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회 한센인의 날을 맞이하여 - 한센인은 우리의 소중한 이웃 -
제20회 한센인의 날을 맞이하여 - 한센인은 우리의 소중한 이웃 -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3.05.16 2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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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7일은 ’제20회 한센인의 날‘이다. 우리 정부가 한센병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차별을 없애기 위해 2004년부터 국립소록도병원 개원일인 5월 17일에 맞춰 지정한 날이 바로 ’한센인의 날‘이다. 이날은 전국의 한센인들이 국립소록도병원을 찾아가 한동안 보지 못했던 친지들을 만나고 한센인의 삶과 역사도 재조명하는 화합의 장이 펼쳐진다. 그동안은 코로나-19사태로 기념행사가 국립소록도병원에서 열리지 못했으나 올해는 기념행사가 실로 3년 만인 5월 16일, 이곳에서 열릴 수 있었다.

한센병을 일으키는 나균(Mycobacterium leprae)은 1873년 노르웨이의 한센(Hansen)에 의해 최초로 발견되었다. 발견 당시에는 이 균은 한센병의 원인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러나, 1879년 독일의 나이셀(Neisser)에 의해 나균의 발견이 공식적으로 확인되었다. 나균을 차음 발견한 한센의 업적을 기념하고 차별·편견을 해소하기 위해 「전염병 예방법」이 개정되었고, 이 개정법률에 따라 2000년부터 나균에 의한 병을 ’한센병‘이라 부르게 되었다.

한센병은 나균이 체내로 침투해 감각을 마비시키고 피부나 손발을 변형시키는 감염병이다. 이 병은 상처와 상처의 접촉 등 나균이 혈액 속에서 감염되어야 발생하며, 치료가 잘 되어 ’음성‘이 되면 일상생활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러나 한센병에 대한 정보가 부족했던 시절에는 유전병으로 여기기도 했고, 바이러스처럼 접촉만 해도 쉽게 전염되는 것으로 알려져 환자가 방에서 나오지도 못하고 가족들마저 동네 사람들과 거리를 두어야만 했다.

그리고 한센병 환자들은 치료나 격리 생활을 하러 소록도나 시설로 가서 치료해야 했고, 치료가 끝난 후에도 한센병의 이력과 몸에 남은 흔적 때문에 일상으로의 복귀가 어려워 격리된 생활을 해야 했다. 취업을 할 수 없었기에 주로 농축산업에 매달렸으나 한센병 환자가 길렀다는 이유로 제값을 받지 못하거나 아이를 낳아도 함께 생활하지 못하고 격리해야 하는 아픔을 겪어야만 했다.

세계보건기구(WHO) 통계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매년 약 21만 명이 한센병 진단을 받고, 이들 중 최대 50%가 우울증이나 불안증세와 같은 정신건강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 또한, 자살 위험성도 증가하고 있어 아직껏 공중보건 측면에서 장애 예방 및 재활 등 지속적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보고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한센병 유병률은 2021년 말 기준 인구 1만 명당 0.02명으로 선진국과 비슷한 관리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적은 숫자이지만 외국인을 중심으로 신환자 발생이 지속되고 있어 정부는 선진국 관리수준을 유지하기 위한 종합적인 관리계획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한다.

우리 울산에서는 현재 73명의 감염자가 등록되어 있고, 균의 동태는 모두 음성이자 비활동성이어서 전염력은 없다. 한센병 등록자의 투약치료, 재발관리를 위해 한국한센복지협회 울산경남지부에서는 정기적 이동 진료를 연 30회 실시하고 있다. 또 대상자의 장애 예방과 재활관리를 돕기 위해 재활 보장구를 지원하고, 한센병 환자 조기발견과 전파 예방을 위해 이동 검진과 함께 한센병 예방 교육과 홍보사업도 병행하고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생계급여와 의료급여 대상에서 제외된 분들 가운데 중위소득 60% 이하인 분에게는 ‘재가 한센인 생계비’를 지원하고, 과거 한센인 피해사건의 피해자로 인정받은 분에게는 피해자 위로금을 지원하여 생활안정을 돕고 있다.

지금 우리 시의 한센인 정착촌에서는 대부분 연로하신 분들이 생활하고 있다. 이분들은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한센병에 걸려 평생을 고생하신 분들이다. 앞으로 한센인들의 삶이 더 행복해질 수 있도록 일상에서 손을 잡아주어 참여기회를 늘려드려야 한다. 오늘 한센인의 날을 맞이하여 이분들도 우리의 소중한 이웃임을 잊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유점숙 울산시 감염병관리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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