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9- 다시 시작해, 우린 함께잖아
-249- 다시 시작해, 우린 함께잖아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3.01.11 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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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장길에 전국 방방곡곡을 운전하며 돌아다니노라면, 불현듯 이질감과 함께 막연해지는 순간이 종종 찾아온다. 뭐라 꼭 집어 형용하기 어렵지만, 홀로 다닐 때 느끼는 현상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얻은 가장 강력한 솔루션은 편안한 사람과 ‘함께’ 가는 것이다. 함께 수다를 떨고 쓸모없는 주제에 열을 올려 토론하면서 언제 이질감이 찾아왔냐는 듯, 먼 길도 쉬이 갈 수 있게 된다. 바로 동반자다.

좋아하는 영어 문구 중에 ‘If you want to go quickly, go alone, if you want to go far, go together.’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말이다. 너무도 공감이 간다. 사업 초기부터 지금까지 실패의 경험으로 단단히 쌓여온 삶이기에, 함께하는 것의 중요성을 몸으로 체감하고 있다. 수많은 선택에 따른 실패를 경험하면서 당시에는 좌절하고 그만두고 싶어질 때가 많았으나, 함께하고 있는 동반자를 위해서라도 다시 일어서곤 했다.

과거에 고객사로부터 약속된 계약금 이행이 제때에 되지 않으면서, 경영 악화 상태로 사실상 부도를 맞이한 적이 있다. 고객사를 수차례 찾아가고 함께 일하는 직원들을 독려하며 버텨주기를 바랐으나, 결과는 차가운 현실과의 직면이었다. 계약과 물려있는 많은 협력사와 파트너는 등을 돌렸고 직원들은 제 살길을 찾아 나섰다. 모든 것이 여기까지라 생각하고, 인생의 동반자가 될 아내에게 헤어질 각오로 사정을 얘기했을 때 그녀는 씩씩하게 웃으면서 얘기했다. “다시 시작하면 되지. 우린 함께잖아.”

멋쩍은 너털웃음이 배시시 새어 나왔다. 상황은 그대로인데 원인 모를 자신감이 넘쳐흘렀다. 동반자와 함께 걸어가는 것은 즐거움 이상의 벅차오름을 선사했다. 그 이후, 해당 프로젝트에 미련을 두기보다 새롭게 판을 짜서 신규 연구 분야에 진출했고, 결과는 상상 이상이었다. 신규 연구 분야에 흥미를 느낀 새로운 인재들이 몰려들었고, 중앙정부에서 진행하는 수십억 규모의 굵직한 연구사업도 여러 건 수주했다. 새로운 활력이 넘쳐흘렀고 회사의 규모는 날로 성장했다. 이듬해 실패라고 여겼던 프로젝트조차 계약금 이행이 재개되며 기업 성장의 동력이 힘차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경영 관점에서 바라보면 성공적인 피벗이었지만, 결단을 내리기까지의 과정은 동반자를 통한 심경의 변화가 큰 원동력이 되었다. 더 자세히 살펴보면, 가지고 있는 직관을 경험적 유의미한 데이터로 입증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는 데는 동반자와의 설득, 토론, 언쟁 등이 크게 도움이 되었다. 기존의 상식과 한계를 깨고 피벗의 폭풍을 돌파할 수 있는 논리를 동반자를 통해 미리 학습했고, 논리가 확고해진 채 이해관계자들과 수월한 관계로 일을 진행하여 성공적인 피벗을 할 수 있었다.

동반자의 중요성을 몸소 체감해 보니, 일종의 신념마저 생겼다. “나 또한 좋은 동반자가 되어야겠다”고. 그래서인지 소속 단체나 협회, 포럼에서는 웃으며 함께할 수 있는 동반자가 되고자 노력한다. 추진하기 곤란한 프로젝트나 일이 있으면 그것이 내 일이라 생각하고 덤벼왔다. 성공만을 좇는 것이 아닌 함께할 때 즐거운 동반자가 될 수 있다면, 그 또한 행복이 아니겠는가.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고, 그 선택의 결과를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따라 삶의 질과 행복이 달라진다. 실패를 부르는 선택을 할 때도 동반자와 감내하며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그 과정조차도 행복이라 느끼는 것이 가장 큰 자산임을 깨달았다. 영원한 동반자인 아내에게 다시금 감사와 사랑을 표한다.

한아람 ㈜에이비에이치 대표이사, 울산청년CEO협회 회장, 공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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