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 ‘간헐적 단식’보다 ‘이른 저녁’을
-250- ‘간헐적 단식’보다 ‘이른 저녁’을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3.01.18 2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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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일어나 운동을 하면서 맨 먼저 떠오르는 생각 중 하나는 “오늘 점심은 뭘 먹지?”다. 숫자 나이는 많으나, 여전히 젊고 건강한 중노년층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특히 은퇴자들이 이구동성으로 말하는 애로사항은 ‘갈 곳’이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익숙했던 출퇴근에서 해방된 즐거움도 잠시뿐, 여행이건 등산이건 계속 이어가기는 쉽지 않다. 건강하려면 많이 움직이라는데, 현실은 집콕이 다반사다. 거실 소파에 누워 TV 리모컨이나 만지작거리다 ‘삼식이’ 소리 듣기 십상이다.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시니어에게도 ‘즐길거리’와 ‘먹을거리’는 노년 고독 문제와도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누구에게나 곧 들이닥칠 숙제다.

당신은 오늘 하루 몇 끼나 식사했는가? 요즘 젊은 층은 “아침 건너뛰고 점심과 저녁”이 가장 많이 선호하는 간헐적 단식법이다. 어느새 한국은 ‘끼니 전쟁’에 돌입한 분위기다. 언제부턴가 삼시세끼 규칙이 무너지고, 하루에 두 끼나 한 끼를 먹는 비율이 크게 늘었다. 하루 삼시세끼를 거부하는 사람들, 과연 건강과 체중 감량에 효과적일까? 현재 하루 두 끼를 먹는 한국인은 삼시세끼를 챙겨 먹는 사람보다 많아졌다. 대한가정의학회에 따르면, 하루 두 끼를 먹는 비율은 전체의 48%로 거의 절반을 차지했다. 이는 삼시세끼의 37%를 앞지른 수치이며, 한 끼 식사 비율은 13%였다. 특히 20~30대 젊은 층일수록 하루 두 끼 식사가 많았고, 성별로는 남성보다 여성의 하루 한 끼 식사 비율이 높았다.

주목할 점은 끼니 횟수에 따른 건강 상태다. 하루 세 끼를 먹는 이들은 체중, 체질량지수(BMI), 혈압, 공복 혈당, 총콜레스테롤, 중성지방 등 건강지표가 가장 우수했다. 이 연구결과를 보면, 하루 세 끼를 규칙적으로 먹는 것이 건강에 이롭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식사를 자주 거를 경우, 배고픔 관련 호르몬을 증가시켜 체중이 증가하거나 심혈관질환 위험을 높이는 대사 장애로 이어질 수 있다.

끼니 횟수의 판을 뒤흔든 결정적 계기는, 전 세계적 이슈로 떠오른 ‘간헐적 단식’의 등장이다. 간헐적 단식은 국내 연구를 통해서도 노화 지연 효과가 입증되기도 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간헐적 단식은 하루에 무려 16시간 이상을 굶어야 한다. 하지만 그 효능만 믿고 무리하게 단식 시간을 늘리는 것은 오히려 부정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특히, 당뇨 환자에게는 간헐적 단식을 권장하기 어렵다. 또한, 단식 시간이 길어지면 식욕조절이 어려워져 폭식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간헐적 단식의 영향으로 아침을 굶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아침을 거르면 체력저하는 물론 뇌의 활동까지 방해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동시에 우리 몸이 열량 부족 상태로 알아차리면서 점심 이후 식사부터 음식 흡수를 높여, 오히려 비만이나 당뇨, 고콜레스테롤혈증의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 16시간 대신 12시간 공복 등 자신의 상황에 맞춰 식이제한 시간을 조절하는 방법이 좋을 듯하다.

가장 좋은 방법은 아침과 점심을 챙겨 먹고, 저녁을 평소보다 ‘일찍’ 그리고 ‘소량’을 먹은 후, 나머지 시간에는 음식을 제한하는 것이다. 하지만 내겐 너무 힘들다. 끼니 횟수가 너무 적으면 식욕조절이 힘들어지며, 무엇보다 규칙적인 식사와 균형 잡힌 영양소 섭취가 중요하다. 규칙적인 식습관, 즉 하루 두 끼에서 세 끼를 먹고, 정해진 시간에 식사하며, 영양 균형을 고려한 식단으로 먹는 것이 체중관리나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 올해 모두 강건하시길 소망한다.

이동구 본보 독자위원장·RUPI사업단장, 4차산업혁명 U포럼 위원장, 한국화학연구원 전문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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