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3- UAE에서 바라본 대한민국
-263- UAE에서 바라본 대한민국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3.04.19 23: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방송에서만 접했던 미지의 세계 아랍에미리트(UAE)에 실제로 가보니 생각보다 훨씬 더 발전되어 있는 첨단의 세상이었다. 1998년 울산 앞바다에서 소량의 가스층을 발견해 95번째 산유국이 되긴 했지만, 자원이 부족한 한국은 오로지 기술개발을 통해 발전해야만 했다. 반면, UAE는 꽤 많은 석유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는 산유국이라 특별한 기술개발이 없어도 국가 경제활동에 큰 지장이 없다. 7개의 토후국 연합으로 이루어져 있고, 적당한 경쟁과 협동으로 서열을 유지하며 살아가는 나라인 듯 보였다.

두바이에서 아부다비로 이동하다 보면, 도로 양쪽 주위에 사막이 끝나고 조경이 시작된다. 그 조경이 시작되는 경계부터가 아부다비 왕국의 시작이다. 담수 처리된 물을 끌어당겨 사막 조경에 필요한 물을 공급하는데 막대한 자본이 투입된다. 아부다비 왕국의 부(富)를 과시하기 위한 정부 정책이라니 상상을 초월한다. 영국 식민지에서 벗어나 70년대부터 유전 개발이 시작돼 식물이 살 수 없는 사막 위에 이룬 기적의 도시라는 점에서, 일본 식민지배와 6·25 전쟁으로 폐허가 된 땅 위에 새마을 운동을 통한 ‘한강의 기적’을 이룬 우리나라와 매우 유사한 점을 느꼈다. 하지만 자원이 부족한 대한민국은 오로지 기술개발에 혼신의 노력을 기울여 이룬 혁신이라는 점에서 분명 그 차이가 있다.

UAE는 거주인의 10%만 자국민으로 인정하고 그 국민의 90%가 공무원이라는 특이한 구조를 가진 나라라는 사실에 놀랐다. 워낙 다양한 민족과 인종이 모여 사는 나라라 그렇다고 한다. 일정 기간을 체류하거나 배우자 유무 등의 조건이 성사되면 인정해 주는 한국과는 다르다. 대한민국 남성이라면 태어남과 동시에 예외 없이 병역 의무가 있다는 사실에 이스라엘이나 특정 국가가 아닌 다음에야 누구든 경악할 일이 아니겠는가.

세계 최대 태양광 발전단지인 ‘솔라파크’를 방문했다. 총 발전 용량 1천MW를 목표로 이미 200MW급 발전소가 가동 중이며 현재도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뜨거운 태양과 쓸모없는 넓은 사막에 참신한 아이디어가 만나 성공한 사례가 아닐 수 없다. 두바이 정부는 앞으로 이보다 5배를 더 확장할 계획이다. 언젠가는 닥쳐올 오일머니 고갈에 대비한 투자다. 태양광 패널은 100% 중국에서 수입한다니 눈부시게 발전된 중국의 기술력에 놀랐다. 수십만 개의 태양광 패널 표면의 청소는 인간이 아닌 로봇이 한다. 중동의 조그만 국가로만 생각했는데, 엄청난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한국의 기술 수준이 아무리 높은들 자원을 수입해야 하는 구조와 낮은 인건비가 뒷받침되지 않는 이상, 중동에서 만리장성의 높은 벽을 넘어서는 게 쉽지 않을 듯하다.

한국의 기술이 이미 세계적인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UAE는 이미 많은 국가로부터 수준 높은 기술과 양질의 제품, 최첨단의 시스템을 공급받아 발전해 왔으며 국민도 꽤 높은 생활 수준을 누려 왔다. 우리나라 기업은 천연자원의 부족, 이미 일본을 제쳐버린 세계적 수준의 인건비, 강성 귀족노조에 의한 기업경영의 어려움, 중대재해처벌법을 비롯한 강도 높은 노동법 등 넘어야 할 산이 너무 많다.

이제 대한민국도 선진국 반열에 들어서면서 외국인 근로자와 동등한 인건비를 지급해야 하고 인권을 보호해야 하는 기업 현실 등 경영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내수시장에만 머문다는 것은 어리석은 판단일 수밖에 없다. 조금 더 멀리 내다보고 과감히 투자해서 해외 시장을 개척하지 않는 이상, 한국의 기업은 사형선고를 받은 것이나 다를 바 없다. 끊임없는 도전에 멀고도 험한 길이 예상되지만, 진정한 기업인이라면 극복해야 할 과제다.

심성훈 에이원유화㈜ 대표

 


인기기사
정치
사회
경제
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