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나프’의 재해석
‘케나프’의 재해석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3.01.09 2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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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용하는 종이는 펄프 식물을 이용한다. 대부분의 종이는 나무를 이용해 만들어 일상생활에서 사용되고 있다. 늘 풍부하게 사용하는 종이이기에, 종이의 소중함과 귀함을 망각하고 별다른 생각 없이 사용하는 자신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자.

종이를 많이 사용할수록 지구 산림이 훼손되는 것은 너무도 자명하다. 산림 파괴는 곧 우리의 생명을 위협하는 것과 마찬가지이지만, 사람들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 종이는 펄프라고 하는 나무를 이용하여 만들어지는 것이 대부분이나, 나무가 아닌 다른 재료로도 종이를 만들 수 있다. 나무 펄프가 아닌 다른 재료로 만드는 종이를 ‘비목재 종이’라고 부른다.

종이를 만드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로 구분한다. 첫째는 펄프 목재에서 종이를 생산하는 방법이며, 둘째는 목재가 아닌 비목재 식물에서 종이를 생산하는 방법이다. 마지막 셋째는 사용했던 폐종이를 재활용하여 만드는 재생종이다. 펄프나 폐종이로 만드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비목재 종이는 어떤 재료로 만드는지 궁금할 것이다. 비목재 펄프의 대표적인 것이 케나프와 대마다. 물론 섬유질을 분리하고 종이를 만드는 기술이 첨가되어야 하지만, 목재 이외의 것에서도 종이를 만드는 방법이 근래 들어 관심을 끌기 시작했다.

케나프는 서아프리카가 원산지인 아욱과 1년생 초본식물로서 생장 속도가 빠르며 초장이 큰 것이 특징이다. 특히, 이산화탄소 흡수량이 소나무보다 최대 9배 높아 대표적인 친환경 식물로 꼽히고 있다. 영양학적으로도 잎의 조단백질 함량이 29%로 소고기보다 높고, 폴리페놀 함량이 높아 항암, 항염, 항산화, 노화방지 및 당뇨에도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무엇보다 케나프는 세계 3대 섬유 작물로 식물 내 천공이 많아 흡수력과 응집력이 우수하고, 무게가 가벼우면서도 강도가 뛰어나 여러 산업의 원재료로 쓰이고 있다. 주요 생산지는 중국과 인도이며, 미국, 멕시코, 세네갈 등 다른 국가에서도 재배된다. 친환경적인 케나프는 경제적, 환경적, 사회적으로 3배의 이익을 창출하는 재생 가능한 자원이다.

케나프는 생산량, 토지 및 시간 측면에서 가장 효율이 높은 바이오매스 생산 작물이다. 1ha에서 자란 케나프는 120일 만에 15~20톤의 건조물을 생산할 수 있으며, 1ha에서 6천500~9천 리터의 에탄올을 생산할 수 있다. 또한, 케나프 섬유는 많은 실용화 분야에서 원료로 사용될 수 있으므로 섬유를 코어에서 분리하는 것이 더 나은 대안이 될 수 있다. 이 경우 1ha는 5~7톤의 고품질 섬유를 생산하고, 코어에서 추출한 에탄올의 생산량은 4천500~6천 리터에 달한다.

케나프의 장점은 이뿐만이 아니다. 2012년부터 농업기술원에서 개발하고 있는 케나프를 시험 분석한 결과, 수량성이 옥수수의 약 1.5배 이상, 조단백 함량이 평균 15% 정도로 옥수수에 비해 3~4%가량 높다. 아울러 가소화영양소 함량도 65% 이상으로 옥수수와 거의 비슷하며, 청보리에 비해 2~3% 높은 수준으로 최상의 영양 가치를 함유하고 있는 조사료 물질로 평가되었다. 이에 따라 전북농업기술원은 경제성 있는 새로운 사료작물인 케나프의 시범재배를 익산, 고창, 순창, 임실 등 4개 지역으로 확대 추진하고 있다. 작년에는 자가로 사료작물을 직접 생산하여 바로 사료로 이용할 수 있는 농가를 시범재배 대상으로 선정했다. 지역별 케나프 재배 가능성과 사료급여 효과를 직접적으로 검증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최근 빈번하게 나타나고 있는 이상기후로 수입 사료곡물 생산량이 전 세계적으로 감소 추세에 있다. 또한, 바이오에너지 원료용으로서의 농작물 생산이 증가함에 따라, 지속적으로 수입하는 곡물 가격의 상승 요인이 되고 있다. 따라서 축산농가의 경영 개선을 위해서는 생산비가 적게 들면서 수량성이 높은 새로운 사료작물을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 농업기술원은 시범 재배지역을 동부 산간지역을 포함한 전라북도 전 지역으로 순차적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특히 생산량 증대를 위한 재배법 확립과 해외 유전자원을 도입하여 우리 지역에 가장 알맞은 품종을 선발 보급하는 시험도 수행할 계획이다.

김동철 ㈜온고 대표이사, 前 한국전통문화전당 초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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