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람이 불던 날
비바람이 불던 날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3.04.10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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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람’은 인문학에서 시련과 역경, 삶의 고난을 상징하기도 하지만 자연과학에서는 기록으로 분석한다.

1957년, 가수 김정애는 〈닐리리 맘보〉 가사에서 비바람을 사랑하는 임을 못 오시게 하는 원수로 비유했다. “정다운 우리 님 늴리리 오시는 날에/ 원수의 비바람 늴리리/ 비바람 불어온다네~/ 님 가신 곳을 알아야 알아야 하지/ 나막신 우산 보내지 보내드리지∼”라고. 1981년 조용필은 〈일편단심 민들레〉 가사에서 “행복했던 장미 인생 비바람에 꺾이니”라고 표현했다. 행복했던 장밋빛 인생을 어느 날 비바람이 모질게 꺾어버린 탓에 풍비박산이 됐다는 의미이다.

이렇듯 ‘비바람’은 노랫말에서 긍정 혹은 부정으로 표현되고 있다. 이 글에서는 비바람을 부정적 관점에서 가설을 세워 검증해보기로 한다.

지난 4월 5일은 식목일이자 보궐 선거의 날이었다. 그날은 비바람이 종일 세차게 불었다. 다음 날 지역 일간지 보도내용과 식목일 앞뒷날 필자가 기록한 조류일지를 바탕으로 비바람 불던 날의 나쁜 영향을 검증해본다. 먼저 지역 일간지의 보도내용이다.

“5일 울산지역에 강풍주의보가 발효된 가운데 악천후로 항공기 18편이 결항했다. 한국공항공사 울산지사에 따르면 이날 울산에서 출발하는 항공기 9편, 울산으로 도착하는 항공기 9편이 각각 결항됐다.”(2023.4.6. 울산제일일보-강풍에 항공기 18편 결항… 오전까지 바람 거세 ‘주의’)

“선거일이 평일인 데다 강한 바람과 함께 비까지 내려 예년만큼 투표 열기가 달아오르지 않은 것이 그런 결과로 나타났다는 분석이 나온다.”(2023.4.6. 울산매일-평일에 비바람까지… 교육감 보선 투표율 저조)

“이날 울산지역은 비바람이 강하게 몰아쳐 투표장은 한산했고, 투표율은 저조했다.”(2023.4.6. 울산신문-빗속 보선 투표 한산) 비바람 불던 날의 기상은 항공기 운항과 투표율에도 영향을 미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다음은 태화강 삼호대숲을 잠자리로 정한 떼까마귀와 백로의 이소(離巢) 시각 조사 기록일지이다.

○ 2023.4.4. 화. 맑음/ 떼까마귀가 삼호대숲 잠자리에서 05:39에 먹이터로 날아갔다. 백로는 05:49분에 먹이터로 날아갔다.

○ 2023.4.5. 수. 비·바람/ 떼까마귀가 잠자리에서 05:48에 날아 먹이터로 날아갔다. 백로는 05:57분에 먹이터로 날아갔다. 전날에 비하면 떼까마귀는 9분 늦게, 백로는 8분 늦게 날아갔다.

○ 2023.4.7. 수. 맑음/ 떼까마귀가 삼호대숲 잠자리에서 05:38에 먹이터로 날아갔다. 백로는 05:45분에 먹이터로 날아갔다.

떼까마귀, 백로와 같은 새들은 맑은 날과 비바람 부는 날을 단순 비교할 때 영향을 받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결국 비바람이 부는 날은 항공기 결항, 투표율 저조, 떼까마귀·백로의 늦은 이소 시각에서 알 수 있듯 부정적 관점의 가설을 검증시켜 주었다.

비바람의 부정적 영향은 항공기 운항에서 보면 상식적이다. 하지만, 떼까마귀와 백로의 늦은 이소 시각은 부정적 영향의 새로운 발견일 것이다. 더 중요한 것은, 투표 때 비바람의 부정적 영향은 앞으로 타산지석으로 삼을만하다는 점이다. 비바람이 불던 날의 데이터는 선거전략에서도 매우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김성수 울산학춤보존회 고문, 조류생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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