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를 싣고 오는 봄바람, 봄철 강풍
화재를 싣고 오는 봄바람, 봄철 강풍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3.03.16 2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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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스한 햇볕, 무채색이던 거리를 화사한 색감으로 물들이는 꽃들, 부쩍 늘어난 산책하는 사람들까지. 곳곳에서 봄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음을 알리고 있다.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한 가지, 바로 거리에서 들려오는 봄노래들이다.

많은 노래가 있지만 그중에서도 ‘벚꽃 엔딩’은 봄 캐럴이라고 불릴 만큼 대표적인 봄노래다. “봄바람 휘날리며~ 흩날리는 벚꽃잎이~” 글자만 보아도 흥얼거리게 되고 마음이 설레는 이 노래는 봄바람을 설렘을 싣고 오는 대상으로 표현하고 있다. 노랫말처럼 봄바람이 설렘만을 가져다준다면 좋겠지만 현실은 조금 다르다. 봄의 향연에 도취하여 잠시 망각할 수 있지만, 봄바람은 화재를 싣고 오기도 한다.

봄은 산불 피해가 가장 많은 계절이다. 산림청에서 발표한 산불통계 연보에 따르면 1년 중 산불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시기는 봄철인 3월과 4월로, 최근 10년간 전국의 산불 발생 수는 3월 123.6건, 4월 105.5건으로 다른 시기에 비해 특히 많았다. 산불 피해 면적도 3월과 4월의 피해 면적이 전체의 72%를 차지하였다. 이렇게 봄철에 화재가 자주 발생하며 큰 피해를 남기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건조한 날씨와 강풍 때문이다.

봄에는 겨울부터 이어진 건조한 대기에 일사량이 증가하면서 식물이 수분을 머금지 못하고 말라붙어 화재가 발생하기 쉬운 환경이 된다. 또한, 중국에서 불어오는 고온 건조한 양쯔강 기단도 대기를 더욱 메마르게 한다. 그 결과 봄은 다른 계절보다 건조한 날씨가 나타나는데, 지난해 울산에서 발표된 건조 특보는 3~5월 봄철을 통틀어 총 34일이었다. 건조한 날씨와 더불어 봄철 화재 위험성을 높이는 또 다른 주요 요인은 봄철 강풍이다. 봄에는 다른 계절보다 강한 바람이 부는데, 이는 화재가 발생했을 때 진화 작업을 어렵게 만든다. 불이 옮겨붙는 속도가 빨라져 진화 작업 속도가 이를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봄철에 강한 바람이 부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해답은 우리나라를 둘러싼 기압 배치의 변화에 있다. 봄이 되면 일사량이 높아지고 일조 시간이 길어지는데, 이에 겨울 동안 강한 영향을 끼쳤던 시베리아 기단의 세력이 약해져 이동성 고기압으로 변질한다. 그리고 이 이동성 고기압이 우리나라의 남쪽으로 내려가며 우리나라의 기압 배치가 전체적으로 남고북저(南高北低)의 형태를 띠게 된다. 기압 차가 커지면 자연스럽게 바람의 세기 또한 커지는데, 특히 남쪽의 고기압과 북쪽의 저기압 사이 경계선을 따라 공기가 매우 빠른 속도로 지나가 강한 서풍이 부는 현상을 ‘봄철 강풍’이라 일컫는다.

작년 이맘때 발생한 울진-삼척 산불은 화재 발생 시 강한 바람이 얼마나 치명적인 피해를 불러올 수 있는지 알 수 있는 사례이다. 울진에서 발화한 산불이 강풍을 타고 퍼져, 역대 최장기·최장 피해를 남긴 것이다. 이에 기상청에서는 산불 발생 시 현장에 기상관측 차량을 투입하여 실시간으로 관측 자료를 제공하고, 예보 브리핑을 통해 기상 상황을 수시로 전달하고 있다. 산불 진화 작업에 영향이 가는 기상 요소들에 대한 자료를 제공함으로써 진화 작업을 지원하고 있다.

기상청은 평상시에도 건조 특보 및 강풍 특보 등을 통해 산불과 연관된 수치를 안내하고 있다. 그러므로 ‘기상청 날씨누리’와 ‘날씨알리미’를 참고하여 적절한 예방 조치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와 더불어 입산 시 화기를 사용하지 않고, 흡연하여 담배꽁초를 버리는 행위를 절대 삼가는 등 산불을 일으키는 행동을 하지 않고 화재 가능성에 늘 주의해야 한다. 이러한 주의점을 잘 엄수한다면, 봄바람은 화재가 아닌 노랫말에서처럼 아름다운 벚꽃잎과 설레는 마음을 실어 올 수 있을 것이다.

유희동 기상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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