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방문을 환영합니다
학교 방문을 환영합니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3.03.26 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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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700만원은 걸치고 간다’는 기사 제목이 눈길을 끌었다. 어디에 가기에 700만원씩이나 걸치고 가는가 했는데 학부모 총회였다. 그러고 보니 필자가 재직 중인 학교에도 학부모 총회를 하는 ‘학교 공개의 날’이 다가왔다.

아직도 코로나19 이야기를 하는 것이 조금 이상하긴 하지만 이것도 코로나 때문이었다고 볼 수 있다. 코로나19는 생활 전반에서 만남과 소통을 제한하게 만들었다. 학교도 그랬다. 매년 진행되던 학교 공개의 날이 사라졌다. 학부모들이 학교로 직접 찾아와 아이들이 실제로 생활하는 환경을 볼 수 있는 날이 사라진 것이다. 그랬던 학교 공개의 날이 올해부터 거의 대부분의 학교에서 예전처럼 대면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 같다.

필자도 학부모이긴 하지만 아이들이 어떻게 학교생활을 하는지는 잘 모른다. 학교에서 어떤 친구들과 무엇을 하며 지내는지, 수업 시간에는 어떻게 참여하고 있는지 무척 궁금해도 알 수가 없다. 가정통신문을 통해 학교에서 집으로 여러 가지 사안들을 전하지만 종이로 전해지는 학교의 모습은 너무나 단편적이다. 아이들에게 직접 듣기도 하지만 역시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만 이야기하는 것 같다. 그저 ‘잘 하고 있겠지’라고 믿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학교는 정기적으로 학부모를 초대해서 교육 비전을 공유하고 구체적인 생활 모습을 보여주는 학교 공개의 날 행사를 한다. 올해 필자가 담당하는 업무도 학교 공개의 날 준비다. 학교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겠지만 3월 학교 공개의 날에서는 대체로 3가지 정도를 준비한다.

첫째는 학교 교육계획 안내다. 학교는 수업과 생활교육을 하는 곳이다. 그리고 이를 위해 교무부, 학생부, 연구부, 정보부 등 다양한 부서에서 여러 가지 업무를 추진한다. 학교에서 추진하는 올해 주요 교육적 목표는 무엇인지, 수업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는지, 자유학기제는 어떻게 추진되는지, 학생 생활교육을 위해 어떤 일들을 하는지 등 학교의 교육적 비전과 이를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실천계획들을 안내한다. 이를 통해 학교가 나아가려는 방향을 알 수 있다.

그리고 학부모로서 제일 궁금한 수업도 공개한다. 직접 보기 전에는 도저히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수업을 공개한다고 하면 많은 준비를 했었다. 보통 때와 다른 방식으로 수업을 진행하거나 평소와 다른 말투로 수업하는 경우도 있었다. 공개 수업 도중에 아이들이 ‘선생님 왜 갑자기 존댓말 써요?’라는 돌직구를 던져 선생님을 당황하게 했다는 이야기도 들었을 정도다. 하지만 요즘은 그 정도는 아니다. 이것도 선생님마다 다르겠지만 대체로 수업 전에 교실에 있는 쓰레기들을 조금 치우는 정도인 것 같다. 손님(?)이 오는데 집 청소 정도는 해두는 것이 예의(?)가 아닐까 생각한다.

재미있는 것은 공개 수업에서는 아이들도 조금 달라진다는 점이다. 실제로 참관하는 이의 숫자가 늘어날수록 아이들의 얼굴에 조금씩 긴장감이 감도는 것이 느껴진다. 학부모님들은 선생님이 제공한 수업 지도안을 보며 수업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아이들의 수업 태도는 어떤지 직접 확인할 수 있다.

학교 공개의 날 행사 마지막에는 담임 교사 상담이 진행된다. 학년별, 반별로 차이는 있어도 대체로 1학년과 3학년 학부모가 많이 오는 편이다. 3학년은 진학 선택 관련으로, 1학년은 학교 적응을 주제로 많은 이야기를 나눈다. 필자의 경우 아이들과 진행하는 개별 상담이 다 끝나지 않았다. 함께 보낸 시간이 많지 않다 보니 아직도 아이들을 파악해가는 중이다. 그래서 3월 학부모 상담 때는 학부모님들에게 아이의 이야기를 듣는 편이다. 집에서는 어떻게 지내는지, 집에서 보는 아이의 모습은 어떤지, 서면 조사서에 다 담아내지 한 것들을 직접 듣는다. 때로는 열 분이 넘어 상담 차례가 끄트머리인 분들께는 조금 미안하기도 하다. 한 분과 10분씩 이야기를 나눠도 2시간 남짓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다. 그럴 때는 집단 상담을 하거나, 꼭 필요한 분과 먼저 상담하거나, 양해를 구해 전화 상담으로 바꾸기도 한다.

담당교사로서 생각해 볼 때 ‘학교 공개의 날’은 학교와 집이 서로 소통하는 만남의 자리이자 아이를 위해 힘을 모으는 공간이다. 사실 이런 공간에 샤O, 구O 등이 들어갈 틈은 없다. 아이를 위한 마음으로 편하게 학교를 방문하는 것이 제일 좋지 않을까? ‘학교 방문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정창규 매곡중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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