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궁대회는 반구대에서”
“국궁대회는 반구대에서”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3.03.28 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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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 중요한 알짜배기가 빠졌네.” 2월 24일 오전, 통도사 서운암 토굴. 친견(親見)이 끝날 무렵 성파 큰스님이 일어서려는 울산 손님들을 도로 앉히셨다. ‘반구대 활터’ 얘기가 이어졌다.

“7천 년 됐다는 말도 있고, 5천 년 됐다는 말도 있어서 정확하지는 않지만, 한반도에서 제일 오래된 반구대암각화에 활 쏘는 그림이 나오는 건 맞아요. 협회 회장이라는 서울대 교수의 맡로는 올림픽 종목인 양궁(洋弓)과는 다르게 우리 국궁(國弓)은 발전이 많이 안 됐답디다. 선사시대 암각화에 활 쏘는 그림이 나온다는 것 자체가 국궁 역사가 오래됐다는 얘기인데도….”

‘협회 회장’이란 ‘사단법인 활쏘기문화보존회’ 회장인 나영일 서울대 명예교수를 말하는 것 같았다. ‘국궁’ 얘기가 나올 때마다 큰스님의 말씀에는 힘이 넘쳐났다. “나는 이렇게 생각해요. 역사적 전통이 깊은 반구대에 활터를 만들어놓고 우리나라 전체가 활 쏘는 행사를 일 년에 한 번씩 열자는 거지. 통영 제승당의 이순신 장군 활터도 여기(반구대)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지.” 전국국궁대회를 반구대 일원에서 열었으면 좋겠다는 말씀이었다.

큰스님은 그런 말씀을 울산 출신 국회의원 몇 분에게도 하셨던 모양이었다. “국궁대회가 (반구대 건너편) 집청정 앞에서 열릴 수 있도록 꼭 추진해보라고 이채익, 서범수 의원한테 권했지. 굉장한 프로젝트가 될 거니까. 국궁장이 울산에도 몇 군데 있다던데 그런 데보다 반구대에서 하면 전국의 이목이 더 쏠릴 것 아닌가? 역사적 증거가 있는 곳 놔두고 왜 딴 데서 할라카노? 의원들이 하겠다고 하긴 하던데 우예 돼 가는지 모르겠네.” (모두 웃음).

3주가 지난 3월 18일 오전, 근황도 물어볼 겸 집청정 주인 최원석 대표에게 전화를 걸었다. 반가운 소식이 돌아왔다. 바로 전날 ‘영남지역 국궁대회’를 오는 10월, 천전리와 대곡댐에서 가까운 화랑체육공원에서 열기로 울주군 관계자와 협의했다는 소식이었다.

10월이라면 ‘2023 울주 세계 산악영화제’가 열리는 기간이다. 이 시기에 반구대암각화 전망대 앞에서 ‘암각화 속 활쏘기(그림)’를 주제로 학술대회도 연다고 했다. 큰스님이 바라시던 ‘반구대∼집청정 전국국궁대회’의 과녁이 조금 빗나간 것 같아서 아쉽긴 해도, 그래도 그게 어딘가! ‘천릿길도 한 걸음부터’라 했으니 시간을 두고 해결할 수 있는 문제다 싶었다.

그래도 아쉬운 생각에 다시 캐물었다. 큰스님의 희망 사항이 빛을 볼 수도 있겠다는 답이 최 대표한테서 돌아왔다. “작년 여름 국궁협회에서 오신 몇 분하고 집청정 앞에서 활쏘기 시연(試演)을 해봤는데, 큰 문제는 없었거든요.”

활(국궁)쏘기 전국대회를 진행하려면 사대(射臺)에서 과녁까지의 사거리(射距離) 145m를 합쳐 최소한 200m 길이는 확보돼야 한다. 지난여름 시연했다는 곳은 집청정과 반구대 사이, 동서를 가르는 반구천 계곡 일대였고, 사거리도 아무 문제가 없었다고 했다. 다만 군(郡)의 생각은 조금 다른 것 같았다. ‘안전 문제’와 ‘문화재청 허가’가 앞으로 넘어야 할 산이라고 했다.

집청정 앞 반구천 일대는 그 옛날 벼슬아치나 선비들이 입소문을 듣고 찾아와 시문(詩文)을 짓거나 활을 쏘며 심신(心身)을 단련하던 곳이었다. 천전리암각화 앞 반구천 일원도 신라 화랑들의 안방 같은 활터나 다름없었다. 서운암 토굴에서 큰스님이 하시던 설법(說法) 같은 말씀이 귓전을 스쳐 지나갔다. “울산 태화사는 화랑과 정규군을 훈련하고 관리하던 신라의 국방사찰이었지. 운문산 넘어가는 갈림길의 궁근정은 신라의 특별군사기지 같은 곳이었고….”

김정주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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