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없는 학교
마스크 없는 학교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3.02.27 2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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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했다. 내가 아는 그 사람들이 아닌 것 같았다. 며칠 전 교무실에서 만난 선생님들의 이야기다. 전 교사 출근일에 만난 선생님들의 마스크 벗은 모습이 너무 어색했다. 1월 30일부터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가 대부분 해제되었지만 실제로 선생님들 얼굴을 보는 것은 오늘이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아직은 마스크를 쓰고 있는 선생님들이 훨씬 많았지만 감염 위험이 줄어들면서 조금씩 변해갈 것이라고 생각한다.

돌이켜보면 마스크를 쓰는 동안 학교는 꽤 많이 달라진 것 같다. 우선 수업 형태가 많이 달라졌다. 코로나 초기에는 감염 확산 방지를 위해 토론이나 활동을 지양해달라는 공문이 있었다. 일상 회복이 진행되면서 토론이나 활동이 있는 수업을 해도 된다고 했지만 예전처럼 돌아가기는 어려웠다. 마스크를 쓰고 말하는 것이 답답하기도 하고 몸을 사용하는 활동은 조금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다.

아이들과 좋은 관계를 형성하는 것에도 제한이 있었다. 필자가 재직 중인 학교에는 선생님과 학생이 일과 후에 같이 밥을 먹거나 문화 체험을 하며 상담하는 ‘한 끼 상담’ 프로그램이 있다. 학교 밖에서 맛있는 것도 먹으며 영화도 보고 좀 더 인간적으로 가까워지는 프로그램이다. 노는 게 꼭 좋은 것만은 아니지만 적어도 교사와 학생의 관계를 좋게 만드는 데 많은 도움을 주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코로나로 인해 이런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가 없었다.

필자 생각에 마스크를 대하는 아이들의 입장은 두 가지였던 것 같다. 하나는 너무 잘 쓰고 있는 아이들과 틈만 나면 벗으려는 아이들. 두 번째 아이들에게 마스크를 쓰도록 지도하는 것은 정말 고역이었다. 감염병 예방에 관한 법률에 따라 법에서 정한 특정한 예외를 제외하고는 누구나 실내에서 마스크를 착용해야 했다. 하지만 어른들이 쓰고 있어도 답답한 마스크를 아이들이 학교에 있는 내내 쓰고 있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었다. 수업 시간이든 쉬는 시간이든 틈만 나면 마스크를 벗고 다니는 아이들이 있었다.

마스크를 벗고 있는 아이들에게 마스크를 쓰라고 하는 일이 뭐 어렵겠냐고 생각하겠지만 실제 현실은 그렇게 만만치 않다. 마스크를 쓰라고 하고 뒤돌아서면 다시 마스크를 벗기 때문이다. 그런 아이들에게 화내지 않으며 다시 마스크를 쓰라고 말하는 것은 무한한 인내를 요구하는 일이다. 반복적으로 마스크를 쓰지 않고 다니는 아이에게 왜 마스크를 쓰지 않냐며 혼내면 아이들도 삐딱하게 나온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아이와 선생님의 관계가 나빠지게 된다.

수업 시간에도 마찬가지다. 틈이 나면 마스크를 슬쩍 벗는다. 수업 진행에 방해가 되어 잠시 놔두고 있으면 마스크를 벗는 아이들이 조금씩 늘어난다. 마스크를 쓰라고 말하다 보면 또 수업의 흐름이 끊긴다.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되었지만 아직 실내 마스크 착용은 권장 사항이다. 개학을 해도 많은 아이들이 마스크를 쓰고 있을 것 같다. 2년 이상 마스크를 쓰다 보니 일종의 습관처럼 마스크를 쓰는 것 같다. 대부분 마스크를 쓰고 있으니 슬그머니 마스크를 찾아서 쓰는 일도 있는 듯하다.

아이들이 마스크를 쓰는 것은 코로나19를 비롯한 감염병 예방의 목적도 있겠지만 마스크 쓴 자신의 모습에 익숙해졌기 때문일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마스크를 제대로 쓰면 눈을 제외한 얼굴의 대부분을 가리게 된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이 마스크를 쓴 모습으로 그 사람의 인상을 결정하게 된다.

우리의 뇌는 가려진 부분을 상상하기 때문에 마스크를 쓴 사람의 눈 주위의 모습을 보고 ‘잘생겼다’ 또는 ‘예쁘다’는 인상을 받게 된다. 마스크와 사기꾼이라는 단어를 합성한 ‘마기꾼’이라는 단어도 나왔을 정도다. 마스크를 쓰지 않은 자기 모습을 화장하지 않은 자기 모습처럼 생각하는 것 같다. 급식 시간에 밥 먹을 때도 마스크를 벗지 않고 마스크를 살짝 들고 밥을 먹는 아이들도 있었다.

처음에는 조금 어색하겠지만 코로나가 진정되고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자연스럽게 변할 것 같다. 그런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그때가 진짜 마스크 없는 학교가 아닐까 한다.

정창규 매곡중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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