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디언즈 오브 갤럭시:Volume3 - 이게 마블이지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Volume3 - 이게 마블이지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3.05.18 2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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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Volume3'의 한 장면.

코믹스(만화책) 시절엔 어땠는지 모르겠지만 영화화된 마블과 DC는 색깔이 분명하다. 마블이 상대적으로 가볍고 유쾌하면서 색감이 알록달록 예쁜 편이라면 DC는 반대로 무겁고 진지하면서 화면톤도 어두운 편이다. 2006년 개봉작인 <수퍼맨 리턴즈>같은 작품을 보면 DC도 처음부터 그렇게 다크함(어둠)을 추구한 것 같진 않아 보이는데 그로부터 2년 뒤 개봉한 희대의 명작 <다크 나이트>의 저주에 걸려 다크함을 시그니처로 계속 밀게 된다. 배트맨의 이야기를 다룬 <다크 나이트> 3부작의 대성공으로 DC '저스티스 리그'의 시작점이 된 2013년 <맨 오브 스틸>의 방향이 완전히 틀어져 버린 건 익히 알려진 사실. 그러니까 <수퍼맨 리턴즈>와 달리 화면톤을 어둡게 깔고 신과 인간의 관계에 대한 철학적인 메시지를 잔뜩 입힌 것이다.

그랬거나 말거나 작금의 가볍고 밝고 유쾌한 마블의 분위기도 따지고 보면 만들다 보니 그렇게 된 거지 원래 그런 건 아니다. 마블 '어벤져스'의 시작점이 2008년 <아이언맨>이고, 지금도 여전히 마블 최고의 인기 캐릭터인 아이언맨(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이 워낙에 유쾌하고 밝으면서 위트가 넘치는 탓에 그렇게 방향이 잡힌 것. 비록 추측에 가깝긴 하지만 마블 슈퍼히어로 캐릭터들을 낱낱이 들여다보면 어느 정도 설득력을 얻게 된다.  

이쯤에서 밝히지만 개개인이 갖고 있는 상처로 따지면 마블 캐릭터들도 DC 못지 않다. 아니, 어쩌면 더 할 수도 있다. 선봉장인 아이언맨만 해도 부모님을 비명에 보낸 아픈 과거가 있고, 비슷한 상처를 스파이더맨(톰 홀랜드)과 토르(크리스 햄스워스)도 갖고 있다. 토르는 얼마 전 여친인 제인(나탈리 포트만)까지 하늘나라로 보냈다. 지난해 개봉한 <토르:러브 앤 썬더>에서. 그건 캡틴(크리스 에반스)도 마찬가지. 오죽했으면 그는 2019년 <어벤져스:엔드게임>의 마지막 장면에서 인피니티 스톤을 다시 원래대로 갖다 놓기 위해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가서는 슈퍼히어로의 삶이 아닌 이미 죽은 페기(페일리 앳웰)와의 평범한 인생을 선택하게 된다. 헐크(마크 러팔로) 역시 과거의 연인 베티(리브 타일러)와 함께 할 수 없었던 상처를 갖고 있고, 새 연인이 될 뻔한 나타샤(스칼렛 요한슨)는 스톤을 다시 모으는 과정에서 떠나보내야 했다. 나타샤만 해도 2021년 개봉한 <블랙 위도우>에서 어릴 적 가족으로부터 버림을 받았던 그녀의 오랜 상처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이런 데다 최근 개봉한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Volume 3>에서마저 마블은 상처투성이로 살아가는 슈퍼히어로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익히 알려진 대장 스타 로드(크리스 프랫)의 아픈 가족사에 타노스(조슈 브롤린)에 의해 고향 행성 주민 절반이 살육을 당하고 부모까지 잃은 가모라(조 샐다나)와 네뷸러(카렌 길런) 자매, 거기다 타노스에 의해 딸을 잃은 드랙스(데이브 바티스타)까지. 하. 근데 이번 3편에선 믿었던 로켓(브래들리 쿠퍼)마저 어마어마한 상처를 안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됐다. 그랬다. 하이 레볼루셔너리(추쿠디 이우지)라는 악마 같은 우생학(유전자를 개량하는 학문) 신봉자에 의해 온갖 실험과 학대를 당하면서 너구리에서 인간처럼 말하는 로켓이 된 그의 상처는 과정이 고스란히 드러났다는 점에서 그 아픔은 가히 역대급이었다. 조금 까칠하긴 했지만 농담도 잘 하고, 장난도 잘 치고, 호탕하게 웃어재꼈던 로켓이었는데 말이지. 이젠 베이비 시절부터 틈만 나면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들어대며 춤을 췄던 그루트(빈 디젤)만은 부디 그런 아픔이 없길 바랄 뿐이다.

어쨌거나 저쨌거나 이 정도면  마블의 슈퍼히어로들이 얼마나 아픔이 많은 존재들인지는 충분히 아셨을 터, 그런데도 다들 한결같이 밝고 유쾌하며 어떤 상황에서도 위트를 잘 잃지 않는다. 화면톤까지 밝고 예쁘다. 이게 마블이다. 또 인생이다. 누군가 말했지 않나. "인생이란 폭풍우가 지나가길 기다리는 게 아니라 빗속에서 춤을 추는 것"이라고. 결국은 하기 나름이라는 것. 상처로 곪아 있어도 웃고 떠들고 춤추고 노래하는 건 결국 스스로의 '선택'이라는 거다. 마블과 DC가 서로 다른 선택을 했듯이. 다만 남들 앞에선 마블이 좀 더 보기 좋을 뿐. 때문에 마블은 DC보다 이타적이다. 아파도, 힘들어도 관객들을 위해, 혹은 상대방을 위해 웃어주니까. 해서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도 영웅이지 않을까. 마치 로켓처럼. 영웅이 뭐 별 건가. 

그러거나 말거나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시리즈는 그런 이유 말고도 우리가 춤추고 노래하고 웃어야 할 이유를 한 가지 더 제시하고 있다. 3부작이 마무리될 때까지 쉴새 없이 웃고, 떠들고, 춤추고, 노래하면서 결국 '끝내주는 노래 모음' 3집까지 발매한 이 은하계 수호자들(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은 혹시 이 말을 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아무리 이 우주가 지랄맞게 넓고 신박해도 춤과 노래, 웃음이 없으면 대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안 그래요? 훗." 2023년 5월 3일 개봉. 러닝타임 150분.  

이상길 취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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