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6- 내 인생에 가을이 다가오면
-256- 내 인생에 가을이 다가오면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3.03.01 22:1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필자는 지금까지 내 인생의 목적지에 대하여 별로 생각하지 않았다. 친구들이 한 명씩 지구별 여행을 끝내는 것을 보면서 내 인생에 목적지가 있음을 알게 되었다. 좋든 싫든 나는 그 목적지에 도달하게 될 것이다. 그 목적지에 도달하는 시간이 언제인지 모른다. 하지만 반드시 목적지에 도착하고 만다는 것은 알고 있다. 과거의 필자는 주어진 일과 하고 싶은 일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경주해 왔다. 아니 시간이 아주 많은 사람처럼 시간을 허투루 보내기도 하고, 편안함과 안일함으로 세월을 망각하기도 했다.

허세와 명예욕에 박사학위를 갖고 싶어 하기 싫은 공부와 연구 논문을 준비하고, 해외 저널지에 투고하는 수고도 마다하지 않았다. 또한, 인적 네트워크를 갖기 위해 여러 모임에 머리를 기웃대는 불편도 감수했다. 그러다가 문득 내 삶의 저 앞을 내다보게 되었고, 내 인생의 목적지가 거기에 있음을 확인하게 되었다. 인생의 목적지에 이르는 순간에 과연 나는 내게 무슨 말을 할까? “좀 더 많은 돈을 모을걸” “좀 더 많은 사람을 만날걸” “좀 더 맛있는 음식을 먹을걸” “좀 더 좋은 와인을 마실걸” “좀 더 많은 여행을 다닐걸”…

하지만 이런 말은 하지 않을 것임을 잘 안다. 많은 이가 각자의 목적지에 도달했을 때 가족, 친구, 직장동료, 이웃 등에게 상처를 준 일이 없는지 되돌아보게 된다. 아니 좀 더 사랑을 베풀지 못한 자신을 원망할지도 모른다. 바로 그때 운명처럼, 돌담길 필진으로 함께 활동하는 MIT 민병수 박사님이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이라는 시 한 편을 보내주었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물어볼 이야기들이 있습니다.”로 시작되는 윤동주 님의 시였다. 가슴이 너무 시려 왔다.

내 인생에 있어 가을은 성큼 다가와 있었고, 말로만 이웃을 사랑하고, 내 조그마한 지식과 능력으로 주위에 선한 영향력을 미치고 싶다는 바램은 한낮 허튼소리에 지나지 않았다. 또한, 기부에 관심이 있었으나 코로나로 인해 무료급식소가 폐쇄되어 그나마 조금 하던 것조차도 중단됐다. 나 혼자만 배불리 먹고사는 돼지가 되어가고 있는 줄도 모르던 필자를 발견한 것이다. 내 삶의 시간은 무한한 듯, 시간을 허비하고 있는 내 모습을 오늘도 뒤돌아본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물어볼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사람들을 사랑했느냐고 물을 겁니다. 그때 가벼운 마음으로 말할 수 있도록 나는 지금 많은 사람을 사랑하겠습니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열심히 살았느냐고 물을 것입니다. 그때 자신에게 말할 수 있도록 나는 지금 맞이하고 있는 하루하루를 최선을 다하여 살겠습니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사람들에게 상처를 준 일이 없었느냐고 물을 겁니다. 그때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도록 사람들에게 상처 주는 말과 행동을 말아야 하겠습니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삶이 아름다웠느냐고 물을 겁니다. 그때 기쁘게 대답할 수 있도록 내 삶의 날들을 기쁨으로 아름답게 가꿔야겠습니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어떤 열매를 얼마만큼 맺었느냐고 물을 겁니다. 그때 나는 자랑스럽게 대답하기 위해, 지금 내 마음 밭에 좋은 생각의 씨를 뿌려놓은 좋은 말과 좋은 행동의 열매를 부지런히 키워야 하겠습니다.”

드디어 내 인생에 가을이 다가오면서 스스로 되묻는다. 그렇다. 아직 늦지 않았다. 이제라도 후회 없는 삶을 위하여 이 시를 자주 정독하며 낮은 곳에 계신 분들을 성심껏 섬기겠다. 내가 가진 아주 작은 것이라도 함께 나누며 베풀겠다.

임 호 ㈜피유란 대표이사, 공학박사

 


인기기사
정치
사회
경제
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