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 과잉 시대의 올바른 대처
정보 과잉 시대의 올바른 대처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3.04.02 2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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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향기만 맡아도 과거가 떠오를 때가 있다. 귀에 익은 노래를 듣고는 그 당시 추억이 소환되는 순간도 있다. 감각이 미처 언어화되지 않은 기억과 인상 등을 풀어놓기 때문이다. 요즘 가짜뉴스가 범람하고 있다. 과연 이성이 통하지 않는 시대에서, 사람의 마음이나 생각을 변하게 할 수 있을까? 9·11테러 음모론자, 정치 극단주의자, 사이비교 광신도 등을 보노라면, 그들은 무엇을 하더라도 도무지 변하지 않을 망부석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인간은 객관적 사실에 의해 생각과 신념이 바뀌는 게 아니라, 감정적 요인으로 다른 관점을 갖게 된다. 철학자 데이비드 흄은 “이성은 감정의 노예”라고 말했다. 누군가를 설득하기 위해선 추상적 설명이나 이성적인 접근보다는 감정을 파고드는 게 유리하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대화 기법은 스스로 생각을 바꾸도록 이끌어줘야 한다. 구체적인 경험으로 대화를 이어 나가면서 스토리텔링을 통해 신뢰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가장 좋다.

무엇보다 사회적 통념이나 규범이 확고하게 자리를 잡아, 도저히 바꾸기 어려워 보이는 가치관조차도 바꿀 수 있다는 믿음이 중요하다. 인류는 역사적으로 노예제, 여성 차별, 동성 결혼 등에 대해서도 인식을 전환해온 유연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나와 생각이 달라 소통이 어렵다고 지레 포기하면 안 된다. 오히려 끊임없이 질문하고 경청하면서 다가가면, 그토록 확고했던 신념에도 작은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

인간은 감각을 통해 자신이 살아가는 세상을 느끼고 인식한다. 감각은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뛰어넘어 인간과 비인간, 영혼과 다른 영혼, 개인과 우주를 연결한다. 인간이 느끼는 감각에는 후각, 촉각, 미각, 청각, 시각 그리고 공감각(共感覺) 등이 있다. 사람마다 개성이 있듯이, 느끼는 감각도 제각각 다르다. 새벽길을 걷다 보면 미처 깨닫지 못했던 감각을 인지하고, ‘나’라는 존재에 대해 새롭게 인식할 수 있다. 감각은 의식의 경계를 규정하고, 인간은 선천적으로 미지의 것에 대한 호기심을 타고났다.

정보 과잉 시대다. 범람하는 무수한 정보 속에서 진짜 의미 있고 필요한 정보들을 접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만큼 가짜뉴스가 넘쳐나고 있다. 그중에서 정보의 참·거짓을 정확히 판단하는 것은 대단히 어렵다.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한 챗GPT도 아직까지 잘못된 정보를 내놓고 있다. 그렇다면 방대한 기억력을 보유해야만 하는 것일까? 아니다. 꼭 필요한 정보만 수집하고 체계화하면 된다. 정보량이 훨씬 더 많아진 현대에는 모든 정보를 습득할 수는 없다. 업무 시간 중 많은 시간을 분산된 정보를 수집하면서 보낸다. 더군다나 기록을 일일이 수기로 활용한다면 더 뒤처질 수밖에 없다. 이제는 최신 기술을 활용해 지식을 효율적으로 수집·보관·활용해야 한다.

생산성 전문가인 티아고 포르테는 기술을 활용한 지식관리 시스템을 ‘세컨드 브레인’이라 명명했다. 시스템을 잘 활용하면 제2의 뇌가 있는 것처럼 일의 효율을 크게 상승시킬 수 있다. 그는 “취약한 생물학적 두뇌의 기억에 계속 의존하는 사람은 삶이 복잡해질수록 더욱 힘들어질 것”이라면서 세컨드 브레인을 5단계로 분류했다. 보관하기, 발견하기, 정리하기, 창조하기, 공유하기 등. 핵심은 ‘정보를 종류에 따라 정리하지 말라’는 것이다. 마치 신선한 과일과 말린 과일 그리고 주스와 냉동 과일을 모두 같은 장소에 보관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그러면 어떻게 정보를 정리하면 좋을까? 수집한 정보는 아이디어가 향하는 곳, 즉 아이디어의 도움을 받아 실현할 수 있는 결과에 따라 정리하는 것이 좋다. 결국 정보를 활용한 이후의 최종 결과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요약의 중요성도 빼놓을 수 없는 핵심이다. 저장한 아이디어들을 일의 프로세스에 따라 요약해 핵심만 파악해야 한다. 그래야 실제로 일할 때 필요한 지식만 손쉽게 골라낼 수 있다. 이렇게 시간을 절약하면 아이디어들의 연결을 고민할 시간도 저절로 늘어난다. 또한, 서로 다른 영역의 아이디어들을 교차시켜 새로운 아이디어도 만들 수 있다.

이동구 본보 독자위원장·RUPI사업단장, 4차산업혁명 U포럼 위원장, 한국화학연구원 전문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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