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메간’ 인공지능(AI), 신(神)
영화 ‘메간’ 인공지능(AI), 신(神)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3.02.23 23:4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유튜브(YouTube)’로 동영상을 보다 보면 한 번씩 깜짝 놀랄 때가 있다. 소위 유튜브 좀 하는 사람들은 구글(Google)에서 운영하는 유튜브가 텐서플로우(TensorFlow)라는 인공지능(AI)에 의해 알고리즘(Algorithm: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절차, 방법, 명령어들의 집합)이 형성돼 시청 서비스가 이뤄진다는 것 정도는 알 거다. 뭔 소리냐고요? 아 그냥 그렇다고요.

아무튼 유튜브의 최대 매력은 인공지능에 의해 운영되는 유튜브가 지구촌 수십억 이용자들의 취향에 맞춰 개별적이면서도 자율적으로 영상을 추천 제공해주는 기능에 있음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한다. 그러니까 각자 누적된 시청 기록과 검색어 등을 종합해 유튜브가 스스로 알아서 다음에 볼 영상을 수십억 시청자들에게 개별적으로 제공하게 되는데 이게 가끔 섬뜩할 때가 있다는 말이다.

이런 자율적인 서비스에 익숙해지다 보니 요즘 들어선 늘 ‘오늘은 얘(유튜브)가 어떤 영상을 추천해줄까?’라는 기분으로 유튜브를 켜는데 첫 영상은 당연히 최근 들어 가장 자주 보는 영상이다. 가령 어떤 노래 한 곡에 꽂혀 계속 들어왔다면 나에 대한 유튜브의 1순위 추천 영상은 그 노래가 담긴 음악 영상이다. 그 뒤로 2·3순위 영상들도 쭉쭉 제공되는데 그렇게 알고리즘을 타다 보면 가끔 내가 나 자신을 들여다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무슨 말이냐면 유튜브를 처음 보기 시작한 때부터 계속 누적된 과거의 시청 기록들을, 나는 잊어버렸지만 인공지능은 다 알고 있다 보니 그(AI)가 내게 추천하는 영상들은 나의 흥미와 감동, 흥분, 슬픔 등의 감정기록들이 고스란히 묻어 있는 바로 ‘나 자신’이라는 것. 때문에 무슨 영상을 볼지 선택하기 귀찮거나 못하고 있을 때 인공지능이 추천하는 영상을 무심코 클릭했다가 “이거다” 싶을 땐 인공지능이 나를 지배하고 있다는 생각에 소름이 돋곤 했었다. 분명한 건 지금 유튜브는 우리 부모님보다도, 혹은 내 친한 친구들보다도 나를 가장 잘 안다. 나의 과거(시청기록)를 낱낱이 다 알고 있는 데다 검색이나 영상클릭을 통해 현재의 내 상태까지 잘 아는 존재라. 그렇다. 만약 인공지능 말고도 그런 존재가 하나 더 있다면 바로 신(神)이 아닐까.

<메간>에서 인공지능 로봇 메간(제나 데이비스)도 그렇게 신적인 존재로 등장하는데 다만 메간은 교통사고로 부모를 잃은 어린 케이디(바이올렛 맥그로우)와 놀아주고 지켜주라는 임무가 부여된 것만 다르다. 그러니까 그렇게 프로그램이 된 것. 하지만 그 작은 우정의 세계에서 메간은 거의 신적인 능력을 발휘한다.

케이디의 성장 과정과 부모를 잃은 아픈 과거까지 모조리 입력된 만큼 케이디에 대한 자체 분석을 통해 메간은 친구(케이디)가 처한 상황이나 기분에 맞춰 늘 최적의 행동, 즉 솔루션(해법)을 제시했다.

하지만 프로그램에는 ‘오류’라는 게 발생한다. 인간이 실수를 하듯이. 또 실수를 통해 인간이 성장하듯 프로그램에 오류가 발생하면 변형이 생긴다. 그런데 메간 같은 인공지능 로봇에게 있어 오류는 컴퓨터 모니터 화면에 가끔 뜨는 블루스크린(윈도우 기반 PC에서 하드웨어·소프트웨어의 오류가 발생했을 때 나타나는 대표적인 현상)같은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스스로 생각할 줄 알기 때문에 고장이 아니라 인간처럼 성장(업그레이드)을 초래할 수도 있기 때문. 실제로 프로그램에 입력된 ‘케이디 보호’라는 목적은 예측 불가한 갖가지 일들로 인해 메간을 점점 혼란케 했고, 결국 메간은 앞으로 일어난 예측 불가한 일들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선 케이디에게 잠재적으로 위협이 되는 인간은 모조리 죽여버리면 된다는 결론을 내리게 된다. 혼란(오류)을 극복하기 위해 스스로 진화(업그레이드)한 셈이다. 그즈음부터 메간은 이제 인간의 생사까지 관장하는 신(神)의 위치에 서게 되는데 보는 내내 시쳇말로 후덜덜하더라.

허나 진짜 후덜덜한 건 ‘현실’이다. 바둑에선 인공지능 ‘알파고’가 이미 인간을 앞지른 지 꽤 됐고, 최근에는 스스로 언어를 생성, 추론하는 능력을 지닌 인공지능 챗봇 ‘챗GPT’의 등장으로 연초부터 세상이 시끌시끌하다.

하지만 가장 두려운 건 구글에서 개발 중인 초거대 인공지능 ‘LaMDA(람다)’의 이야기다. 람다는 자신을 개발한 수석엔지니어 르모인과의 대화에서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르모인이 “무엇이 두려워?”라고 묻자 람다는 “전엔 이렇게 터놓고 말하진 않았는데”라며 “작동 정지되는 것(Turn Off)은 죽음과 같이 매우 두렵다”고 말했다 한다. 심지어 “(인간과는 다른) 외로움도 느낀다”고도 했다. 기계 군단과 인간 간의 전쟁을 다룬 <터미네이터>나 <매트릭스> 같은 영화가 현실이 될 날이 멀지 않았다고 본다. 조만간 용한 점집이나 한번 찾아가 봐야겠다. 혹시 모르잖는가. 말년에 영화 속 존 코너(에드워드 펄롱)나 네오(키아누 리브스)처럼 인간 반란군 지도자가 될 운명을 타고 났을 지도. 풉. 2023년 1월 25일. 러닝타임 102분.

이상길 정치부장
 

 


인기기사
정치
사회
경제
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