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나는 동네 책방에 간다
오늘도 나는 동네 책방에 간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3.03.20 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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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 오동규 외 -그림으로 만나는 독립책방 여행

2010년 전후 시작된 독립서점(동네 책방)은 다행히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020년 기준, 운영 중인 독립서점 수는 총 634곳, 2019년에 비해 15.1%, 2015년부터 2020년까지 연평균 45.6% 증가했다.

지역별로는 서울이 214곳(33.8%)으로 가장 많고 인천 92곳(14.5%), 경기도 88곳으로 수도권이 62.1%를 차지했다. 눈에 띄는 점은 제주도가 40곳(6.3%)으로 가장 많고, 부산 28곳(44%), 대구 26곳(4.1%), 강원도 19곳(3.0%) 등이다. (2021년 판 한국출판 연감 참고)

책이 좋아 책을 만들기 위해 부산 해운대에 출판사를 차려 책 만드는 일을 업으로 삼고 있는 오동규 씨. 그가 아홉명 일러스트레이터와 협업, ‘그림으로 만나는 독립책방 여행’이란 책을 지난해 봄 펴냈다.

참여한 이들은 책과 여행을 좋아한다. 앞으로 시리즈 형태로 계속 나올 예정인데 첫 번째 책인 셈이다. 제주, 부산, 경상, 전라, 충청, 강원, 경기, 서울에 있는 동네 책방을 실었다. 하지만 작업 도중 이사하거나 폐업한 곳도 있다. 이들이 찾아간 동네 책방은 은은하고 따뜻하며 저마다 개성 넘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책방을 운영하는 주인장들 전직(前職)도 다양하고 다채롭다. 편집 디자이너, 가수, 출판인, 사진가, 시인, 소설가, 아나운서 등등.

서점 이름 하나하나에도 공을 들여 간판으로 내걸었다. 그들이 만든 사연은 책을 중심으로 작동하고 있는 셈이다. 단순히 ‘파는 곳’만 아니다. 동네 주민들에게 읽기 모임 등에 공간을 내주기도 하고 특정한 주제에 맞는 여러 책을 선별해 독자에게 제안하는 ‘북 큐레이션’ 역할도 한다. 한발 더 나아가 지역 관련 책과 굿즈 판매, 작자 사인본이 제일 많은 곳, 베스트셀러는 취급하지 않는 서점도 있다. 다양성은 결국 독자인 주민에게 제공하는 선물이다. 이 밖에 비건 레시피를 제공한다거나 예약제로 하루 세팀, 두 시간씩만 이용할 수 있게 하는 책방도 있다.

‘…독립책방 여행’이 가진 미덕은 기본 정보만 제공한다는 데 있다. 결국 직접 찾아가야 그곳이 어떤 성격을 가진 책방인지 알 수 있다는 점. 분명한 일은 ‘아니? 이런 책방이 있었단 말이야?’라는 감탄을 하게 만든다.

울산에도 최근 1, 2년 사이 ‘동네 책방’이 많이 등장하고 있다. 책과 빵을 파는 ‘책빵 자크르’를 비롯 ‘바이 허니’, ‘소담쓰담’, ‘다독다독’, ‘바닷가 작은 책방’, ‘카페 소소’, ‘길촌 책방’, ‘감자 책방’, ‘꽃집 오월’, ‘독자’ 등이 있다. 기분 좋은 일이 틀림 없지만 계속 책과 사람을 잇는 가교(架橋)역할을 할 수 있게끔 다양한 지원과 관심이 필요하다.

그중 하나가 한국작가회의에서 제공하는 지역 거점 서점 지원사업인 ‘작가와의 만남’. 비록 적은 예산이지만 선정된 서점은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고객을 끌어들이고 홍보 효과도 얻는다. 행정 기관에서도 더 많은 관심과 ‘지원은 하되 간섭은 하지 않는 정책’을 많이 만들어 제공해야 한다.

이 책에서는 ‘울산 편’은 빠졌다. 섭섭하기도 해서 이유를 찾아보니 ‘다 계획이 있었다.’ 전국에 흩어져 있는 보물 같은 책방을 찾아가는 ‘독립책방 여행’은 시즌 2를 준비하고 있다. 자신이 운영하는 책방을 싣고자 원하면 운영자 메일(sketchmind5@naver.com)로 문의하면 된다.

또 가능하다면 지역 작가(사진가, 화가 등)들이 힘을 합쳐 ‘우리 동네 책방 지도’를 만들면 더 좋겠다. 언제라도 쉽게 찾아갈 수 있도록 말이다.

바(bar)를 출입하는 사람은 안다. 거기에는 ‘바텐더’가 있다. 많은 칵테일 종류는 사실 고르기 힘들다. 바텐더 역할은 이런 손님들에게 적당한 칵테일을 골라 제공한다. 이런 친절이 ‘단골’을 만든다. ‘니은 서점’ 책방 주인은 이점에 착안, ‘북텐더’라는 단어를 만들었다. 책을 가깝게 여기게 만드는 사람이 있는 곳이 동네 책방이다.

서적방사(書籍放肆)라는 단어가 있다. ‘書肆’(서사) 본디 말이니 오늘날 서점을 뜻한다. 박인환 시인이 운영했던 ‘마리서사’를 떠올리면 된다. 오늘 저녁은 동네 책방 나들이가 어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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