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만나 세배 덕담… 설날은 겨레의 영원한 고향
서로 만나 세배 덕담… 설날은 겨레의 영원한 고향
  • 김영수 기자
  • 승인 2008.02.05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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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문화 가정 상차리기 체험.

설날이 되면 누구나 고향을 찾는 회귀성(回歸性)은 어디서부터 오는 것일까. 헤어졌던 가족들이 서로 만나고 이웃과 공동체의식을 다지는 설날이야 말로 우리들의 영원한 정신적 고향을 의미한다. 본래 설날은 먼저 간 조상신과 자손이 함께 하는 신성한 시간이라는 조상숭배와 효사상에 기반을 두고 있다. 국민 대부분이 고향을 찾아 떠나고, 같은 날 아침 차례를 올리고, 또 설빔을 입는다. 여기에서 우리는 같은 한국 사람이라는, 같은 한 민족이라는 일체감을 갖게 된다. 즉 단순한 명절 이상의 기능과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낯설다’의 ‘설’에서 ‘아직 익숙하지 않는 날’

설날의 어원에 대해서 다양한 학설이 존재하지만 크게 세 가지 정도로 정리할 수 있다.

우선 ‘낯설다’라는 말의 어근인 ‘설’에서 그 어원을 찾는 것이다. 즉 설날은 ‘새해에 대한 낯설음’과 ‘아직 익숙하지 않은 날’이란 뜻을 동시에 갖고 있다. 처음 가보는 곳, 처음 만나는 사람은 낮선 곳이며 낯선 사람이라서 설은 새해라는 정신적 문화적 충격이 커서 ‘설다’라는 의미로 붙여진 것이라고 한다.

다음으로 설날을 개시(開始)라는 뜻의 “선다”라는 말에서 어원을 찾아 ‘새해 새날이 시작되는 날’이라는 뜻으로 해석한다. ‘선날’이 시간이 흐르면서 연음화(連音化)돼 ‘설날’로 와전됐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설날을 ‘삼가다[謹愼]’ 또는 ‘조심해 가만히 있다’라는 뜻의 옛말인 “섧다”에서 그 어원을 찾기도 한다. 이는 설날을 한자어로 신일(愼日) 이라고 표현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신일이란 ‘삼가고 조심하는 날’이란 뜻으로 완전히 새로운 시간 질서에 통합되지 않았기 때문에 인간의 모든 언행을 삼가고 조심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생긴말이다.

6세기 이전 태음력 기준으로 제정

설날이 언제부터 우리 민족의 최대의 명절로 여겨지게 됐는지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알 수 없다. 그러나 설날을 명절로 삼기 위해서는 역법(曆法)이 제정돼야 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역법의 제정과 밀접한 관련이 있을 것이다.

진수의 ‘삼국지 (三國志)’에 이미 부여족이 역법을 사용했다는 사실과 신라 문무왕 대에 중국에서 역술을 익혀와 조력(造曆)했다는 기록이 있는 것으로 봐 우리나라가 나름대로 역법을 가지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신라의 독자적인 명절이라 할 수 있는 가위[嘉俳]나 수릿날의 풍속이 있었다는 사실에서도 우리 민족이 고유한 역법을 가졌을 가능성을 충분히 추측할 수 있다.

설날은 적어도 6세기 이전에 중국에서 태양태음력을 받아들인 이후 태양력을 기준으로 제정된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역사적인 기록을 통해서도 설날의 유래를 추측해 볼 수 있다. ‘수서(隨書)’를 비롯한 중국의 사서들에는 신라인들이 원일(元日)의 아침에 서로 하례하며 왕이 잔치를 베풀어 군신을 모아 회연하고, 이날 일월신을 배례한다고 기록하고 있다.

‘삼국사기(三國史記)’ 제사편에는 백제 고이왕 5년 정월에 천지신명께 제사를 지냈으며, 책계왕 2년 정월에는 시조 동명왕 사당에 배알했다고 전하고 있다. 이때의 정월 제사가 오늘날의 설날과 관련성을 직접적으로 확인 할 수는 없지만 정월에 조상에게 제사를 지냈다는 것으로 보아 오늘날의 설날과의 유사성을 짐작할 수 있다.

장유 (長幼)의 차이에 따라 소원 서로 축하

소원하는 일로 서로 축하하기

한 해의 행운을 조리로 일어 취하기

그믐날 잠을 자면 눈썹이 희어진다

설날의 세시풍속으로는 차례, 세배, 설빔, 덕담, 문안비, 설그림, 복조리 걸기, 야광귀 쫓기, 청참, 윷놀이, 널뛰기, 머리카락 태우기 등이 있다.

◆ 세배

세배는 섣달 그믐께나 정초에 친족과 웃어른을 찾아가서 문안하는 뜻으로 올리는 의례적인 인사다. 새해를 맞이하여 정월 초하루를 시작으로 정초에 하는 세배를 ‘새세배’라 하고, 섣달 그믐날께에 한 해가 저물어감을 아쉬워 올리는 세배를 ‘묵은세배’라고 한다.

