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훈 실종 예방 지킴이 ‘배회감지기’
김영훈 실종 예방 지킴이 ‘배회감지기’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3.04.04 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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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샘추위가 물러가고 따뜻한 꽃바람이 불어오는 계절이다. 봄의 상징 벚꽃이 절정에 이르면서 전국 벚꽃 명소가 꽃구경 나온 인파들로 가득하다. 경찰관인 나로서는 들뜬 마음과 걱정하는 마음이 한꺼번에 생긴다. 바깥나들이를 비롯한 야외활동이 늘어나면서 치매 노인 실종사건도 덩달아 늘지 않을까 우려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3월 15일 충북 영동에서는 치매를 앓던 60대 남성이 실종 사흘 만에 숨진 채 발견되는 안타까운 일도 있었다.

울산시에 따르면 울산에 거주하는 65세 이상 노인 인구는 △2019년 13만2천565명 △2020년 14만3천367명 △2021년 15만2천961명으로 2년 새 약 15.4%나 증가하는 등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이에 비례해 최근 3년간 울산경찰청에 접수된 치매 환자 실종신고도 △2020년 268건 △2021년 274건 △2022년 307건에서 보듯 해마다 꾸준히 늘고 있다. 이제는 치매 환자의 실종을 예방하는 일에 더 많은 관심이 필요한 때이다.

실종사건은 실종자 조기발견 여부가 관건이다. 실종자를 초기에 발견하지 못하면 수색 범위가 넓어지고 동원되는 수색 인력과 시간도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인지 능력이 떨어지는 치매 환자나 발달장애인은 일반인보다 발견하지 못할 확률이 더 높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경찰청·SK하이닉스와 보건복지부가 업무협약을 맺고 2017년부터 시작한 사업이 ‘배회감지기 무료 배포 사업’이다.

배회감지기는 치매 환자나 발달장애인 등 공간인지능력이 낮은 환자의 실종을 예방하는 위치추적장치다. 제품에 따라 성능에 차이는 있지만,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을 기반으로 착용자의 위치나 외출 여부를 보호자의 스마트폰으로 전송해 실시간으로 알려주어 실종 예방에 도움이 되고 있다. 배회감지기 종류에는 손목시계형, 열쇠고리형, 목걸이형, 깔창형, 부착형이 있고, 치매 환자의 성향에 맞게 선택해서 착용하면 더 효과적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치매 환자가 실종 신고 후 발견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평균 11.8시간(708분)인 데 비해 배회감지기 착용자는 1.1시간(66분)으로 평균 10시간 이상 단축되는 효과가 나타났다. 작년 12월, 울산 북구에서도 배회감지기를 착용한 치매 환자가 실종신고가 접수된 지 약 22분 만에 발견된 사례가 있었다. 치매 환자의 배회감지기 착용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배회감지기 지급 신청은 울산지역 구·군 보건소 치매안심센터와 발달장애인센터에서 할 수 있다. 특히, 북구보건소와 남구보건소는 민간 지원(경찰청·SK하이닉스·보건복지부 업무협약)에 그치지 않고 최근 자체 사업으로 배회감지기를 구입, 무상으로 지원해오고 있다.

실종사건은 언제 어디서 일어날지 모르는 교통사고와도 같다. 배회감지기는 치매 환자의 생명을 지키는 데 꼭 필요한 안전장치나 다름없다. 치매 환자에게 안타까운 일이 생기지 않도록 가족들은 배회감지기를 꼭 신청하고, 주변 이웃에도 신청을 권유해 주시기 바란다.

김영훈 울산경찰자치위원회 경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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