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구대암각화와 활쏘기
반구대암각화와 활쏘기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3.02.12 2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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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쏘기’가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된 것을 뒤늦게 확인하고 놀랍고 기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던 기억이 떠오른다. 지난 2020년 7월 30일, 국가무형문화재 제142호로 지정된 ‘활쏘기’는 전 세계 사람들이 즐기는 활동으로 나라마다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다.

우리나라 활쏘기는 고구려 벽화와 중국 문헌에도 등장할 정도로 역사가 길다. 활을 다루고 쏘는 방법과 활을 쏠 때의 태도와 마음가짐 등 여러 면에서 고유한 특성이 있고 현재까지도 그 맥이 이어지고 있는 문화자산이다.

우리나라는 아주 오래전부터 활을 중요한 무기로 여겨왔다. 부여의 건국 신화에서도 활과 관련한 이야기가 나오고 고구려에서는 신분을 가리지 않고 청소년 시절부터 활쏘기를 가르치는 등 한민족에게 활쏘기는 가장 널리 보급되었던 무예였다.

고고학적 조사에 따르면 궁시(弓矢)는 이미 구석기 시대 말, 동아시아 지방의 민족이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신석기 시대에 이르러 여러 수렵 민족 간에 급속히 보급되었다.

동시에 외적을 방어하는 용도에도 사용됐다. 애초에는 식량을 얻기 위한 생활 도구로 창안되었다가 전쟁 무기로 발전해 그 용도를 넓혔던 것이다. 그러나 화약의 발명으로 총이 등장하면서 그 위력을 빼앗기고 놀이의 성격을 띤 운동경기로 바뀐 흐름을 확인할 수 있다.

이처럼 오랜 역사와 문화적 가치를 자랑하는 우리나라 ‘활쏘기’ 역사가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됐다. 그동안 고래에 집중됐던 울산 반구대암각화(국보) 그림 가운데 활 쏘는 사냥꾼이 부각되면서 활쏘기 역사가 재조명되고 있다.

지금까지 한반도에서 가장 오래된 활쏘기 그림은 2천여 년 전 고구려 고분벽화였다. 울산 반구대암각화는 이보다 5천여 년 앞선 7천여 년 전의 선사시대 유물이다. 암각화 그림은 사람 8점, 고래 물고기 사슴 호랑이 멧돼지 곰 토끼 여우 늑대 등 동물 120여 점, 고래잡이 하는 배와 어부들, 사냥하는 광경 5점, 기타 명칭 불명의 동물 20여 점 등 모두 200여 점이다.

이처럼 다양한 그림들 가운데 암각화 오른쪽에는 손에는 활을 들고 노루 늑대 사슴 등의 동물 3마리와 마주하고 있는 사람 그림이 선명하다. 이보다 크기는 작지만, 그 위에 같은 모습의 또 다른 그림이 있고, 활을 당겨 만지작거리는 듯한 사람도 보인다. 모두 활을 쏘는 사냥꾼 그림이다.

지난 50여 년 동안 반구대암각화에서 활을 든 사냥꾼 그림은 전체 암각화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아 크게 주목을 받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활쏘기 그림이 차츰 알려지면서 울산궁도협회 등을 주축으로 2021년 8월 ‘한민족 활의 기원 찾기’ 예비조사 활동이나 ‘한민족 활의 기원 찾기 반구대 활쏘기 재연행사’ 등 나름 소중한 노력이 이어졌다.

무엇보다 활쏘기 역사의 역사적 가치와 울산 반구대암각화에 그려진 활쏘기의 전통을 계승하는 지역 차원의 노력이 절실한 시점에 ‘활쏘기’를 세계적 문화유산으로 추진하기 위한 진일보한 노력이 가시화되고 있다. 오는 4월 2일 울산 반구대암각화박물관과 반구대전망대 일원에서 개최되는 ‘제1회 울산 반구대암각화 학술대회 및 전국 대학생 활쏘기 대회’가 바로 그것이다.

특히 이번 행사에서 주목할 점은 ‘활쏘기’의 유네스코 세계무형유산 등재를 위한 학문적 자료를 마련하고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는 점이다. 울산의 활쏘기 역사와 전통이, ‘정의, 자유, 평화를 교육하는 것이 인간의 존엄성에 불가분한 요소이며 모든 국가가 상호 지원과 협력의 정신 아래에 완성해야 하는 신성한 의무’라는 유네스코 헌장의 단초를 제공하는 좋은 기회로 발돋움하기를 기대해본다.

안수일 울산광역시의회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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