그렇다. 황새, 두루미, 독수리 등 대형 조류를 제외하면 새는 대부분 빠르게 날고 스쳐 지나간다. 포식자로부터 목숨을 지키려는 본능적 행동이다. 새들의 지저귐이 숲속에 많은 것은 숲속이 안전하기 때문이다.

어린이의 질문은 눈높이 설명이 필요하다. 이번 행사에서 죽은 나무에 구멍을 판 딱따구리의 둥지를 설명했다. 모두가 숨죽여 들었다. 딱따구리의 먹이와 둥지를 위한 일이라며 죽은 나무를 그대로 두어야 하는 이유와 가치를 설명했다. 도시 어린이들이 쉽게 볼 수 없는 제비집 설명도 했다. 때마침 새끼제비가 노란 주둥이를 벌려 어미로부터 먹이를 받아먹는 장면을 보고는 모두가 탄성을 질렀다.

20일에는 36종의 새 177마리를 탐사했다. 21일은 26종 142마리를 탐사했다. 그 결과 기러기목을 비롯해 닭목, 사다새목 등 10목의 새를 관찰할 수 있었다. 다시 오릿과를 비롯해 꿩과, 후투티과, 백로과 등 22과로 나누었다. 멧비둘기, 까치, 참새, 딱새와 같은 텃새와 백로, 꾀꼬리, 파랑새, 뻐꾸기, 제비와 같은 철새, 그리고 청둥오리, 민물가마우지, 흰뺨검둥오리, 할미새, 물총새 등 물새도 탐사했다. 모두 해서 38종 319마리로 집계됐다.

참새와 뱁새가 각각 40마리(12.6%)로 공동 1위를 차지했고, 32마리의 까치와 30마리의 직박구리가 각각 2위와 3위를 하면서 우점종(優占種)으로 기록됐다. 텃새인 뱁새, 참새, 직박구리가 우점종으로 확인된 것은 참 공교로운 일이었다.

김성수 울산학춤보존회 고문, 조류생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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