섣달 그믐의 ‘묵은세배’는 하루해가 저문 뒤에 올리는 것이 보통인데, 송년(送年)의 인사와 아울러 지난 1년 동안 돌보아 준 은공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으로 올린다. 새해의 세배는 먼저 가족간에 올리고 나서 조상에 차례를 올리는 것이 보통이다.

동네의 웃어른을 찾아가서 세배를 올릴 때는 새해 차례를 올리고 나서, 상대방 집의 행사가 끝나 어른께서 세배를 받을 준비가 돼 있을 때 일찍 올리는 것이 예의이다.

◆ 덕담

덕담(德談)이란, 설날에 일가 친척들과 친구 등을 만났을 때 “과세 안녕히 하셨습니까?” “새해 복많이 받으십시오.” “새해에는 아들 낳기를 빕니다.” 등과 같이 그 사람의 신분 또는 장유 (長幼)의 차이에 따라 소원하는 일로 서로 축하하는 것을 말한다.

◆ 설빔

정월 초하룻날 아침에는 남녀노소 구분 없이 모두 일찍 일어나 세수하고 새옷을 갈아입 는데, 이것을 설빔[歲粧]이라고 한다. 이 설빔은 대보름까지 입는 것이 보통이다.

조선 순조때 사람 김매순이 한양의 연중행사를 기록한 ‘열양세시기(洌陽歲時記)’ 원일(元日)조에 따르면 남녀노소가 모두 새옷을 입는 것을 ‘세비음(歲庇陰)[설빔]’이라 한다고 기록했다.

◆ 문안비

설날에는 여자들은 세배를 하러 돌아다니지 않았다. 하지만 양반 가문의 부인들은 자기 대신에 잘 차려 입은 젊은 여종을 일가친척에게 보내 새해인사를 전한다. 이때 새해인사를 다니는 계집종을 일컬어 문안비(問安婢)라고 한다. 문안을 받는 집에서는 반드시 문안비에게 세배상을 한 상 차려 주며, 또 약간의 세뱃돈도 준다.

◆ 복조리

설날 이른 아침 또는 섣달 그믐날 밤 자정이 지나서, 대나무를 가늘게 쪼개어 엮어서 만든 조리를 사서 벽에 걸어 두는 풍습이 있는데, 이것을 복조리라고 한다. 전국에서 조리 장사가 이것을 팔기 위하여 초하루 전날 밤부터 밤새도록 인가 골목을 돌아다닌다.

이러한 풍속은 조리가 쌀을 이는 기구이므로 그 해의 행운을 조리로 일어 취한다는 뜻에서 비롯된 것이다.

설날에 1년 동안 사용할 조리를 그 수량대로 사서 방 한쪽 구석이나 대청 한 귀퉁이에 걸어 두고 하나씩 사용하면 1년 동안 복이 많이 들어온다는 민간 신앙도 있다.

◆ 야광귀 쫓기

설날 밤에 야광(夜光)이라는 귀신이 인가에 들어와 사람들의 신을 신어 보아서 자기 발에 맞으면 신고 간다는 속설이 있다. 만일 신을 잃어버리면 신 임자는 그해 운수가 나쁘다고 해 아이들과 어른들이 모두 신을 방안에 들여놓는다.

이날 밤에는 야광귀를 막기 위해 대문 위에다 체를 걸어 두니, 이것은 야광귀가 와서 체의 구멍을 세어 보다가 잘못 세어 다시 또 세고, 세고 하다가 신을 신어 보는 것을 잊어버리고, 새벽닭이 울면 물러가게 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 해지킴

섣달 그믐날 밤에 잠을 자면 눈썹이 희어진다고 했으며, 아이들이 졸음을 이기지 못해 잠들면 잠든 아이들의 눈썹에 떡가루를 발라 놀려줬다.

이것은 설맞이 준비가 바쁘니 이 한밤은 잠자지 말고 일해야 한다는 데서 생긴 말로 보인다. 섣달 그믐날을 자지 않고 새우는 것을 설을 지킨다는 뜻에서 ‘해지킴’ 또는 ‘수세(守歲)한다’고 한다.

◆ 이 외

그밖에도 설날 꼭두새벽에 길에 나가 처음 들려오는 소리로 한 해의 길흉을 점치는 ‘청참(聽讖)’, 장기짝같이 만든 나무토막에 오행인 금·목·수·화·토를 새긴 다음 이것을 던져서 새해의 신수를 보는 ‘오행점’, 남녀가 한 해 동안 빗질할 때 빠진 머리카락을 모아 빗상자 속에 넣었다가 설날, 해가 어스름해지기를 기다려 문밖에서 태워 나쁜 병을 물리친다는 ‘원일소발(元日燒髮)’의 풍습도 전해진다.

