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속으로 파고든 마약! 철저히 대비를
일상 속으로 파고든 마약! 철저히 대비를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3.04.23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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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나라 이야기인 줄로만 알았던 마약 관련 소식이 최근 심심찮게 들려오면서 우리 사회에서 큰 이슈가 되고 있다. 서울 대치동 학원가의 마약음료 사건과 유명 남자배우의 마약류 투약 사건이 대표적일 것이다.

울산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1∼3월에 검거된 울산지역 마약사범은 총 42명으로 작년 같은 기간(38명)보다 10.5%나 늘었다. 또 지난해 마약류 검거 인원은 총 220명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 같은 추세라면 올해 이 기록이 또다시 경신될지도 모른다. 더 큰 문제는 마약류가 최근 10대를 중심으로 크게 확산하고 있는 일이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전국 기준 10대 마약사범은 2017년 119명에서 2022년 481명으로 4배나 증가했다. 여학생들에게 ‘살 빠지는 약’으로 알려진 ‘식욕억제제’와 수험생들에게 ‘공부 잘하는 약’으로 알려진 ‘주의력결핍치료제’가 불법 유통된 후 오·남용돼 사고를 일으키는 사례도 종종 발생하고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마약사범의 주된 연령층이 2020년 이후 30~40대에서 20대 이하로 젊어지면서 고등학생 마약 판매책까지 등장했다.

마약은 술이나 담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중독성이 강해 한 번 손을 대면 끊기가 힘들다고 한다. 필로폰 사용 1회당 분비되는 쾌락 호르몬 ‘도파민’의 양은 평소의 수천 배에 이르고, 이는 평생 나오는 도파민의 총량보다 많은 수치여서 단 1회 사용만으로도 중독자가 될 수 있다.

뇌 발달이 완성되지 않은 청소년에게 마약이 치명적인 것은 아주 짧은 시간에도 뇌 구조를 변형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미국에서 유행하는 ‘펜타닐’은 필로폰의 약 100배나 독해서 중독된 청소년들이 목숨을 잃는 사례까지 발생하고 있다.

마약은 한 사람만의 중독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마약을 사기 위해 이른바 ‘원조교제’, ‘조건만남’ 등의 성범죄에 빠지기도 하고, 마약에 취한 채 일으킨 이상행동이 선량한 시민을 사망에 이르게 하기도 한다. 시민들의 일상까지 파고든 마약은 이제 특수계층뿐만 아니라 주부에서 청소년들까지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환경이지만, 우리 사회의 대응은 여전히 미흡해 보인다.

최근 울산시교육청은 마약류 등 유해 약물로부터 안전한 학교를 만들고자 ‘청소년 유해 약물 협의체’를 구성해 지난 2월부터 운영하고 있다. 그런데, 그 구성 현황을 보면 교육지원청, 울산시청, 울산경찰청, 울산시약사회, 남구·중구 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는 있어도 북구 관련 기관은 없다. 더욱이, 지난달 발표된 ‘제8기 울산 북구지역 보건의료계획’에서도 날이 갈수록 심각해지는 마약이나 스마트폰 중독에 대한 대책은 보이지 않는다.

정부가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하며 강력한 단속 의지를 보이고는 있지만, 처벌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것이 분명하다. 마약은 재범률이 높은 범죄로 반복의 사슬을 끊기 위해서는 예방과 치료를 강화해야 한다. 북구도 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를 설치해 중독환자를 마약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돕고 청소년들이 마약에 노출되고 중독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또한, 센터를 중심으로 민관 협력체계를 구축해 치료와 재활·예방 교육을 하고 전문교육 인력을 양성하는 등 구체적이고 실용적인 중장기대책을 마련해 지역 보건의료계획에 포함시켜야 한다.

2015년 마약 예방 국제표준보고서에 따르면, 마약류 오·남용 예방에 사용한 1달러는 앞으로 보건·사회적 범죄 비용을 10달러 줄이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우리의 일상생활을 위협하는 마약류의 확산을 저지하려면 관련 예산을 확보하고 인력을 충원하는 등의 준비를 해야 한다. 마약범죄의 사전 차단을 위해 학교·부모·주변인들도 적극적인 관심을 가지고 이끌어주어야 미래를 책임질 청소년들에게 깨끗하고 안전한 사회환경을 만들어 줄 수 있을 것이다.

1천600만명이 관람한 영화 ‘극한직업’에는 우리에게 친숙한 치킨을 이용해 마약을 배달하는 장면이 나온다. 지금부터 치밀하게 대비하지 않으면 영화 속 상황이 현실이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손옥선 울산시 북구의회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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