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사랑
올리사랑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3.05.07 2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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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을 알리는 꽃들이 이어달리기라도 하는 듯이 여기저기서 피어나고, 연둣빛 잎사귀들이 눈부신 어느 봄날 만났던 여행가이드의 이야기이다.

광주가 고향인 그는 30여년 전부터 여행안내 일을 하고 있었다. 어느 날 그의 부친이 지병으로 쓰러지셨는데, 다행히 서울에 있는 S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살아나실 수 있었다. 그때부터 그의 직업은 세 가지가 되었다. 부친의 병원비를 벌기 위해서였다.

그는 한 달에 500만원이나 되는 돈을 보내기 위해 밤잠을 설쳐가며 일했다. 부친은 어느 정도 회복이 되어 퇴원하셨는데 또다시 쓰러져 입원하셨다. 그 이후 위독해지셔서 그가 멀고 먼 길을 급히 달려갔는데 기적적으로 다시 살아나셨다. 두 번째로 부활을 하신 셈이었다.

그 후에도 그는 계속해서 부친의 병원비를 벌기 위해 구슬땀을 흘려야 했다. 몇 년의 세월이 흘러 이번엔 정말 돌아가실 것 같으니까 마음 단단히 먹고 오라는 말을 듣고 한달음에 달려갔다. 하지만 그때도 부친은 다시 살아나 부활하셨다.

공항으로 향하는 그의 발걸음은 천근만근이었다. ‘병원비를 벌기 위한 일을 내가 언제까지 버티며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스치는데 그게 그렇게 죄스럽게 느껴졌다고 그는 회상했다.

지인들은 그를 보고 효자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아니라고 단언했다. 그러고 보니 진정한 효자들 가운데 본인이 효자라고 말하는 이들은 없었던 것 같다.

가이드가 자식 된 도리를 다한 헌신적인 모습을 떠올리면서 ‘만약 내가 그였다면 부모님께 그렇게 할 수 있었을까’ 하고 스스로 질문을 던져보았다.

분주하게 사느라 때로는 기본적인 도리조차 제대로 못 하고 살 때가 종종 있었다. 그러기에 오월이 되면 부모님에 대한 연민과 후회 그리고 죄책감 등의 감정들이 가슴속에서 파문을 일으켜서 마음이 더 바빠지기도 하는 것 같다.

부모님은 자식에게 바라는 것 없이 평생을 그저 사랑만 베푸는 분이다. 그런 당신의 마음을 때로는 헤아리지 못하고 아프게 했던 것이 후회된다. 아기를 낳고 키우면서 부모가 되어서야 비로소 당신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헤아릴 수 있게 되었다.

나의 아버지는 20여년 전에 사고를 당해 자식들의 간호도 한 번 못 받아보고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머나먼 길을 떠나셨다. 그런 당신이 사무치게 그리워질 때가 많다. 그런 날은 나도 모르게 눈가에 촉촉한 무언가가 흘러내린다. 그럴 때면 하늘나라에서 언제나 나를 지켜주시다가 어느새 내 곁에 다가와서 어깨를 토닥토닥 두드려주시는 것만 같다.

살아계시는 동안 효도를 못 했기에 이토록 그립고 후회가 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나는 언제나 어머니 입장만 생각하고 아버지가 잘못하는 점을 버릇없이 나무라는 버릇없는 딸이었다. 그런데도 아버지는 지인에게 “딸이 참 좋습니다”라는 말씀을 하셨다는 것을 당신이 돌아가시고 난 뒤에 듣게 되었다.

김현승 시인의 ‘아버지의 마음’이라는 시가 떠오른다.

“바쁜 사람들도/ 굳센 사람들도/ 바람과 같던 사람들도/ 집에 돌아오면 아버지가 된다./ (중략) 아버지의 눈에는 눈물이 보이지 않으나/ 아버지가 마시는 술에는 항상/ 보이지 않는 눈물이 절반이다./ 아버지는 가장 외로운 사람이다./ 아버지는 비록 영웅이 될 수도 있지만……. (하략)”

‘올리사랑’은 부모에 대한 자식의 사랑이라는 뜻이다. 부친의 병원비를 마련하기 위해 밤잠을 설치면서 일을 했던 가이드의 효심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것 같다.

천애란 사단법인 색동회 울산지부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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