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어 떼의 출현, 동천의 기적
황어 떼의 출현, 동천의 기적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3.04.13 2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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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울산mbc는 저녁뉴스에서 동천에 나타난 황어(黃魚) 떼 소식을 전했다. 사흘 뒤에는 전국 아침뉴스에 송출되었으니 지역민으로서 기쁘고 반갑기 그지없었다. “봄을 알리는 황어 떼가 울산을 찾았습니다. 올해도 황어 떼가 바다에서 돌아와 하천을 거슬러 오르고 있는데요, 그 모습이 장관입니다.” 메인앵커의 안내에 이어 리포트는 다음과 같이 이어졌다.

“힘차게 물 위로 뛰어오르는 황어들, 자신의 몸길이보다 몇 배나 큰 하천보도 훌쩍 뛰어넘습니다. 너무 높은 하천보 앞에선 좌절하기도 하고, 강한 물살에 계속 떠밀리지만 결코 포기하지 않습니다. 알을 안전하게 낳기 위한 최적의 장소를 찾기 위해 어미의 노력은 필사적입니다. 황어는 바다에서 생활하다 봄철을 맞아 알을 낳기 위해 이렇게 얕은 하천으로 올라온 겁니다. 암컷이 알을 낳으면 수컷 여러 마리가 수정하기 위해 쫓아다니면서 물속은 말 그대로 ‘물 반, 고기 반’입니다.”

매주 목요일 오후면 친구들과 강변을 걷는다. 걷는 거리는 반환점인 시례동 성혜원 마을 입구까지 약 3.5km인데, 그 사이에 잠수교 한 곳이 있고, 잠수교 위아래로 보(洑) 한 개씩이 있다. 지난 6일에도 상안교에서 출발하여 동천 서편으로 걸어 내려오는데, 보 아래에서 평소와는 달리 사람들의 시선이 한 곳에 쏠리고 있었다. 황어 떼가 와글거리고 있었던 것이다. 동천에 황어 떼가 나타나다니…, 이건 참 기적 같은 일이었다.

가던 길을 멈추고 지켜보다가 다시 하류 쪽으로 걸어 내려갔다. 잠수교를 지나 또 다른 보 근처에서 쉬기로 했다. 그곳에서도 신기한 장면이 목격되었다. 황어 떼가 보를 통과하기 위해 필사의 노력을 기울였으나 번번이 실패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고 보니 먼저 관찰된 황어 떼는 전날(5일)에 내린 23mm가량의 비로 강물이 불어나면서 보를 통과한 것들이었고, 지금 것들은 늦게 올라오다 보니 강물이 줄어 통과에 실패하고 있었던 셈이다.

친구들은 황어 떼의 출현을 이구동성으로 반겼다. 지금까지 동천에 황어 떼가 올라온다는 소식은 들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태화강 본류인 범서 방면은 상시로 강물이 흘러 해마다 봄철이면 황어가 올라온다는 소식을 자주 듣곤 했다. 나중에 알았지만, 회야강 지류인 남창천에서도 황어가 올라온다는 것이 사실로 확인되었다. 그런데 동천은 우기인 여름철에만 물이 흐르는 건천이어서 황어나 연어(?魚)가 이곳을 찾는다는 것은 불가능했던 것이다.

우리는 서둘러 잠수교를 건너서 처음 보았던 황어 떼를 다시 보러 갔다. 강 건너 동편에서는 훨씬 더 가까이에서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보를 통과하기 위한 1단계 도약에는 성공해도 마지막 2단계는 단 한 마리도 성공하지 못했다. 육안에 보이는 황어들은 수천, 아니 수만 마리로, 모두 무리를 지어 자갈무더기 위에서 뒤엉키고 있었다. 산란과 수정의 현장이었다. 놀라운 장면들이 연출되고 있었고, 이는 가히 장관 중의 장관이었다.

다음 날 아침, 어제 본 장면들을 방송국에 제보했다. 취재진에게 장소를 안내하고 촬영 장면을 지켜보았다. 지나가던 누군가는 비가 50mm 이상 왔던 3월 23일, 그날도 더 많은 황어 떼를 보았다고 일러주었다. 황어의 모천회귀는 그들의 본성이니 이들은 이미 수년 전부터 동천을 찾았다고 유추해볼 수 있다. 동천이 언젠가부터 강바닥이 낮아지고, 상안동 하수종말처리장에서 내보내는 수량 덕분에 상시로 물이 흐르기에 가능한 가설이다.

과거에는 여름철에 은어(銀魚)만 동천을 찾았다. 동에서는 이제 황어가 찾아오는 새로운 역사가 시작되었다. 황어는 우리나라의 동해와 남해로 흐르는 20여 개 하천에서 목격되어 왔는데, 이제 동천도 그중의 하나가 된 것이다. 울산시는 앞으로 동천이 생태하천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수질관리나 어도(魚道) 설치 등에 각별한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리하여 언젠가는 동천이 봄 황어, 여름 은어, 가을 연어로 이어지는 어류의 생태하천이 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수필가·전 울산교육과학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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