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9- 이젠 진심어린 대화를 나누자
-259- 이젠 진심어린 대화를 나누자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3.03.22 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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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자녀들은 대부분 온실 속 화초처럼 곱게 자란다. 온실 속 화초로 자란 우리 자녀는 과연 행복할까? 그 온실을 만들어준 게 막상 부모이면서도, 자녀에게는 약해 빠졌다고 질책하고 인성이 부족하다며 다그치는 건 참 아이러니하다. 아이들이 잘 짜인 사회 그물망 속에서 사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많은 위험이 도사리는 불안한 사회에서 살고 있다. 불안하지 않은 시간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행복하다는 증표다. 학창 시절엔 좋은 대학에 가지 못할까 봐 조바심 나고, 사회에 나와서는 동료들과 경쟁하면서 초조하고, 나이가 들어서도 불투명한 미래에 불안하다. 인생 대부분을 불안 속에서 살고 있다. 걱정과 불안에서 벗어나려는 것이 녹록지 않다.

교육은 개인의 잠재력과 능력을 밖으로 최대한 끌어내야 하는데, 우리는 자녀교육마저 주입식으로 강제로 부모의 생각을 밀어 넣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러니 창의력은 사라지고, 미래엔 별 의미 없을 직업을 부모 뜻대로 갖기를 요구하게 된다. 누구 책임일까? 획일적인 주입식 교육에 길들어진 나부터 반성하고 변화해야 한다. 독자들은 자녀와 행복한 인생에 대해 진지한 대화를 나눈 적이 있는지 궁금하다. 얼마나 가능할지 모르겠으나, 시작이라도 해 봐야 하지 않겠는가?

설 명절 연휴에 아내와 딸과 함께 셋이서 영화를 보러 갔다. 아내가 딸과 나와의 거리감을 줄여주려고 무던히 노력하는 게 보였다. 일반 가정에서는 별 대수롭지 않은 일이지만, 평생 일에만 몰두해 살아온 내겐 딸과 영화 보러 가는 게 특별했다. 평소에도 딸과의 대화가 거의 없었기에, 진지한 대화는 아예 있을 수 없었다. 나의 잘못된 주입식 교육의 결과다. 이날 집을 나서며 “오늘 딸과 많은 걸 해보면서 내가 먼저 대화를 이어가려 노력하겠노라.”고 속으로 다짐했다.

이동하면서 몇 마디 붙여봤지만, 늘 그렇듯 단답형 답변만 돌아왔다. 어릴 땐 참 발랄하고 말도 많은 아이였는데, 어느 순간 말수가 적어지더니 대화가 단절되다시피 했다. 참 어색했다. 대화를 이어가는 데 어려움을 느끼며 내 잘못이 크다는 걸 실감한다. “남들과는 대화도 잘하고 이해도 잘하는 편인데, 가족에게는 왜 그리 못했을까?” 자괴감이 밀려온다. 그동안 참 열심히 살았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사는 게 가족의 행복을 위한 거라고 스스로 위안하며 앞만 보고 달렸는데. “딸도 얼마나 어색했을까?” 미안한 마음마저 든다.

동네에서 저녁식사를 마치고 조금 더 친숙해지려고 딸에게 “손잡고 집까지 걸어가자.”고 했다. 딸이 선뜻 응해줘 속으로 깜짝 놀랐다. “이제 앞으로는 진솔한 대화를 시작해 볼 수도 있겠구나!” 용기가 났다. 왼쪽엔 아내 손을 오른쪽엔 딸 손을 잡고 집까지 오는데 어색하면서도 마음은 풍요로움을 느꼈다. 그동안 자녀의 마음도 제대로 헤아려 주지 못하면서 그저 자상한 아빠라고 우기며 살았다. 자상한 아빠이면서 소통도 잘 되는 아빠여야 했는데, 지금부터 노력하려고 한다.

그날의 작은 노력과 실천이 딸과의 남은 미래를 행복하게 인도해 주리라 믿는다. 성인이 된 후 처음 잡아본 딸의 손이 어색했으나, 딸도 그 어색함을 이겨낸 것 같아 기특한 생각마저 든다. 그리고 다짐한다. “딸! 정말 미안하구나! 너의 마음은 몰라주면서 내 진심만 알아주길 강요했다. 딸이 내 마음을 몰라준 게 아니고, 내 뜻을 너에게 강제로 주입하려고 하면서 내 진심을 전달하지 못했구나. 네 탓이 아니다. 다 내 탓이다. 앞으론 진심이 녹아든 대화를 나누자꾸나. 시간이 조금 걸리겠지만 우리 함께 노력하자. 아빠가 더 많이 노력하마. 딸! 사랑한다.”

서병일 ㈜코인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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