● 명절 증후군 세뱃돈·교통체증·고부갈등…

남편들 ‘마음고생’ 심하다

청소 등 가사노동 분담

불평 5~10분 넘기지 말것

즐거운 명절문화 만들기 동참

명절에는 주부들만 스트레스를 받는 것이아니다. 남편도 명절에 심한 정신적스트레스를 받는다.

경제적인 부담감, 아내의 명절스트레스로 인한 심리적 불편함을 겪게된다.

이런 남편들의 스트레스를 주부들의 명절증후군에 빗대 ‘남편명절증후군’이라 부른다.

남편들의 제1의 스트레스는 교통체증이다.

귀성·귀경길에 꽉 막힌 고속도로에서 길게는 10시간 동안 운전대를 잡는 일이 남성들에게는 가장 큰 ‘명절 스트레스’로 느껴지는 셈이다.

경제적인 부담감도 남성 직장인들의 빼놓을 수 없다.

양가 부모님께 드릴 선물과 조카 또는 어린 사촌들에게 줄 세뱃돈 등 돈 쓸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명절 때면 더욱 도드라지기 쉬운 어머니와 아내 사이의 ‘고부 갈등’도 남편들에게는 무시 못할 스트레스다. 차례 음식 장만에 시댁 식구들 눈치 보느라 극도로 예민해진 아내를 달래주기 위해 남모르는 ‘마음 고생’을 겪어야 한다.

명절을 치르면서 주부나 남편이 겪는 스트레스를 최소화하고 가족간 갈등이 없는 즐거운 명절을 맞기 위해서는 가족구성원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우선 가사노동을 분담한다. 장보기와 음식장만, 설거지, 청소 등에 가족들 모두가 함께 참여하고 함께 휴식을 취하도록 한다.

명절 후 친지 비난은 삼가고, 배우자의 말은 넓은 마음으로 조금 더 경청한다. 불평은 5~10분을 넘기지 말 것. 한두 마디 불평이 끝도 없이 이어지고, 말을 하다 보면 더 화가 나고, 듣고 있던 배우자도 같이 스트레스 받는다.

명절 후 고생한 아내를 위해 장시간 운전하고 힘들었을 남편을 위해 부부가 서로 선물로 고마움을 표시하는 것도 좋다.

▲ 차례상 차리기.

차례는 간소한 약식제사

제상의 메(밥) 대신 떡국

차례는 간소한 약식제사로서 음력 매월 초하룻날과 보름날, 그리고 명절이나 조상의 생신 날에 지내며 보통 아침이나 낮에 지낸다.

기본 상차림은 다섯 줄이다.

신위가 있는 쪽부터 밥은 서쪽, 국은 동쪽에 놓는 반서갱동(飯西羹東)의 원칙에 따라 놓는다. 설에는 일반 제상의 메(밥) 대신 떡국을 올리는 것이 특징이다.

둘째 줄에는 어동육서(魚東肉西)의 원칙에 따라 적과 전을 놓는다. 머리와 꼬리가 분명한 제수는 동쪽(오른쪽)으로 머리가 가고 꼬리는 왼쪽으로 가게 놓는다. 두동미서(頭東尾西)의 원칙이다.

셋째 줄에는 탕 종류를 놓는다.

넷째 줄에는 좌포우혜(左脯右醯)라 하여 상 왼편에 포(북어, 대구)를, 오른편에 침채(나박김치)를 둔다. 어포를 쓸 때는 생선 배가 아래로 향하게 담는다. 가운데는 숙채(삶거나 쪄서 익힌 나물)를 둔다. 간장도 가운데 놓는다. 식혜는 건더기만 담아야 한다.

다섯째 줄에는 과일이 놓인다. 과일은 반드시 홀수로 올린다. 홍동백서(紅東白西)의 원칙에 따라 붉은 과일은 동쪽, 흰 과일은 서쪽에 놓는다.

조율시이(棗栗枾梨) 원칙에 맞춰 상 왼쪽부터 대추, 밤, 곶감, 배의 순서로 놓기도 한다. 차례는 제사와 달리 술을 한번만 올린다.

복숭아, 잉어, 꽁치, 삼치, 갈치, 고추, 마늘 등은 차례 상에 올려서는 안되는 음식들이다.

① 어동육서(漁東肉西):어류는 동쪽에 육류는 서쪽에 놓는다.

② 두동미서(頭東尾西):생선의 머리는 동쪽으로 꼬리는 서쪽으로 향하게 놓는다.

③ 홍동백서(紅東白西):과실이나 조과의 붉은색은 동쪽에 흰색은 서쪽에 놓는다.

④ 조율이시(棗栗梨枾):서쪽부터 대추, 밤, 배, 감의 순으로 놓는다.

⑤ 좌포우혜(左脯右醯):포는 왼쪽에 식혜는 오른쪽에 놓는다.

⑥생동숙서(生東熟西):동쪽에는 김치를 놓고 서쪽에는 익힌 나물 등을 놓는다.

⑦ 좌반우갱(左飯宇羹):밥은 왼쪽, 국은 오른쪽에 놓는다. / 김영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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