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4- 나는 언제 완전히 독립했나?
-254- 나는 언제 완전히 독립했나?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3.02.15 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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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아이들을 언제까지 돌봐야 할지 궁금해졌다. 이제 아이들이 성인이 되었기 때문이다. 옛날에는 평생을 돌봐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다. 그건 내가 평생을 보살핌을 받기를 원해서일지도 모른다. 아이들은 결혼 전까지 보살핌을 받기를 원했을 수도 있을 듯하다.

그러나 청소년 시절의 기억으론 부모로부터 보살핌을 잘 받지 못했다. 그래서인지 아이가 성인이 된 현세의 추세인지, 필자의 처지가 바뀐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요즈음은 평생 자식을 보살펴야 한다는 생각이다. 노인도 자기만의 생활을 즐기고, 심지어 경제 활동까지 해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 그래서인지 자녀의 독립까지만 돌보는 것이 옳다는 생각들로 바뀌어 가는 것 같다.

이런 생각에 갑자기 필자는 내가 언제 독립했는지 돌아보았다. 나는 세상에 준비 없이 나가기 두려웠다. 그래서 공부하면 두려움이 줄어들 것이라 기대했다. 그러나 많은 기간 공부했어도 또 다른 두려움들이 찾아왔다. 결국, 세상에 나갈 준비만 하다가 나이와 주변 환경에 의하여 세상에 어쩔 수 없이 떠밀려 나오게 되었다. 그렇게 보호받던 학생이라는 신분을 떠나 세상에 나오게 되면서 너무 두려웠다. 막상 세상과 부딪쳐 보니, 올바른 가치관을 가졌다면 어쩔 수 없이 주어진 환경에서 열심히 일하게 되어 있었다. 비로소 독립한 것이다. 물론 완전한 독립은 아니었다.

세상은 도박 같은 일이 간헐적으로 생겨났다. 열심히 세상을 살다 보면 어떤 패를 쥐게 된다. 그러나 그 패가 무슨 결과를 가져다줄지는 알 수 없다. 이때 우리는 쥔 패를 버릴지 까볼지 고민하게 된다. 그 패의 결과가 무엇을 가져다줄지 모르기 때문에 그 패를 까보기 전엔 알 수 없다. 중요한 건 까봐야 알 수 있다. 끝을 아는 것과 그것을 실제 해보고 끝을 느끼는 것은 정말 확연한 차이가 있다. 그래서 끝을 느껴보는 것은 중요하다. 경험은 돈 주고 못 사듯이, 우리는 도전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 세상이 태산처럼 커 보였지만 실제로 맞닥뜨려 봐야 큰지, 작은지, 이겨낼 수 있는지, 패배할지 알 수 있다.

끝을 보면 결과의 승패와 관계없이 새로운 시작 역시 볼 수 있다. 끝을 보지 않으면 새로운 시작을 찾을 수 없다. 반백 년 살아보니 우습게도 끝에는 항상 새로운 시작이 있었다. 끝이 항상 좋을 수는 없겠지만, 잘못 선택해도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그 선택에서 얻는 것이 있기에. 끝을 알게 되면 끝을 좋게 하려고 모든 것을 버리고 그곳에 전부를 건다.

그러나 끝을 모르면 실패의 두려움 때문에 망설이게 된다. 스스로 물어보자. 세상을 살면서 무엇이 가장 두려운지. 일반적으로 실패를 두려워한다. 누가 실패를 두려워하게 했을까. 그것은 용기를 내지 못하는 바로 자신이다. 사람은 약해진 후 성장한다. 그래서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

우리 생활은 끝이 보이지 않는 쳇바퀴 같다고 느낄 땐, 의지도 없이 생활에 몸을 맡기고 수동적인 사람이 되기 쉽다. 그래서 삶이 더욱 즐겁기 위해서는 끝이 보이고 끝에 이르는 시간이 짧은 경우 쉽게 열정을 다할 수 있다. 이처럼 빨리 끝을 볼 수 있는 일들을 포기하지 않고 순차적으로 해결하면 삶이 더 열정적이고 행복해질 것이다. 그럼 죽기 전까지 쳇바퀴 돌아가는 인생의 일들을 어떻게 끝이 보이는 일들로 채울 수 있을까.

어디까지 배워야 끝일까. 늘 궁금하다. 연습을 반복하며 쳇바퀴 돌 듯 연습하지만, 끝이 보이지 않으면 결국 포기하게 된다. 사회의 한 일원으로서 하는 일에 실패를 두려워 말고 끝을 보겠다는 마음을 죽을 때까지 가질 수 있다면, 이것이야말로 완전한 독립이 아닐까.

최상복 ㈜인포쉐어 이사, 공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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