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지법, 파킨슨병 진단받은 ‘31년 근무 소방관’ 국가유공자 자격 인정
울산지법, 파킨슨병 진단받은 ‘31년 근무 소방관’ 국가유공자 자격 인정
  • 김원경
  • 승인 2023.03.20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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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이 31년간 근무하다 파킨슨병을 진단받은 소방관의 국가유공자 자격을 인정했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울산지방법원 행정1부(이수영 부장판사)는 퇴직 소방관 A씨가 울산보훈지청을 상대로 낸 ‘국가유공자 요건 비해당 결정 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1990년 2월 지방 소방사로 임용된 A씨는 양산지역에서 화재진압대원·화재조사대원·구조대원 등 업무를 수행하다 지난해 1월 퇴직했다.

근무 기간에 화재진압 현장에 총 1천987회 출동하고 510건의 화재조사 업무를 한 A씨는 2018년 병원에서 파킨슨증후군과 다발계통위축증을 진단받았다.

이에 A씨는 퇴직을 앞둔 2021년 보훈 당국에 국가유공자 등록신청을 했지만, 울산보훈지청은 A씨가 국가유공자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결정했다.

A씨의 직무와 파킨슨병 발병 간에 ‘상당한 인과관계’는 인정되지만, 직무가 발병의 ‘직접적 원인’은 아니라는 게 이유였다.

이에 A씨는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재판부는 A씨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원고는 화재진압 과정에서 각종 물질의 연소 및 미연소 현상으로 발생한 석면, 폼알데하이드, 이황화탄소, 벤젠 등의 유독가스에 장기간 노출됐다”며 특히 “원고가 화재진압 및 조사 업무를 담당하던 기간 중 상당 기간 보호장구 보급률이 매우 낮고, 그 성능 또한 좋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A씨에게 발병에 이를 만한 유전적·체질적 요인이나 기존 질병도 없었다며 “원고가 유해 물질이나 유해환경에 상당 기간 직접적·반복적으로 노출돼 파킨슨병이 발생했다고 의학적으로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울산보훈지청이 항소하지 않아 판결은 지난달 25일 확정됐다.

A씨를 대리한 법무법인 태평양은 “의학적 인과 관계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질병도 소방관이 직무수행 현장에서 유해 물질 등에 대한 장기간 노출된 것이 발병의 ‘직접적인 원인’에 해당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라며 “국가유공자 신청자에게 지나친 증명의 부담을 전가해 온 기존 관행에 경종을 울렸다”고 판결 의의를 설명했다.

울산보훈지청은 “앞으로 A씨 신체 검사 진행예정”이라며 “신체 등급 1~7급 중 간호자가 필요한 1~3급 상위등급 판정시 국가유공자로 등록할 수 있게 된다”고 전했다. 김원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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