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바다, 방어진에 가면
동해바다, 방어진에 가면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3.02.16 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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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 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옛말을 되새겨본다.

일부러 그 먼 세월과 시간을 거슬러 가고자 하는 건 아니다. 그만큼 십 년이란 시간은 그 시대의 많은 변화를 포함하고 아주 오랜 시간을 말한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표현한 것이리라.

지금은 눈 깜짝할 사이 참 많은 것들이 변해간다. 그러고 보니 지금 나 역시, ‘눈 깜짝할 사이’에 십 년이란 시간이 고스란히 지나가 버린 것 같다.

출근길, 아산로를 달리는 버스 안에서 맞이하는 새벽 아침은 느껴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희열이 있다. 아산로 맞은편 장생포의 아침 불빛은 긴 밤을 이겨내고 새벽을, 그리고 아침을 알리는 힘찬 에너지를 전해주는 것 같다.

제2의 고향이라고 생각하며 살아온 세월만큼이나 매일 아침 동구로 향하는 나의 마음은 그만큼 늘 새롭다. 이십 대의 첫 직장을 시작할 때부터 다시 동구로 직장을 옮겨가는 과정에서도 난 “내가 해야 한다”라는 신념으로 지냈다.

이런 생각을 하며 살아가는 사람이 어쩌면 나뿐인 것도 아닐 테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지금 이 시점에서 뒤돌아보니 참으로 많은 것들이 변해 있더라는 것이다.

또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는 모습에 시간이 내게 준 소중함은 앞으로 내게 남겨진 시간이 얼마나 많이, 아니 이보다 더 적게 남았을지 모르는 가운데 더 열심히 내 삶에 충실해야 할 때임을 알려준다. 그래야 한다는 걸 새삼 깨닫게 되는 순간이다.

요즘은 나를, 그리고 시간을 되돌아보는 일이 많아졌다. 이런 시간 역시 얼마 가지 않아 그 많은 변화 속에 묻혀버릴 수 있지 않을까.

삼십 년이란 세월이 흘러버린 지금, 강산이 변해도 너무 많이 변했다. 주변 자연이 삶 속에 녹아내린 모든 것이 그렇듯 사람들도 변하고 성장했다.

세상이 변했다고 마냥 좋은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너무 한탄스럽거나 아쉬움만 남는 것도 아니다. 모두가 주어진 시간을 세월을 어떻게 보냈느냐에 따라 그 생각의 차이가 달라진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분명 그 차이는 있을 테니까 말이다.

학창시절, 어쩌다 친구들과 동해바다가 보고 싶으면 방어진을 찾았다. 그땐 옛날이라 한번 찾아가려면 많은 시간과 계획이 필요했다. 지금처럼 자동차의 수요도 많지 않았고, 버스 노선의 확대나 환승은 기대조차 할 수 없었다. 더더욱 울산대교나 아산로와 같은 도로의 편리함이나 시간 단축을 도와줄 아무런 수단도 없었다.

그렇게 동해바다 일산해수욕장을 찾아간다는 것은 그 당시 그냥 낭만과 추억을 만들어줄 뿐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찾아갔던 곳. 울산의 외곽, 시골에서 몇 번의 계획 끝에 버스를 갈아타고 찾았던 곳이다. 몇 시간이 걸려도 한 번쯤 가볼 만한 좋은 곳이었기에 그땐 그것이 낭만이라고 여겼다.

앞은 바다로 뒤는 산으로 둘러싸인 동구의 지형이 그때 어린 내게는 문득 무인도 같다는 생각을 하게도 했다. 이런 생각을 하고 보니 말만이 아니라 참으로 많은 변화가 있었다.

새삼 세월의 흔적을 느끼게 되는 건 그만큼 세월의 흐름이 있기도 하겠지만, 그 안에 존재하는 삶이 치열하고 변화무쌍함을 말해주는 건 아닐까 싶다. 지금 나는 다시 낭만과 추억이 담긴 그곳에서 동해바다를 매일 보며 산다. 요즘처럼 지치고 힘들 때마다 누군가로부터 아니면 어딘가로부터 격려와 위안을 받을 수 있으면 참 괜찮은 삶이 아니겠는가.

‘눈 깜짝할 사이’ 이 시간도 지나가겠지.

김순희 수필가, 울산 동구청 꽃바위작은도서관 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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