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弓)거랑 벚꽃 한마당’을 기다리며
‘궁(弓)거랑 벚꽃 한마당’을 기다리며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3.03.30 2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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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 저산 꽃이 피니, 분명코 봄이로구나,

봄은 찾아 왔건마는 세상사 쓸쓸허드라.

나도 어제 청춘일러니, 오는 백발 한심허구나,

내 청춘도 날 버리고 속절없이 가버렸으니,

왔다 갈 줄 아는 봄을 반겨헌들 쓸데 있나,

봄아 왔다가 갈려거든 가거라,

니가 가도 여름이 되면 녹음방초(綠陰芳草) 승화시(勝花時)라,

-중략-

무정세월은 덧없이 흘러가고 이 내 청춘도 아차 한번 늙어지면 다시 청춘은 어려워라.

-중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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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소리 단가로 사계절의 변화에 따라 느끼는 인생의 무상함을 노래한 것으로, 「사절가」 또는 「이 산 저 산」이라고도 한다.

대부분의 단가가 중국의 인물이나 고사를 엮어 사설을 짜는 데 비해 이 단가는 대부분 평이한 우리말로 엮어져 있고, 약간의 한시 구절만 인용하고 있다. 사계절의 변화에 따라 느끼는 감상을 쉬운 일상어로 표현하고 있다.

참으로 이 시기에 가슴에 와닿는 노랫말이다.

긴 시간을 코로나19에 빼앗겨버렸지만, 새봄을 맞아 동토를 뚫고 어린 새순을 밀어 올린 수선화가 샛노란 꽃을 피웠고 먼 산에는 진달래가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것을 보면서 새로운 삶의 활력을 찾으려는 사람들에게는 생기가 돌아오는 기분이다.

며칠 전 스쳐 지나간 봄비 사이로 요란한 꽃소식이 전국에 퍼지면서 울산에도 개나리, 목련,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었다.

벌써 꽃축제 소식이 알려지면서 지난 주말에는 상춘객이 산과 바다를 찾으면서 심각한 교통체증을 빚기는 했지만 그래도 다들 싫지 않은 모습들이었다.

지난 3년 동안 코로나19로 너나 할 것 없이 모두가 힘든 시간을 보냈는데 모처럼 화창한 날씨와 함께 찾아온 봄꽃의 만개 소식이 반가울 따름이다.

우리나라 역사는 물론이고 세계사에서도 감염병으로 인한 엄청난 고통과 인명 손실을 겪어 왔고 앞으로도 영원히 없어질 것이라는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작금의 우리나라 사정도 녹록지 않지만, 이번 봄날을 계기로 정점을 지나 모든 일상이 회복되길 기대한다.

퇴근길 태화강변이 왜 이리 밝은지 놀랐는데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벚꽃 때문임을 이내 알고는 역시 꽃이 주는 화려함과 아름다움에 새삼 놀랐다.

꽃이 아름답다는 사실을 실감하면 나이를 먹었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60 중반의 필자도 자꾸만 꽃이 아름다워 보이고 꽃집 앞에서 걸음이 멈춰지는 것은 나이 탓만은 아닐 것이다.

내일이면 시작될 울산 최고의 벚꽃 잔치인 “제12회 궁(弓)거랑 벚꽃 한마당” 잔치를 앞두고 가슴 설렘을 감출 수 없다.

벚꽃 잔치도 잔치지만 4년 만에 치러지는 행사에는 울산시민 모두가 갑갑한 마스크를 벗어 버리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축제에 참여해 시원한 막걸리 한잔으로 회포도 풀고 하고픈 이야기도 길게 나눌 수 있을 것이다.

그 동아 소원했던 친구들도 불러서 못다 한 정도 나눠야겠다. 이것이 우리가 기다리던 만남이요 인생살이가 아니겠는가.

화창한 봄날 궁(弓)거랑에서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벚꽃과 떠밀려가는 인파들 속에서 못다 한 얘기 나누면서 화려한 인생을 꿈꿔보고 싶다.

이주복 편집이사·경영기획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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