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8- 온전한 그대로의 모습을 사랑할게
-248- 온전한 그대로의 모습을 사랑할게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3.01.04 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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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꿈은 괴물이 아닌데, 왜 자꾸 화가 나고 짜증을 내는 걸까요?” ‘인성 괴물’은 학교에서 종종 트러블을 일으키는 아이를 지칭한다. 인성 괴물이라니. 아이들 사이의 다소 과격한 표현에 적잖이 당황했다. 이야기를 듣다 보니 그다지 학부모들과 활발한 소통을 하지 않는 내 귀에도 익숙한 걸 보면, 지역에서는 꽤나 유명한 아이 이야기였다. 한 아이가 공부는 너무 잘하는데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를 못한다면서, 그 친구 때문에 힘들어하는 친구들이 많다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길을 걸어가는데 원래부터 그 자리에 있던 친구인데도 걸리적거린다는 이유로 때리거나 욕을 하는 등 이런저런 에피소드들이 많기도 하다. 부모 된 마음에 차마 “그 친구와 거리를 두라”고 말할 수는 없어 “아마 그 친구는 공부를 잘하는 방법은 배웠지만, 친구들과 소통하며 양보하고 인내하는 방법은 배우지 못한 것 같네”라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 애는 남과 소통하는 법을 배우지 못하고, 목표를 향해 앞으로 달려나가기만 재촉당하다 보니 자신의 감정을 돌아보는 법을 배우지 못한 듯했다.

그 친구에게, 그 친구의 행동으로 인해 그 순간에 가지는 너의 감정에 대해 솔직하고 차분하게 이야기하고, 단호히 “‘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전하라”며 엄마의 의견을 전했다. 솔직히 나 또한 이기적인 부모인지라, 아이에게 “내가 해 줄 수 있는 이야기는 되도록 부딪히지 않도록 슬쩍 피하라”며 이야기하고 싶은 이기적인 마음이 잠시 들었다. 하지만 이내 그 마음을 꿀꺽 삼키고, “그 아이가 변할 수 있는 기회를 네가 만들어주면 어떻겠니?” 하고 이야기하게 되었다.

요즘 아이들은 부족함을 모르고 자란다. 과잉풍족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물자가 풍족하여 부족함을 모르는 아이들, 그 속에서 과잉된 교육열과 왜곡된 사랑으로 정작 그 시기를 살아가며 겪어내야 하는 것들은 결핍되어 있지 않은가 돌아보기를 권한다. 우리 세대는 자라는 과정 안에서 때로는 넘어져 상처도 나보고, 스스로 눈물을 훔쳐내며 다시 일어서기도 하고, 그 상처가 아물어 가는 과정을 통해 성장했다. 물론, 이왕이면 상처 없이 자라길 바라는 이들의 마음 또한 이해한다.

2018년 보건복지부가 실시한 아동종합실태조사에 의하면, 수급가구의 아동일수록, 농어촌에 거주할수록, 한부모 및 조손가구의 아동일수록 공격성 점수가 높게 나타났다. 사회공동체가 더욱 마음을 쏟아야 할 아이들이다. 소중한 내 아이가 상처 없이 귀하게 잘 자라주기를 바라는 마음은 여느 부모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나는 내 아이가 스스로를 극복해 내는 마음의 힘을 가진 단단한 아이로 자라기를 소망한다. 일하는 엄마인 필자는 주변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는 것이 싫었기에, 늘 아이에게 “양보해라. 참아야 한다”를 강요해 왔다. 아이는 나와는 달리 외향적인 성향이 강하다. 하지만 엄격한 엄마 기준에 눌려 어느새 소심한, 눈치 보는 아이, 예의 반듯한 아이로 나를 닮아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아이의 생긴 모습 그대로를 인정해주며, 온전한 그 모습 그대로를 사랑하리라 마음먹었다. 그러나 나도 어느새 주변의 시선에 매여 아이를 틀 안에 가두고 내가 원하는 모양대로 빚어가려 하고 있다. 아이든 어른이든 짜증이 많은 사람은 나름 그 이유가 있다. 그 마음을 헤아리고 살펴보는 일이 내 일인데도, 정작 내 아이는 큰소리 한번 못 내어 보고 세상의 가장 든든한 편이어야 할 엄마가 가장 두려운 존재로서 눈치 보고 있는 모습에 가슴이 미어졌다. 무언가 단단히 잘못되고 있음을 마주하는 순간이었다.

이경아 울산정주간보호센터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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