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나프, 지자체의 발빠른 대응
케나프, 지자체의 발빠른 대응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3.01.18 2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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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을 주원료로 만들어져 ‘닥종이’라고도 불리는 질 좋은 한지의 전통은 삼국시대 이래 오랫동안 유지되었다. 한지는 원료에서부터 초지(抄紙)를 하기까지 매우 자연친화적이며, 어떤 종이보다도 내구성과 보존성이 우수하다. 그러나 수작업으로 제조하는 닥나무 한지는 매우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하는 데 반해, 개화기 이후 기계적으로 만든 양지(洋紙)를 많이 사용하게 되면서 닥나무 생산량이 급격히 감소하게 되었다. 현재 닥나무 한지는 명맥이 겨우 유지되고 있을 뿐이며, 저급 닥종이의 수입 증가는 닥을 대체할만한 한지 원료 개발이 시급한 이유이기도 하다. 닥을 대체할 수 있는 한지 원료로는 ‘케나프’가 매우 우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케나프(kenaf)는 주로 줄기 섬유질을 이용한 섬유, 밧줄, 천, 종이 등에 많이 활용되고 있다. 씨앗에서 추출한 오일은 화장품, 의약품 및 건강식품 등에 이용되며, 섬유소는 건축재료, 차음재, 단열재, 다양한 종이류, 천연섬유, 고분자 복합재료 등에 쓰인다. 또한, 씨앗과 꽃잎은 영양 보충제, 피부보호 오일, 화장품 원료, 의약보조품, 건강보조품, 식용차 등에 사용된다. 이렇듯 케나프의 쓰임새가 팔방미인이다 보니 미국, 중국, 일본, 말레이시아, 방글라데시, 베트남 등지에서는 자동차 내장재, 가구, 종이, 단열재 제품 등 여러 산업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전라북도가 최초로 케나프 기반 친환경 플라스틱 상용화 연구개발에 나선다. 일반 플라스틱이 썩는 데 500년이 걸리는 반면, 케나프 기반 친환경 플라스틱은 생분해되는 데 80일 정도 걸린다. 우리나라는 비닐봉투, PET병, 플라스틱컵 등 1인당 플라스틱 소비량이 11.5kg으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농업용 멀칭(덮기) 비닐은 연간 31만 톤 중 매년 12만 톤이 수거되지 못해 토양 및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꼽힌다. 하지만 국내에 유통되는 친환경 플라스틱은 대부분 수입산이며 옥수수나 감자가 기반 원료이다 보니 값이 비싸다. 특히 농업용 친환경 멀칭 비닐은 일반 비닐보다 가격이 5배 정도 높다.

이에 전라북도는 생산주기가 6개월로 짧고 생산량이 ha당 17.5톤으로 옥수수보다 2배가량 많은 케나프(ha당 32.5톤)를 활용해 합리적 가격의 친환경 플라스틱을 개발한다. 우선 농업용 멀칭 비닐을 개발하고, 축적된 기술을 활용해 식품용기 등 상용화된 제품을 선보인다는 구상이다. 이미 지난 2009년부터 전북농업기술원 주관으로 새만금 농업용지(5ha)에서 케나프 시험재배가 이뤄지고 있다. 전북은 이번 사업을 통해 케나프 생산 규모를 추후 20ha까지 넓힐 계획이다.

이에 앞서 포항시는 신품종 사료작물인 케나프의 재배기술 교육과 시범사업 평가회를 개최한 바 있다. 이 평가회는 포항시농업기술센터가 기후변화 대응 농가수익 향상을 실현하기 위해 조성해온 케나프 생산단지 2곳 중 한 곳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케나프의 습지 환경 적응성 및 신품종 사료작물 가치 평가가 주목적이었다. 이날의 평가로 3년차 시험재배를 거친 케나프의 높은 탄소 고정성과 빠른 성장, 그리고 케나프 재배의 가능성까지 입증됐다. 논을 이용한 다양한 소득작물 개발을 비롯해 환경보전과 사료작물 생산농가의 농업소득 증대에도 기여할 것으로 전망됐다.

목재 펄프의 과다 사용으로 인한 지구 오염과 산림 파괴의 심각성 등으로 이를 대체할 대안 종이 개발의 필요성이 한층 높아지고 있다. 비목재 종이 재료는 성장 속도가 짧아 생산 기간이 줄어들고 온실가스를 줄이는 이점이 있다. 또한, 목재에 비해 섬유질의 양이 많고 표백제의 사용을 줄이며 제작에 사용되는 에너지도 적게 들어 민감한 환경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해주는 장점이 있다. 물론 비목재 종이를 만드는 데 따른 문제점이 야기될 수도 있다. 그러나 목재 종이에 비해 많은 환경문제를 줄일 수 있어 선진국에서는 비목재 종이 생산 쪽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2022년 전통 한지의 유네스코 등재와 맞물려 표준화된 한지의 대량 생산이 매우 중요한 과제가 되었다. 한류가 대중문화를 넘어 외연을 확장하면서 전통문화 산업이 전략적으로 성장할 기회를 맞고 있다. 이젠 보호 차원의 정책 방향을 산업 육성 지원 쪽으로 전환해야 한다.

김동철 ㈜온고 대표이사, 前 한국전통문화전당 초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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