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에 걸어보는 소망 하나
새해에 걸어보는 소망 하나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3.01.11 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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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계묘년 새해가 밝았다. 다사다난했던 지난 한 해를 되돌아보면 뭔가 아쉽고 허전하다. 그래서 새로 맞는 이 해가 남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무엇을 해야 할지 스스로 되짚어 보는 시간을 갖는다는 것은, 그래도 아직 삶의 일부분을 허투루 사용하지 않겠다는 마음이 있기 때문이다. 확실히 나이가 든다는 것은 그만큼 활동량이 줄어든다는 것과 맥을 같이하는 부분이 있다.

“나는 아직 아니다”라고 말하고 싶다. 하지만 늘 느끼는 것은 조급해하지도 당황해하지도 않는 나다. 지난해 못한 것이 있다면 올해 하면 될 것이라고 느긋하게 생각하는 것도 그렇다. 올해엔 뭔가 더 나아질 것 같고, 좋은 기운이 들 것 같은 느낌은 나만이 갖는 느낌은 아닐 것이다.

사람마다 인생의 가치관이 있고, 생각의 차이가 있다. 그것을 어떤 계획을 어떻게 세워 풀어나갈까 하는 고민이 새해를 맞이하는 시점에 슬며시 고개를 드는 것 같다.

아무런 어려움이 없어 보여도 사람의 삶 속에는 저마다 말 못 하는 사연들이 많다. 그러니 그런 사람, 저런 사람을 애써 부러워할 필요는 없다. 어차피 사는 것은 이유가 없고, 삶의 본질은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단지, 그 삶 속에서 어떤 생각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는지에 따라 삶의 방식과 진행이 달라진다는 것에 의미를 두어야 하지 않을까. 열심히 산다고 결과가 반드시 좋은 것만도 아니기 때문이다. 열심히 살면서 나를 스스로 돌보는 그런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나를 다시 한번 돌아본다. 도서관에서 일한 지도 어느덧 이십 년이다. 사서가 뭔지도 모르고 직업으로 삼았던 이십 대 때의 내 모습이 아주 흐릿하게 떠오른다. 일을 배우면서 남몰래 울기도 했고, 더 괜찮은 직업을 갖기 위해 남다른 열정으로 공부하던 때도 있었다.

그러면서 나 스스로 도서관을 벗어나려고만 애썼던 그런 이십 대가 지나니 차츰 도서관 사서로 일하는 것이 내 몸에 딱 맞는 옷을 입은 듯 홀가분해지면서 삶의 행복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아니 앞으로 더 많은 시간, 도서관에서 일해야 할지도 모른다. 새로운 해를 맞이하면서 아주 간단하고 가볍게 새로운 계획을 세워본다.

2023년 올해는 그냥 건강한 나, 하는 일을 별 탈 없이 무던하게 하며 지내는 해로 삼을 뿐 특별하게 무언가 새로운 계획을 세우고 싶지는 않다. 이것이 나이가 들면서 자연스레 생긴 나의 자세인 것 같다.

거창할 것도 복잡할 것도 없는 한 해를 맞으면서 나는 나에게 작은 소망을 걸어본다. 힘들었던 지난 시간도 시간이 흐르면 다 잊히듯 앞으로 나의 작은 소망이 나를 위로해주는 한 해, 그런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이렇게 걸어보는 작은 소망 하나가 나뿐만 아니라 지금 함께 살아가는 모두에게도 이루어지는 해가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다들 잘 될 거라는 소망을 하나 더 곁들이고 싶다.

김순희 수필가, 울산동구청 ‘꽃바위작은도서관’ 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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