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위기를 에너지 전환의 기회로
에너지 위기를 에너지 전환의 기회로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3.02.22 2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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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겨울은 유난히 추웠다”라는 이야기가 사람들 사이에서 오가고 있다. 동시에 ‘난방비 폭탄’을 맞았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난방비 상승과 관련해 많은 이야기가 나오고 있지만, 가장 중요하고 직접적인 원인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에 따른 LNG 가격 상승이다. 우리나라 대부분 가정은 천연가스라고 불리는 LNG를 활용해 난방을 하고 있다. 따라서 난방비는 난방에 사용된 LNG 사용량에 판매단가를 곱해 산정된다. 전쟁 등의 이유로 국제 LNG 단가가 높아졌으니 난방비 역시 오를 수밖에 없다. ‘난방비 폭탄’이라는 말로 언급되고 있지만, 우리는 에너지 위기 시대에 살고 있다.

과거 우리는 석유파동(oil shock)을 겪었다. 그 시기를 경험해 그 어려움을 직접 경험한 사람들도 있겠지만, 아마도 많은 사람은 교과서나 역사책과 같은 매체를 통한 간접경험이 있을 것이다. 중동전쟁으로 촉발된 1973~1974년의 1차 석유파동, 이란의 혁명과 그에 따른 전쟁 등으로 발생한 1979~1981년 2차 석유파동은 세계 경제에 큰 충격을 주었고, 우리나라 역시 커다란 경제적인 피해를 경험했다. 그리고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전국민적인 에너지 절약 운동과 다양한 에너지 관리 정책에 동참해야 했다.

현재의 에너지 위기는 과거와 또 다른 원인과 의미를 가지고 있다. 과거의 에너지 위기는 공급의 문제였지만, 현재는 공급과 더불어 기후변화란 문제를 동시에 내포하고 있다. 산업혁명 이후 급속도로 증가한 온실가스 배출로 기후변화는 더욱 가속돼 기후위기의 수준까지 이르고 있다. 이에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화석연료의 사용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하고, 미국과 유럽은 강력한 규제를 예고하고 있다. 세계의 주요 거대 다국적 기업들이 제품의 생산과 기업 활동을 하는 데 재생에너지만을 활용하자는 ‘RE100’에 참여함은 물론, 협력사들에게까지 100% 재생에너지 활용을 요구하고 있다. 또한, ESG 지표를 투자활동의 중요 지표로 활용함에 따라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이 기업 생존을 위한 필수요소가 되고 있다. 지구상 대부분 국가에서 탄소중립 목표를 설정하고 목표 달성을 위해 만들어진 수많은 국제협약과 그에 근거한 규제들이 이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요구되는 것은 사회 모든 분야의 에너지 전환, 즉 화석연료 사용의 축소, 장기적으로는 화석연료의 퇴출이다.

우리나라가 천연자원이 부족해 주요 에너지원을 수입에 의존하는 에너지 빈국이라는 것은 너무나도 잘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와 비슷한 국가가 있다. 바로 독일이다. 독일과 우리나라는 유사점이 많다. 전쟁을 겪었고 분단을 경험했으며(우리나라는 현재도 분단 상황이지만), 에너지 빈국임에도 놀라운 경제성장을 일궈냈다. 하지만 두 나라 사이에는 커다란 차이점이 있는데 이는 바로 에너지 정책에 있다. 독일은 에너지 자립을 위해 일찍부터 재생에너지 중심의 정책을 추진했고, 우리나라는 그러지 못했다. 독일은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목표치를 기존 65%에서 80%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을 발표한 반면,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가계의 난방비 부담이 증가함에 따라 ‘난방비 폭탄’이라는 현수막이 거리마다 걸려있고, 또 갑자기 생긴 부담을 줄이기 위해 난방비 지원금 지급이 논의되고 있다. 논의를 지켜보면서 안타까운 마음이 생긴다. 이 방법은 당장 난방비로 부담을 겪는 시민들에게 당장은 경제적인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에너지 위기관리 측면에서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위기는 그 상황을 어떻게 대응하는가에 따라 기회가 될 수 있다. 외부의 충격으로부터 영향을 적게 받고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재생에너지의 확대가 이루어져야 한다. 난방비의 상승으로 부담이 커진 지금이 재생에너지 확대에 대한 사회적인 공감대를 최대로 끌어올리고 재생에너지의 비중을 확대하는 데 필요한 사업들을 추진하기 위한 동력을 마련하는 것도 용이할 것이다. 지원금에서 눈을 돌려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위한 움직임이 활발하게 진행되어야 한다.

마영일 울산연구원 안전환경연구실, 환경공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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