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아버지 되기가 쉽지 않네!
좋은 아버지 되기가 쉽지 않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3.04.30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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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은 ‘가정의 달’이다. 이 시대 엄마는 힘들다. 일과 육아(育兒)를 동시에 해야 하기에. 게다가 부모님 돌봄 노동까지 한꺼번에 맡게 되면 현대 여성의 고단한 삶은 최고조에 다다른다. 하지만 표현을 안 해서 그럴 뿐이지, 아빠도 힘들다. 변화한 사회에서 남자도 육아와 가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나름대로 한다고 하지만, “앞집 아빠는 요리도 잘하고 청소도 잘하고 아이랑도 잘 논다는데, 당신은 왜 그래요?” 하는 아내의 말을 듣고 속이 상하는 아빠도 많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0.78명을 기록했다.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중 최하위다. 합계출산율이 ‘1’에 미치지 못하는 곳은 우리나라뿐일 정도로 심각하다. 대한민국의 인구수는 2021년 처음으로 줄어들기 시작해 급격한 인구절벽을 마주하고 있다. 한국경제 상황도 녹록지 않다. 최근 OECD가 발표한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1.6%로 하향 조정되었다. 다른 주요 선진국들의 전망치가 상향 조정되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여타 다른 국제기구도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줄줄이 낮추고 있다.

경제적 위기에 더해 대한민국의 저출산·초고령화 문제, 지방소멸과 균형발전의 문제, 세대갈등 문제 등 사회 전반의 복합적인 위기도 현실로 다가왔다. 대내외적으로 철저한 구조개혁과 혁신이라는 뿌리가 없으면, 우리는 커다란 폭풍 속에서 온전할 수 없다. 지금이라도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위기를 직시하고, 고통스러운 혁신 노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그러니 아빠도 많이 힘들 수밖에 없다.

우리 세대는 평균적으로 자식이 둘이다. 작금의 젊은 세대는 자식이 달랑 하나다. 그런데 우리 부모님 세대는 어떻게 5남매, 7남매, 심지어 10남매까지 기르셨을까? 아들은 아버지의 등을 보고 자란다. 얼굴이 아니고 등이라니, 측은함이 느껴진다. 우리나라 가족 형태는 ‘부친 고립형’이 가장 많다. 대다수 가정에서 아이들과 엄마 사이는 정서적 친밀감이 높은 반면, 아버지는 그렇지 않다. 아이뿐만 아니라 아내와의 관계에서도 소외감을 느끼는 남자가 많다. 이렇게 된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다. 그중 투사(投射)라는 방어기제를 들 수 있다. 투사란 프로이트 심리학에서 중요한 개념으로 ‘내가 느끼는 감정을 타인에게 전가하는 심리’를 뜻한다.

가족 사이에는 무의식적인 투사가 빈번히 일어난다. 예전 아빠는 자식을 칭찬하는 데 인색하고 잘못만 지적하며 불만을 표출할 때가 많았다. 근원을 찾아가 보면 자식이 문제가 아니라 자존감이 낮은 아빠의 투사가 원인일 수 있다. 이런 투사가 아버지와 자식 간에 주된 소통 방식이 될 때 점점 거리가 멀어질 수밖에 없다. 남자의 소통 방식도 관계를 어렵게 한다. 개인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문제가 생겼을 때 여성은 대화로 풀어나가고 남자는 침묵으로 회피하는 경향이 있다. 그렇게 불통(不通)이 쌓이다 보면 가족 간 거리는 멀어진다.

그런데 부친 고립형의 원인이 오롯이 투사와 같은 부정적 방어기제를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고 소통에 서툰 아빠만의 탓일까? 가족 관계에서 생기는 문제는 절대 개인 탓은 아니다. 가족 사이에서 발생하는 문제는 이전 세대까지 들여다보며 성찰해야 한다. 현재 시점만이 아니라 부모가 어떤 가정환경에서 성장했는지까지 살펴보면 문제의 원인이 더 잘 드러날 수 있다. 특히 아버지의 어릴 적 환경이 더 적용된다. 요즘은 ‘쉬쉬’ 하며 넘길 필요가 없다.

좋은 부모는 자기가 물려받은 카르마(Karma)를 자녀에게 물려주지 않는다. 카르마는 미래에 선악의 결과를 가져오는 원인이 되는, 몸과 입과 마음으로 짓는 선악의 소행이다. 불교에서 말하는 업(業)이다. 애정 결핍, 강압적인 태도, 자식을 향한 과대한 기대가 세대를 넘어 이어지고 있는지 스스로 되돌아보자. 21세기의 ‘강한 아버지’란 가족에게 최선을 다하는 아버지다. 내면을 성찰하고 자식과 열린 마음으로 소통하며, 때로는 존경받을 수 있도록 권위도 갖춰야 한다. “나는 어땠지?” 헛웃음만 나온다. 좋은 아버지 되기가 쉽지 않다.

이동구 본보 독자위원장·RUPI사업단장, 4차산업혁명 U포럼 위원장, 한국화학연구원 전문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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